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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규현 Dec 21. 2016

아내는 꽃길, 남편은 육아의 길

주말엔 학생이 되는 아내, 엄빠가 되는 나

아내의 꿈 찾아주고 백수 되고픈 남편의 기획 노트입니다. 아꼼은 아내의 애칭입니다.


몇 개월 전부터 예정된, 예고된 아꼼의 클래스 수강이 시작되었다.

토요일 아침마다 시간과의 쟁을 한다. 급성 부비동염에 걸린 나는 한 달 넘게 병원에 다니고 있다. 아꼼이 나가야 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어, 병원문이 열리는 시간에 첫 번째 환자로 다녀와야 한다. 아꼼은 나랑 아들이 먹을 점심 수업 쉬는 시간에 먹을 간식을 준비해 나가야 했다. 늦잠을 자거나, 일찍 일어나 밀린 원피스 애니를 보던 평화로운 토요일이 그립다.


제목에 있는 꽃길이 말이 꽃길이지, 아침 10시에 나가서 저녁 8시가 다되어 돌아온 아꼼의  눈은 빨갛게  충혈되어 있다. 지치고 피곤할 텐데, 수업 후기를 몇 시간 동안 들려준다. 아들이랑 잘 지냈는지 물어보지 않아서 서운할 때도 있다. 아들과 보낸 이 하루에 대해 나도 할 말이 많다. 하지만, 잠들기 전까지 본인의 작품사진을 바라보는 모습이 정말 예뻐 보인다. 행복해 보인다. 그런 모습에 투덜거리고 싶다가도 그만두게 된다.


2주차 수업에서 만든 작품


난 하루지만, 아꼼은 5일 내내 힘세고 건강한 19개월 된 아들과 보낸다. 토요일 하루쯤이야 하고 생각했는데, 아들에게 ㅇㅅㄲ라는 말이 1시간 만에 튀어나오게 된다.


하루 종일 혼자 육아를 담당해서 좋은 점도 있다. 아들과 친해졌다. 이전까지는 아들이 졸리거나 배고프면 아꼼에게만 갔다. 이제는 나에게도 온다. 그리고 아이가 언제 잔리를 굴리는지 눈치챘다. 좋은 점인 건지... 길거리 걸어갈 땐 다리 아프다며 다리를 매만지며 주저앉는다. 마트의 장난감 코너에 도착하면 바람처럼 날아다닌다. 집에 오면 바로 술래잡기를 하자고 보챈다. 왜 길에서만 안 걷는 거냐! 나중에 애한테 따지고 싶어 구구절절 남겨본다.


발효종 빵 만드는 걸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는 아꼼. 거짓말 절반 보태어 "아들과 단둘이 있고 싶어서"라는 말을 하며, 클래스를 하는 좋은 베이커를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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