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의 이유

027. 생각을 잠재우는 법

by Defie

며칠 전부터 잠을 계속 설쳤다. 머리가 바닥에 닿는 순간으로부터 5분 안에 잠에 빠지는 나의 특성상 이례적인 일- 어렴풋이 어떤 문제 때문인 지는 알고 있지만, 난해한 문제라 풀기가 어렵다.

고민이 있다->안 풀린다-> 잠을 설친다-> 피곤하다-> 다시 피곤하니 세상이 좋게 안 보인다...


바로 이것이 고민의 악순환이다.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생각을 잠재우는 법...


일단 그냥 생각을 풀어둔다. 일부러 막는다고 해서 고민이 없어질 것도 아니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 생각 저 생각 흘러가는 생각을 따라다니다 보면, 어느 날, 뭐야 왜 여기까지 이렇게 된 거지?라는 끝을 발견하게 된다. 단 나같이 일과 육아가 문득문득 온 정신을 빼앗아가는 상황이면 끝이 좀 빠르게 오는데 취준생 이거나 하면 생각의 늪에 빠져 익사할 수도 있으니 일단, 삼일이면 삼일 '생각의 기한'을 정해둔다


대부분의 고민은 그때 이랬으면 상황이 달라졌겠지?라는 후회 혹은 그 사람이 왜 그랬지?라는 누군가에 대한 미련이다. 나도 그도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


상황에 대한 고민이라면, 다시 그 상황으로 돌아갔더라도 아마 그렇게 했을 것이다. 냉정하게 그 상황이 바뀔 수 있었을지 다시 한번 본다. 어느 정도 현실인식이 되면 번뇌는 조금 가라앉는다.

누군가에 대한 미련이라면... 관계는 스토킹 같은 게 아닌 이상 한 명의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니니 누군가가 손을 놨으면 나도 함께 놓아야 한다. 천 길 물 속보다 알 수 없는 게 사람의 마음이고 아무 이유 없이 끌리기도 하듯 아무 이유 없이 싫어지기도 한다. 사람 마음은 별 수 없다.


현재 상황에서 오롯이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을 가르고 할 수 있는 부분에만 집중한다. 나머지는 하늘의 누군가의 뜻일 테고 걱정해봤자 바뀌는 게 없다면 그것만큼 쓸데없는 시간이 없다.


다가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걱정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걱정하는 나를 제삼자의 시선으로 다시 본다. 어차피 오지 않을 일, 걱정해서 뭐한담. 걱정에 파묻혀 정신줄을 놓지 않도록 나를 지킨다.


해결법이 없다는 것을 아는 것 자체가 해결법이다.

무슨 선문답 같은 이야기냐 하겠냐만은 후회, 미련 등을 다 내려놓을 수 있는 방법은 이것뿐이다.


꿈속에서 자꾸만 트라우마가 되는 상황이 등장하는 것은 생각을 많이 해서 일 수도 있지만, 반복적인 노출로 그 일이 익숙해지면서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게 만들기 위한 뇌의 전략적인 특성이라고 어느 책에서 읽었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속에는 망각도 있지만 꿈도 잠도 모두 포함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간밤에도 잠을 조금 설쳤다.


그래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모든 것들이 지나간다.

버티는 나의 힘, 그리고 시간과 체념이 해결해 줄 것이다.


박효신의 야생화, 1시간 듣기...

매거진의 이전글정치, 눈을 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