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R검사는 늦으면 모레정도에 나온다고 연락을 받은터이지만 결과가 바뀔 일은 거의 없다는 생각에
아이와 하루를 조금 더 알차게 보낼 방법을 고민하다 내린 답은 '하루 일과표'를 만들어 보기
천천히 아침식사를 하는 아이 앞에 앉아 "우리 오늘은 생활계획표를 만들어볼까?" 라며 운을 띄웠다. "생활계획표?"
"그 있잖아 오늘 몇 시에 뭐할지 정하는거"
하는 것을 한 번도 본적은 없지만 사촌언니들과 놀 때 해본 듯
"아~하루 일과표! 엄마, 나 그거 알아 동그란 거에 시간 넣고 그러는 거지?" 라고 반가움을 표한다. 아... 명칭이 다르구나...
어쨌든 이 분위기를 타 재빨리 아이의 종합장을 꺼내와 큰 동그라미에 시간을 각각 표시해줬다.
아침밥을 다 먹은 아이가 동그라미 안에 항목을 하나하나 채우기 시작했다.
일어나는 시간은 7시, 텔레비전 보기, 아침밥먹기, 엄마랑 브루마블하기 2시간, 게임하기,...
어떻게 하는지 옆에서 가만히 보고 있다가, 하루 일과중에서 참 중요한 식사시간을 별도로 표기해주고,
다시 아이가 시간을 채우는 것을 기다렸다.
1시부터 다시 게임하기가 3시간....
공부를 시키거나 할 생각은 없었는데,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공식적으로 종일 TV와 게임만 하겠다' 싶어, 오후 4시까지 갔을 때 브레이크를 걸었다 "종일 텔레비전보고 게임만 할거야? 눈도 좀 쉬어줘야지~, 다른 것 도 좀 넣어봐봐" 엄마 의도를 어느정도 눈치챈 아이가 책읽기를 한 시간, 그림그리기를 1시간 집어넣었다. 보통 30분씩도 안 하는데 너무 길지 않나, 고쳐줄까 하다가일단은 실천을 어떻게 하는지 보자 싶어 별다른 제지없이 '꿈나라/자기'까지 마무리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계획을 세우고 나니 이미 오전 9시, 자, 이제 실천해볼 시간이다.
아이가 계획을 어느정도 지킨다면 나도 그 시간동안 내가 하고싶은 일을 틈틈이 해 볼 요량이었다.
그.러.나
테레비전을 본다고 써 놓은 시간에 아이는 '브루마블'을 가지고 왔다.
"계획표에 텔레비전 본다고 써놨잖아, 안 지킬거야?"
"나 지금 브루마블 하고 싶어"
"그럼 계획표는 안 지키는 거야?"
"응"
"지키려고 써 놓은 거 아니야?"
"그런건데, 지금 브루마블 하고 싶어~~!"
...." 그럼 지금이라도 계획표를 바꿔"
아이는 지우개로 북북 지워 계획표를 바꾸고, 브루마블을 가지고 왔다. 심하게 아프지는 않지만 그래도 우리모두 환자이니, 이정도로 넘어가자 싶어 브루마블 시작-
생각대로 되지 않자, 아이의 떼부리기도 함께 시작되었다.
"그래서 안 할거야? 이건 규칙에 따라야지!"
"할거야! 그런데 자꾸 화가 나는걸 어떡해!"
... 야심차게 시작했던 브루마블도 20분이 채 지나지 않고 종료. 아이 컨디션이 좋지 않은 것 같아 잠을 좀 재우기로 했다.
그렇게 계획과는 다르게 오전시간이 흘렀다.
점심시간을 칼 같이 지켜준 후 오후의 계획표-
여전히 제 멋대로 였지만 그래도 써 놓은 '책읽기'나 '그림그리기'는 어느정도 이루어졌다. 그렇게 길면길고 짧다면 짧았던 휴일의 또 하루가 흘렀다.
계확표 실천 결과는 식사시간과 항목정도만 지켜진 셈-
그렇지만 시간계획을 세운다는 개념을 가진 것 만으로 나쁜 시도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종일 아이 곁에서 이것저것 챙겨주면서 일상과 하루의 습관등을 계속 지켜봐주고, 이야기해주면 참 좋겠지만, 부모는 그 시작을 열어주고 아이가 스스로 천천히 알게되게 하는 게, 스스로 하나씩 방법을 찾게되게 마음의, 시간의 여유를 주는게.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