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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fie Mar 08. 2022

아이가 학교에 간다

006. 막연한 두려움 보다는...

아이는 고열에, 나는 인후통에 시달리던 밤이 흘렀다.

이쯤되면 남편에게서 코로나가 넘어온 것 같다는 심증은 확실한 상태-

일단은 구구절절 말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판단에 아이 학교 선생님께 '아이가 고열이 있어서 등원이 어렵다'는 문자를 보내두었다. 


아침 9시,

남편은 안방에서 안정을, 아이는 거실에서 게임을, 그리고 나는 서재에서 업무를 각자 시작했다.

종합감기약을 먹어서 그런가 몸 상태는 최악은 아닌 것 같지만, 그렇다고 온전한 느낌도 아니다.

세상을 구하는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오늘 해야할 일이 꽤 많다.

여차하면 오늘 업무를 다 끝내놓고 오후에 다시 검사를 받으러 가던지 할 생각으로 분주히 업무가 돌아갔다.


잠깐 숨 돌리는 점심-

아이가 "아이원츄 너구리~" 광고 속 노래를 뜻도 모르고 계속 부르길래 사둔 너구리 순한맛에, '누룽지가 먹고싶어'라는 요구에 누룽지를 더해 점심을 차려줬다. 그리고 자가진단 키트를 다시 꺼냈다.


오.... 임신했을 때 봤던 두 줄보다 훨씬 더 선명한 두줄... 아이도 나도 양성이다.

'그래 미심쩍으면서 그냥 이러고 있는 것보다, 확실한 게 낫지' 라는 생각으로 pcr검사를 언제 해야할지 머리를 조금 굴렸다


"오빠, 두줄이야... 둘다 양성인 것 같아"


안방에 봉인되어있던 남편이 거실 밖으로 나왔다. 인과관계가 꽤나 분명한 상황에서 이제 따로 있을 필요도 없는거...

마스크를 쓴 남편이 거침없이 거실로 나오자 아이는 기겁을 하며 "코로나다!"를 외쳤지만

"괜찮아... 그냥 감기같이 지나가는 거야"라는 말로 아이를 달랬다. '너도 걸렸어'라는 말은 내일 해주기로..^^


선별진료소 종료시간은 오후 5시, 급한 업무는 아무리 빨리 끝내도 오후 4시-

여전히 사람이 많을거라는 선별진료소 실상을 감안하면 오늘 당장 가기는 힘들다는 결론, 내일 오전 일찍 움직이기로 하고 업무와 일과를 마무리했다.


남편에게서 전염되면 어쩌나.... 하는 조바심이 가득 있었는데, 아이도 나도 이정도면 견딜 수 있을 것 같은 판단이 선 상황이라 마음이 조금 더 편해졌다.


남편은 아이가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터라 적응이 어려우면 어쩌나 걱정을 했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니 한참 재미있는 시기보다 차라리 초반 모두 서먹한 지금이 낫지 않을까? 라는 의견을 전했다.


지인들 몇에게 '양성'을 알렸더니, 이미 확진판정을 받고 힘든 시기를 보낸 사람들이 생각보다 더 있었다. 그래도 감기처럼 모두가 다 걸리니 숨기고 쉬쉬하는 상황까지는 아니니까- 

'강제 휴가라고 생각하세요'라는 말이 이처럼 위안이 될 줄이야...


대신 내일 PCR검사를 하러 갈때 만큼은 조심해야지...

올 봄은 참으로 요란하게 오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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