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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규현 Apr 23. 2021

길에 버려진 선물

어릴 때부터 솔직함을 두려워했던 이유는 남의 눈에는 작은 이유로 보일 수 있는 사건이 있었다. 


초등학교에 다니면서 친구를 집에 데려온 일이 딱 한 번이었다. 그 한번. 그때 이후 나는 진심을 주변 사람들에게 감추었다. 아니, 내 진심이 들킬까 봐 보호했다고 볼 수 있다.


10살 때였다. 친한 친구들이 하나둘씩 생겨나던 시기였다. 친구가 집에 놀러 오고 싶다는 말에, 나는 긴장도 되고 설레기도 했다. 친구들과는 집이 반대쪽이었다. 그리고 처음 집에 오는 친구였으니깐..


수업이 끝나고, 친구와 함께 집에 가는 길에 하천을 하나 건넜다. 종종 물고기를 잡고 놀던 하천이었다. 홈그라운드 같은 그런 곳. 친구가 물고기를 잡아본 적이 없다기에 나는 친구에게 그 경험을 선물해주고 싶었다. (파브르 곤충기를 읽고) 처음 물고기를 잡았을 때 나는 파브르보다 더 유명한 학자가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었다. 친구에게도 그걸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집에 들렀다가 옷도 다 젖어가며 작고 귀여운 물고기들을 잡았다. 친구가 집에 간다기에 물고기를 투명한 봉투에 담아 줬다.


다음날, 등굣길에 친구에게 줬던 봉투와 물고기에 길에 버려진 것을 보게 되었다.

그때 들었던 감정은 배신감, 두려움, 부끄러움... 이런 것들이었던 같다. 학교에 가서 그 친구의 눈치를 살피며... 나는 그 친구와 거리를 두고 그렇게 멀어졌다. 그 후로 학교에서 놀고, 집에 친구들을 데려가지 않았다. 수업이 끝나면, 1~2시간을 더 놀다 집에 가는 길에 나는 수많은 상상들을 하며 걸어갔다. 그렇게 상상을 하면, 외롭지는 않았다. 외롭다 생각될 때는, 번화가가 아닌 곳에 살고 있는 부모님을 탓하기도 했다.


이렇게 나는 진심을 보일 수 있는 문을 닫아버렸다.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이런 경험들이 있었을 것 같다. 진심을 보이고 싶지 않게 되는 사건. 좋아하는 사람에게 고백했다가, 거절당한 그런 사건과는 결이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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