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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fie Mar 05. 2022

아이가 학교에 간다

003. 코로나시대의 등원

오늘 등하교는 엄마의 몫-

늦지 않도록 아이에게 신신당부를 하면서 아침을 열었다.

3월들어 각종 규제들이 급격히 완화되긴 했지만 곳곳에 코로나 확진이 발발하고 있는 상태-

입학식날 받은 자가진단 키트도 한번 썼었고, 매일아침 '등교용 자가진단 시스템'에 아이가 열은 없는지, 확진자와 접촉이 있었는지 등을 클릭해서 기록하고 '등교가 가능합니다'라는 문구를 확인해야 등교가 가능하다.

일단 아이에겐 이상없음을 확인하고, 계란밥을 먹인 뒤 8시 30분 손을 꼭 잡고 집을 나섰다.


마침 엘리베이터에 등교하는 아이들이 한 가득- 5층의 2학년 아이와 친구들이 보인다. '우리 아이도 2학년 되면 스스로 등교시킬수 있을까? 큰 길을 하나 건너야 하는데? ' 잠깐 갸우뚱거리면서 1층 도착-

기온이 높다고 하더니 바람이 꽤나 찬 날이어서 "엄마, 목도리 하길 잘했다 그치?" 아이는 끊임없이 재잘댄다.


어제와는 다르게 동갑 친구들은 만나지 못한 채, 학교에 도착했다. 실내화를 갈아신고 교실로 들어가는 모습을 뒤로하고 '오늘의 숙제 반은 끝냈군' 안도의 숨을 쉬면서 집 앞에 다다랐을 쯔음, 아침에 일찍 일터로 간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지금 아이 데려와야 할 것 같아. 나 자가진단 양성 나왔어"


자가진단키트의 정확도는 50%라고 하던데 주변에 확진되었던 지인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30%이하로 거의 '음성'이 나온다고 했다. 그 키트에서 양성이라면... 아마도 ... 거의 맞을거다.

다시 뒤를 돌아, 아이를 데리러 학교로 향했다.

열심히 걸어가면서 학교에서 사용하는 아이 반 선생님과 연락이 가능한 앱? 채팅창에 '만약을 위해 아이를 데가야겠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일단 아이는 아침에 자가진단 검사를 하지 않은 상태이니까-

10분 뒤 어리둥절해하는 아이 손을 꼭 잡고 "아빠가 아프데"라고 말해주고 집으로 돌아왔다.


재택근무이긴해도 출근시간 9시는 이미 지난상태, 간단히 상황을 알리고 아이와 둘이 자가진단을 실시했다. 다행히 선명한 한 줄로 마음을 쓸어내리고, 오후에 아이를 봐주러 오실 친정엄마께 '오시지 말라'는 문자를 보냈다. 남편의 확진은 가족이 안고가야하는 문제지만 그 외의 분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게 할 수는 없으니까-


나는 업무시작, 아이는 거실에서 TV보기 시작- 그렇게 오전시간이 정신없이 흘렀다.


PCR검사를 마친 남편의 도착, 마스크를 벗지 않은 채 남편은 안방으로 봉인-

아이와 둘이 점심을 먹고, 다시 나는 업무 시작- 남편이 있어도 아이와 놀아줄 수 없으니 주말에나 꺼내는 게임기를 꺼내줬다.


처음에는 게임과 TV에 신나하던 아이도 3시정도 되니  다 지겨운지 잘 오지 않는 '엄마의 재택근무 방'에 들락날락- 장난감을 줄세우고 놀고나서는 "엄마 나 심심해"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듯 했다. 그림을 그리라고 종이를 쥐어주고, 안방에 봉인된 아빠와 화상통화를 하라고 휴대폰을 쥐어주면서 다시 오후가 흘렀다.


늦게까지 진행되어야 할 업무는 오후 6시를 기해 일단 중지- 친정엄마도 오시지 못하고 남편도 저 안에서 나올 수 없으니 아이 밥은 내가 챙겨야 한다. 남편도, 아이도 좋아하는 삼겹살을 사다가 구웠다. 아이와 둘이서 먹은 후 남편에게는 별도의 그릇에 쟁반째로 전달- 남편이 잠깐 저녁을 가지러 밖으로 나오자 아이는 밥을 먹다말고 갑자기 마스크를 꺼내 쓰고 조금 뒤로 물러섰다. 누누이 근 2년간 주지되었던 '코로나에 걸리지 않으려면 마스크를 써야해'라는 말의 실천-

아이에게는 너무도 당연한 행동이었지만, 남편은 내심 서운한 듯 보였다.


주말의 대청소도, 계획도 모두 사라졌다. 그나마 다행인건 혹 남편이 확진이라고 해도 큰 증상없이 코로나는 지나가고 있다는  (부스터까지 맞은 덕이겠지) 점일 거다.


코로나 22만시대, 직장에서도 확진 소식이 들리고 있고 (지난주부터 자가진단키트를 일주일에 두어개는 쓰느것 같다) 아이 주변에도 모습이 보이지 않으면 으레껏 짐작이 되기도 한다. 이제 피할 수는 없을 것 같으니, 조용히 왔다가 큰 탈없이 사라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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