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대부분의 휴가는 아이의 일정에 따라 결정된다. 아프거나 학부모 호출이 있거나 그런 경우인데 미리 예상할 수 없는 일이 아니므로 휴가를 아껴두는 편이다. 오늘은 아이 병원 영유아 검진 마지막 날이라 부득이하게 오후 반차, 오전 동안 데일리 업무들을 재빠르게 치고 정리에 시간이 걸리거나 집중을 요하는 일들은 일정을 미룬 후 12시 조금 넘어서 회사를 나섰다. 비 오는 정오- 거리는 한산하고 발걸음은 가볍다.
어린이집에 가서 아이를 픽업해야 할 시간까지는 집으로 가는 차 시간을 빼고도 1시간 넘게 여유가 있다. 일단 집으로 가는 동선에 있는 잠실 롯데월드 몰에서 살짝 샛길로 빠져서 몰 이곳저곳을 둘러본다. 한쪽에는 봄 신상이 이제 빼꼼 얼굴을 내밀고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40프로, 70프로 세일 마크를 단 코트들이 쭈그러져 있다. '아... 코트가 싸네...' 옷 몇 점을 손으로 휙휙 넘겨보고있자니 '이렇게 대충 세일이라고 샀다가 내년 겨울에 또 후회하지 않겠냐?' 내 안의 {세일 상품 충동구매 감시인}이 경고의 신호를 보낸다.
'그렇겠지...?'
급 수긍하고 탈출하듯 옷가게를 빠져나와, 나 말고 가족을 위한 무언가를 사기로 한다.
플라잉 타이거에서 아이가 재밌어할 만한 무언가가 없나~살펴보고 남편이 좋아하는 생초콜릿을 살까 말까 조금 고민하다가 24시간 이내에 먹어야 한다는 말에 구매를 조금 미룬다. 밸런타인데이는 모레니까-
벌써 30분 경과! 슬슬 배가 고프기 시작해서 무언가 그동안 먹고 싶었지만 시간에 쫓겨 먹지 못했던 것을 먹기로 했다. 10여분 뒤, 그 많은 먹거리를 뒤로하고, 버스환승센터 앞의 분식집에서 떡볶이를 1인분 시켰다. 어묵 국물도 종이컵 하나에 담아서 옆에 두고 식사 시작! 약 5 개월 간 출퇴근하면서 거의 매일 본 분식집이었는데 하필 제일 마음이 바쁜 퇴근 후 버스 타기 직전에 보이는 곳이라서 그림의 떡처럼, 한 번도 가지 못했던 곳이었다. 기대만큼 그다지 맛있지 않은 그저 그런 떡볶이였지만 그간의 염원을 해결한 것 만으로 만족감 up! 적지 않아 보이던 1인분을 순식간에 먹어치운 후 (가격도 싸지는 않다)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승차인원 달랑 4명남짓- 도로 위의 차도 적은 듯, 차는 쉴 새 없이 집으로 향했다.
식곤증인가... 살짝 졸다 깨보니 벌써 집에 거의 다 왔네- 급 피곤이 밀려오지만 이제 아이를 데리고 검진을 가야 한다. 언제나 고요히 퇴근하는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한낮의 거실에 인사를 하고 모과차를 한잔 뜨겁게 마셨다. 소파에 눕고 싶지만 그랬다간 잠이 들지도 몰라... 있는 힘껏 벌떡 일어나 어린이집으로 향한다.
"엄마! " 아이가 한달음에 뛰어나와 나를 반긴다.
"엄마가 빨리 와서 좋아요~"
"우리 이제 키 얼마나 많이 컸나~ 튼튼해졌나~ 의사 선생님께 보러 갈까?"
"네!"
오후 반차가 육아 업무로 치환된다.
빛나는 아이와 함께여서
일보다 훨씬 더 즐겁고 조금 더 많이 힘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