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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fie Jan 09. 2020

딸이 좋아하는 것 20

020. 크리스마스트리

한참 연말연시라고 떠들썩 거리거니, 그 이후로 며칠이 지났을 뿐인데 다시 '2020년에는 목표를 꼭 이룰 거야!'라는 이야기로 작심삼일들의 다짐들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새해가 밝았다. 계절이 바뀌어도 이불이 바뀌는 것 외에 그다지 변화가 없는 집에 유일한 계절 아이템은 바로 '크리스마스트리'

이사 오기 전에는 좁은 공간에 뭘 또 늘리나...라는 생각에 엄두도 내지 않았던 아이템이었다.

지난 주말 "우리 오늘은 크리스마스 트리 정리할까?"라고 아이에게 물었었는데 아이가 대뜸 "싫어"라고 답을 했다. "왜?" "반짝반짝 너무 예뻐서" "... 그래 그러면 조금 더 둘까?" "응"

그렇게 거실 한편에 여전히 크리스마스트리가 자리 잡고 있다.


작년 크리스마스는 아이에게는 조금 특별했다. 처음으로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었고, 도통 관심이 없던 '산타할아버지'의 존재에 대해서 제대로 각인, "엄마, 산타할아버지한테 000 받고 싶어'"라고 자신이 받고 싶은 걸 콕 찍어서 말했던 해 이기도 했었기 때문이다.


매주 주말마다 '아이랑 뭘 하고 놀아야 하지..'라는 고민이 있었던 겨울의 초입, 크리스마스트리를 같이 꾸며야겠다! 는 생각을 했다. 너무 큰 트리는 설치도, 치우기도 어렵고 아이 아빠도 요란스러운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으니 탈락! 아이의 키와 조금 비슷한 트리로 사이즈를 정하고 퇴근길 쇼핑몰에서 트리와 꾸밀만한 장신구들을 함께 사 왔다. 사온 날은 작년 11월 29일 금요일, 주말의 활동거리이기 때문에 아무것도 아닌 척 대충 숨겨두고 주말 잠깐의 외출에서 다시 몇 개의 아이템을 더 사 왔다. 그리고 느즈막한 주말 저녁 크리스마스트리 제작이 이루어졌다.


이런 트리는... 그냥 사진으로만 보는 걸로


트리를 꾸미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아이 아빠가  길고  가는 박스에 온 가지를 위로 향하게 웅크리고 있는 철재 트리의 가지들을 하나하나 아래쪽으로 내리고 펴서 '제대로 된 크리스마스 나무'의 모형을 만들어 주었고, 나는 사온 장신구들을 모두 꺼냈다. 동봉한 솜을 올리거나 뭔가를 두르거나 하는 것 없이 그냥 나무에 장신구를 걸어주고 마무리로 크리스마스 전구를 둘러주면 끝! 그냥 귀여워서 함께 사온 트리 안경을 끼고 아이는 완성된 트리 앞에서 어디서 배웠는지 모를 로봇춤을 쳐댔다.



크리스마스를 만든 날이 12월 1일, 산타할아버지가 오는 날은 달력의 중간에 '빨간색'이 되어있는 25일-

아이는 '산타할아버지는 나쁜 아이에게 선물을 주시지 않는다' '울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남편과 나는 이를 십분 활용해서 크리스마스 전날까지 아이의 행동을 산타할아버지의 선물로 제어했다.


"산타할아버지가 우리 OO 밥 먹을 때 돌아다니는 거 아시면 선물 안주 실 텐데... 아무래도 카톡을 보내야겠다"
"안돼!!! 카톡 보내면 안 돼..."

"자 그럼 제자리에 앉으세요~"

"네!"


"아앙- 이거 할 거야"

"자꾸 그렇게 고집부리면 산타할아버지한테 카톡 보낸다!  '산타 할아버지! OO가 고집부린데요!'라고 써야지~'

"아앙 싫어! 싫어!"

"자 그러니까 일어나, 치카치카만 하고 하자..."

"... 응"


아이가 산타할아버지에게 받고 싶은 선물은 매일매일 조금씩 바뀌더니 동갑내기 엄마 친구 딸의 집에서 발견한 '콩순이 편의점'으로 좁혀졌다. 그.러.나...

산타할아버지의 선물을 고모가 보내준 덕에 아이의 새로운 선물을 정하지 못한 채 크리스마스를 맞이했다. 별수 없이 크리스마스 당일에는 산타가 아닌 고모의 선물을 증정! 아이에게는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아직  못 정하셨데, 조금만 기다려보자"라고 말해줬다. 아이야 원하는 선물을 받았으니 순순히 ok!


연말에 꼬여버린 회사일 때문에 선물을 고르지 못했던 터라 부랴부랴 주문을 했고 미안한 마음에 작은 선물을 하나 더 골랐다.

크리스마스가 지난 주말 아침, 아이는 두 개의 선물을 보면서 신나 했다. "산타할아버지가 착한 아이라서 두 개나 줬나 봐!"

아이의 목소리에는 자부심과 기쁨이 가득했다.


크리스마스가 아니더라도 언제까지나 이 아이의 산타로 살아야지.


그런데 이 트리 언제 치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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