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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fie Mar 09. 2022

아이가 학교에 간다

007. 코로나가 가져온 평화

새벽에 일찍 일어나던 습관이 야근에 밀려 사라져 있던지 몇주가 되었는데, 요 며칠 코로나 의심 증세로 일을 조금 멀리해서인지 새벽에 눈이 번쩍 떠졌다. 거기다 오늘은 휴가-


오래간만에 플래너를 펴들고 오늘의 할일을 정리해본다. 1번은 PCR검사!

아이와 PCR검사를 어디서 어떻게 해야할지 요리조리 머리를 굴렸다. 근 3회?동안 갔던 선별진료소는 집에서 1.5km남짓, 두 번은 남편차로 마지막은 남편의 확진으로 아이와 둘이 열심히 걸어갔었는데 옷 속으로 파고드는 아직은 추운 바람에 거리가 만만치 않았다. 거기다 최근에는 검사자가 급속도로 늘어난 시점이라 한시간 이상, 밖에서 떨면서 서 있을 수 도 있다. (확진자 동거인+자가진단 양성반응 이면 우선 검사할 수 있다고 하는데, 그것도 가봐야 아는 거니까... 아픈 사람들이 줄서서 우루르 서 있으면 별수 없이 분위기는 험악해진다)


온라인상의 여러가지 단서로 대형병원 외에도 PCR검사를 병원에서 하는 곳이 있고, 비용은 음성이라면 8만원이지만 (그래, 여기까지는 뉴스에서 봤다) 실비로 퉁 칠수 있으며 양성이라면 진단비 5-6000원 내외라는 것을 알았다. 보건소에서 안내 받았던 대형병원은 선별진료소보다도 더 먼 곳이어서 제껴뒀었는데, 네이버 창에 내 위치 기준 PCR검사 병원을 쳐보니 조금 가까운 곳에서 딱 한 곳 검사 가능한 병원이 보여서 일단 한시름 놓았다. 최소한 밖에서 벌벌 떨면서 기다리는 선택지에서는 나아진 셈- 거기다 너무 서두르다가 자칫 엘리베이터 안에 사람들과 함께 타는 폐끼침도 어느정도 피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데 생각이 미쳤다. 


아이들의 등교시간을 피해 엘리베이터 단둘이 탑승, 9시40분, 병원 도착- 검사하러 오기 조금 미안한 느낌이 드는 '소아과'- 병원 대기실에 앉아있는 사람들보다 복도에 서 있는 사람이 왜 더 많나~ 싶었더니, 'PCR검사'이야기를 꺼내자마자 접수 후 대기는 복도에서 해 달라는 이야기가 들린다.

 '아... 그래서 다들 밖에 있는 구나'

그래도 밖에서 대기가 아닌 복도 대기이니 얼마나 다행인가- 거기다 아픈 아이들이 오가게 되는 소아과니 최대한 조심하자는 생각으로 50여분을 넘게 기다렸다. 이제 두 번밖에 학교에 가지 않았던 아이의 반 친구도 엄마와 함께 발견- 복도에 서 있는 걸 보니, 우리와 비슷한 상황인것 같은데 지금은 친목을 나눌 타이밍은 아닌 것 같아 인사는 그만두었다. "어머 안녕하세요 자가진단 양성 나오셨어요? 호호" 이럴 수는 없으니까-


12번의 대기순서가 앞으로 당겨지고, 나와 아이이름이 불려졌다.

개인이 하는 자가진단 양성은 부정확하다고 해서 다시 자가진단검사부터 실시- 뚜렷하게 보이는 두 줄의 키트 2개를 확인하고, 연이어 PCR검사가 진행되었다. 역시나 나 자신이 아닌 남이 찌르는 면봉은 10배는 족히 아프다... 일단 검사 완료, 약까지 처방받아 들고서 집으로 향했다. 내일은 공휴일이니 모레가 되면 더 정확히 알 수 있을 거다-


숙제를 모두 마치고 11시반이 훌쩍 넘어있었다. 확진된 남편은 입맛이 없다는데, 나는 그 반대 증상인듯, 손이 안 가는 치킨&떡볶이를 시켜두고, 온 가족이 거실에 둘러앉아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게임은 주말에만, 1시간' 이런 규칙은 잠시 뒤로 사라졌고 남편도 나도 일단은 '쉬어야 낫는다'는 큰 명제 아래 인후통으로 걸걸한 목소리를 BGM으로  평화가 찾아왔다.


다들 조금씩 아프기는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과 희망을 가지고 있어

평화롭다고 느껴지는 것일 지도 모르겠다.


당분간은 가족끼리, 무리하지 않으면서, 시간을 보내야한다.

함께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좀 더 생각을 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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