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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fie Mar 12. 2022

아이가 학교에 간다

009. 공식 자가격리 시작

어제 받은 병원의 'PCR검사 양성 판정' 문자에 이어, 보건소에서도 ' 7일 24시간 이 될 때 까지는 어디 나가지 말고 집에 있으세요' 라는 문자의 도착으로 아이와 나 공식 자가격리가 시작되었다.


등교시 아이들의 건강체크를 해야하는 앱에 '양성'을 기입하니 대번에 앱화면이 진한 주황색으로 바뀌고 '등교금지'가 뜬다. 알고는 있었지만 뭔가 섬뜩한 느낌- 선생님께도 학교 어플로 아이의 확진을 알렸다. 입학식 포함 딱 이틀하고 다름날 아침에만 아이를 보셨던 선생님이시지만 걱정해주시는 답문자에 그저 감사할 따름-

오전 9시, 아이아 남편은 거실에서 게임을 하기 시작하고, 나는 업무 시작을 위해 서재로 향했다.


어제의 하루 일과표를 활용하기로 했으나 부루마블대신 구매한 보드게임은 아직 도착 전- 아이는  빨리하고 싶은지 "엄마 왔어? 엄마 왔어?" 물어보는데 쿠* 배송이 오후 정도에 온다는 것을 아는지라 "조금 더 있다가 올 것 같으니까 일단 아빠랑 다른 거 하고 놀고 있어봐" 아이에게 간단히 설명해주고 일을 시작했다.


HR팀과 부서에 확진임을 알렸고, '몸은 괜찮냐, 푹쉬어야 하지 않냐' 염려의 말도 들었지만 지금 맡은 업무 특성상 당장 푹 쉴 수 없다는 사실은 내 스스로도 잘 알고 있는 상태라, '심하게 아픈 건 지나갔으니 괜찮아요'라는 말로 퉁치고 오늘의 업무 to do에 정진, 역시나 생각치 못한 부분에서 해야할 일 추가- 예상치 못한 메일에 한숨을 쉬면서 시간은 하염없이 흘렀다.


두시간째? 놀기만 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는 '안되겠다' 싶었는지 남편이 아이가 외할머니와 하루에 한장씩 했던 받아쓰기 책을 꺼내 분량을 정해주었나보다. 입이 앞으로 삐죽나온 아이가 서재로 들어와 받아쓰기 책을 보여주면서 "너무 많아"라고 이야기하다가 울음을 터뜨린다.

'울 정도는 아닌데... 몸이 안 좋은가' 싶어서 "그럼 여기까지만 하고 조금 잘까?" 하니 품 속에서 고개를 끄덕인다. 아이는 짜증이 조금 늘고, 낮잠이 필요한 상태가 되었나부다.

그래도 코로나인데 이정도면 양호하지~ 싶어 아이를 방으로 데려가 눕히고 이불을 덮어줬다.

이럴 떈 재택근무가 좋구나- 생각이 들면서도 '아, 나도 환자인데 지금 일하는 거지?' 짧은 어퍼컷의 현타가 함께 밀려왔다.


"아프니까 쉬엄쉬엄 하세요"라는 말이 무색하게, 일은 그 속도를 늦춰주지 않는다. '쉬엄쉬엄 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하나 야근은 하지 말자'라는 다짐이 있었는데 퇴근시간이 넘어서도 일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 집 안의 모든 환자이자 가족구성원을 위한 '저녁식사' 준비가 필요하다! 는 우선순위로 일단 일을 끊어냈다.


보통의 야근의 경우에는 친정엄마가 저녁을 도와주셨었는데, 코로나 가족이니 외부 방문은 금지- 편하게 시켜먹으려니 플라스틱이 잔뜩 나오는 그 이후의 상황도 마뜩찮아서 소박하게 저녁을 준비한다.

모두 함께 둘러앉은 식탁, 이야기, 식사, 이야기...


그래두 이 정도면

다행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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