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炤炤하고 소소蕭蕭하며 소소한騷騷한 문장] 문

문, 소통의 시작

by sooki

문과 문

인간은 자연에 수정되어 착상한다.

그러므로 지구상의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탄생이라는 문을 통과한다. 탄생의 문을 통과한 생명들은 진화하고 발전을 거듭하여 또 다른 문을 계속해서 만들어 낸다.

그 문은 거대하다.

태초의 문은 위협을 받고 위태롭게 존재하다 사라진다.

문(출입)과 문(글)은 아주 가까이 있지만 또 멀게 위치한다.

인류는 글을 알게 되면서 가족과 사회를 구성하는 마음의

문을 파괴하는지도 모르겠다.

옴, 원형의 문을 찾다.

제주는 우주적 공간의 문, 자연과 공생한다.

탄생의 문을 통과한 생명들은 발전과 진화라는 논리를 두고 자연을 파괴하고 인간 스스로를 병들게 한다.


빈티지로 사랑받는 옛 것, 밀림 아마존을 개발하는 지금,

지구상에 원형의 모습을 찾기란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인간은 이제 도시라는 거대한 아마존 왕국을 세우고,

그 안에서 안도하고 숨 쉬고 몸을 뉘인다.

언젠가 우리는 그 옛날을 복원하는 일을 할지도 모른다.

천천히가 사라진 방안엔 LTE와 5G가 들어섰다.

아날로그는 빈티지가 되었고 귀하게 존중받는다.

손 안에서 즐거움을 만끽하지만 여전히 옛것이 사랑받는 이유는 뭘까? 혼자서는 역시 즐겁지 않은 것인가?!

길을 걷다 만나는 빛바랜 간판이 지붕이 담벼락이 사람을 멈추게 한다. 우리는 비로소 제 옷을 입은 것처럼 편안함을 느낀다.


제주의 문을 찾다.


생명의 문, 밭담

뜰(대지)은 생명의 출발이자 마지막 집이다.

흙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우리들은 고달프지만 건강하다.

들판에도 문이 있다. 하늘이라는 지붕 아래서는 처마가 필요 없다. 누구나 쉬어갈 수 있는 정겨운 밭담을 통해 가장 가까이 보존되는 제주를 기록한다.


삶의 문, 대문

제주는 전통가옥을 연결하는 정낭을 비롯하여 다양한 문이 존재한다. 대문은 신분에 따라 그 모습이 다양하다.

제주의 3 무는 도둑, 대문, 거지가 없는 것을 뜻한다.

높은 담벼락도 육중한 대문도 없는 정겨운 제주의 문.

제주는 돌이 많다. 돌로 지어진 창고와 밭담은 온기가 있다.

돌멩이에서 따뜻함을 느낀다. 역시, 제주를 생각할 수 있는 작은 문을 통해 우리는 소통한다.


소통의 문

사람(아이)과 사람(노인)의 소통은 어렵다.

생의 발걸음을 내딛고 생을 마감하는 발걸음을 멈추는 세대 간의 소통이야 말로 문과 문이 빚어내야 하는 결실이다.

문을 통과해 생명을 부여받아 문을 익히는 동안 우리는

가장 상식적이고 도덕적인 관계의 소통을 잃었다.

현세대를 이해하고 다음 세대를 이어가는 길이야 말로

문의 시작이자 끝이다.


하늘 문/바닷길

섬과 육지를 잇는 유일한 것, 하늘과 바다다.

거대한 철문이 하늘과 바다로 나아가 제주 사람을 이어준다.

이어서 연결되는 문은 아주 중요하다.

욕망을 채우는 일은 오래된 문을 버리게 하거나 잊게 한다.

하늘과 바다의 생명체인 바람과 물을 살리는 일이야 말로

문을 통과한 우리가 반드시 지켜내야 하는 문의 새로운 출발이다.


폐허의 문

황폐하게 죽어가는 제주의 뜰을 마주해야한다.

짓다가 버려진 공간. 방치한 건물. 사람이 떠난 집이

점점 늘어난다. 문을 통과해 문을 잇는 일,

제주 사람과 제주를 드나드는 사람이 공들여 눈을 맞추고

이야기해야 한다.


그러므로 문을 통과한 모든 생명이 원형을 이어나가

다음 문을 짓는 지혜를 배워야 한다.


제주를 오가는 모든 사람들이 내일의 터전을 위해 한 걸음

나아가 함께 노력해야 할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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