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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fie Mar 06. 2022

아이가 학교에 간다

004. 남편의 확진

초등학생이 된 첫 주말-

원래대로라면 '단짝친구'가 생겼다고 말하던 아이 반 친구 이름을 좀 외우고

월요일에 있을 '자기소개'를 어떻게 할 건지 궁금해함과 동시에

눈치작전으로 집어넣은 방과후 교실의 수강신청 현황을 살피며

주말에만 허락되는 '아침밥먹으면서 TV보기'를 시전할 생각이었는데,


불안감이 가시지 않는 오늘은 사뭇 공기가 다르다.

그렇게 오전 9시 남짓-

안방에 봉인되어 있던 남편이 '확진' 소식을 알렸다.

아...우리집에도 드디어 왔구나...


부랴부랴 남편이 보내준 확진 안내 문자 속 '동거인 안내서'를 읽기 시작했다.

최근 급격히 늘어난 확진자와 비례에 급격히 완화된 방역지침이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어,

조금 더 자세히 안내문을 살펴봤다.


일단 밀접접촉자라도 함께 거주하는 동거인이 아닌 이상 PCR의무 없음

대신 동거인이라면 3일 이내에 PCR검사를 받고 음성일 경우 사회생활이 가능하다.

그렇지만 방문 혹은 다녀야할 그 기관에서 '방문을 금지'한다면 가지 말아야 한다.


확진자의 명백한 동거인인 아이와 나, 다음주에 아이가 학교에 갈 수 있으려면 일단 PCR검사부터 빨리 받아야 한다. '동거인'임을 확인시킬 수 있는 주민등록등본은 필수-

전자문진표부터 서둘러 작성하고, 등본은 중간에 가는 길에 프린트하기로 한후 아이 손을 잡고 선별진료소로 향했다. 바람은 꽤나 거셌고 걷기에는 애매한 먼 거리-


어리둥절한 아이에게 "빨리가서 검사해야 건강해져"라고 말해준 후 같이 노래를 흥얼거리며 앞으로 전진했다. 아침식사도 했겠다 아이는 코를 찌르는 게 싫기는 하지만 엄마와의 산책이 신나는 느낌- 어미어마한 차이겠지만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의 아빠가 이렇게 아이에게 안심을 시켰었지 ... 라는 생각이 살짝 들었다.


10시10분, 선별진료소 도착- 3주일 전쯤에 왔던 때보다 사람들은 3배 정도 많은 듯 했다. 걸어가도 걸어가도 끝이 보이지 않아서 잠시 당황했지만 그래도 끝은 있었다. 뒤로 이어지는 사람들의 행렬을 보면서 서두르기를 잘했다는 안도의 숨을 함께 내쉬었다.


앞 사람들 끼리 실랑이가 있었고, 새치기가 있었고... 약 1시간의 기다림 후, 검사완료.

세번째 인데도 도무지 적응이 되지 않는 콧속의 침투- 조금 울었던 아이에게 '잘했다'는 칭찬과 '찝찝함에 대한 공감'을 나누며 약국에 들러 남편의 약을 받아 집으로 돌아왔다. 어제부터인가 확진자는 전화로 의사와 상담이 가능하고, 대리인이 약국에서 '무료로'약을 받아올 수 있다고 했다.


집에 도착하니 12시, 오전의 소동으로 기진맥진한 상태- 점심을 간단히 먹고, 이제 어떻게 해야하는지 잠시 생각했다. 아이도 나도 다행히 아무 증상도 나타나지 않고 있고, 남편도 꽤나 아픈 시간은 지난것 같았다. PCR검사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상황은 달라지겠지만 아직은 누가 위급한 것도 아니니까-


아쉬운 것은 이제 입학을 한 아이가 학교에 당분간 못갈 수 있다는 것 (그동안 아이들끼리 많이 친해지면 어떡하지..) 그리고 혹 내가 확진이 되고 아이가 음성이라도 아이를 어디 맡길 곳이 없으므로 함께 지내야 한다는 사실일거다-


고민한다고 지금 상태에서 나아질 것은 없으니, 일단 내일 결과부터 보자-

심각한 생각은 여기까지-

.

.

..

거실에서 '따뜻한 집에 와서 밥먹고 주말의 게임을 하고 있는 아이'의 옆에 앉아

'신나고 즐거운' 아이의 세상 속으로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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