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5. 음성은 나왔지만
집에 아픈 사람이 있으면, 집 안 전체가 우울해진다는 걸 깨닫는 요즈음
PCR검사에 음성이 나왔다는 걸 확인하고서 안방의 남편에게
그리고, 친정식구들에게 기쁜 소식을 알렸다.
'그래도 좀 더 조심해야지...' 라는 생각으로 이주일정도 멈춰있던 플래너 정리를 하고
아이가 학교에 갈 수 있을까? 이리저리 생각하던 점심 즈음
갑자기 아이에게서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이미 온가족이 확진이되었던 지인과
남동생네에게 확인
"아이들은 열부터 올라요"
"이제 시작이네요"
라는 말을 눈에 넣고, 자가진단키트와 해열제를 사러 약국으로 향했다.
아직 PCR검사는 음성이니, 혹시 내가 움직일 수 없을 때를 대비해 약을 좀 더 넉넉히 사두기로 했다.
해열제가 급하니, 다른 걸 살 여유는 없지만
그래도 아이가 좋아하는 걸 좀더 먹일까 싶어
블루베리와 딸기 한 팩을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해열제, 냉각키트는 아이에게,
인후통? 과 복통이 조금 있는 나도 일단 종합감기약을 먹고 함께 잠이 들었다.
안방의 남편과 페이스톡 하나
아이가 열이 나 힘들어하니 어쩔줄 몰라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도 그럴것이 입학식날부터 계속 나보다는 아빠와 더 오래 있었으니, 어디에서 열이 왔는지는 자명하니까-
"금방 다 나을거야. 다 낫고 나서 아빠한테 맛있는 것 사달라고 하자"
푹 재우고 일어나니 아이 열도 조금 내려간 듯 해서 안도의 숨을 내쉬며
저녁엔 아이가 좋아하는 "돼지고기"를 구워줬다.
잘 먹고 잘 자고 얼른 낫자.
차라리 내가 아픈게 낫다고 생각하면서도, 내가 아프면 아이를 돌봐줄 수 없으니까
지금 상황이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교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