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크라단 섬에서 만난 슬로우 라이프
Bon Voyage!
에메랄드빛 바다가 펼쳐진 코크라단 섬.
이곳에 도착하는 순간, 시간이 다르게 흐른다는 것을 느꼈다. 오토바이도, 자동차도 없는 섬. 오직 부두로 들어오는 롱테일 보트만이 외부 세계와의 연결 고리다.
밤이 되면 선선한 바람과 파도 소리만이 섬을 채운다.
꽃이 피고 가끔 낙엽이 떨어지는 태국 남부의 이 작은 섬은, 우리에게는 겨울이지만 이곳에서는 성수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른 아침 일출 시간부터 해변은 생기로 가득하다. 아이와 손을 잡은 가족, 서로를 의지하며 걷는 노년의 부부들이 해변을 산책하거나 조깅을 즐긴다.
바다는 말 그대로 에메랄드빛이다. 투명한 물속으로 산호와 형형색색의 물고기들이 유영하는 모습이 선명하게 보인다.
3박 4일의 짧은 일정이지만, 이곳에서의 하루하루는 충만하다.
우리가 머무는 KALUME' Eco Boutique Resort-Adult only 이탈리아 부부가 운영하는 작은 리조트다. 크기는 작지만 그들의 정성이 곳곳에 묻어난다. 객실은 깨끗하고, 리조트 앞 비치는 거의 한 시간에 한 번씩 청소가 이루어진다. 모래는 항상 고르게 정돈되어 있고, 정원은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식당에서는 이탈리아의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다. 파스타부터 피자, 갖가지 샐러드와 애피타이저까지.
이국의 섬에서 만나는 정통 이탈리아 음식이라니,
이것 또한 특별한 경험이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이곳의 주인인 스테파노(사장님)의
환경 철학이다. 숙소에서는 플라스틱 생수를 판매하지 않는다. 에코를 실천하는 리조트답게, 모든 것이 자연 친화적으로 운영된다.
내가 알기로 코크라단은 2023년 아름다운 바다로 선정되었다. 야자수와 열대 식물 사이로 보이는 터키색 바다, 모래사장을 따라 늘어선 롱테일 보트들, 수평선 너머로 펼쳐진 카르스트 지형의 섬들. 코크라단은 그 자체로 한 편의 다큐멘터리다.
해변의 선베드에 누워 책을 읽다가, 발끝을 적시는 파도에 잠시 발을 담그다가, 먼바다까지 스노클링을 즐길 수 있다.
조금 피곤하면 다시 그늘 아래로 돌아와 선베드에 누워 시원한 음료를 마시는 것. 이것이 이곳에서의 일상이다. 파라다이스다.
복잡한 도시의 삶에서 벗어나 이렇게 단순한 것들이 주는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이 여행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
아침 해변을 걷다 만난 가족의 웃음소리, 옆 리조트 할아버지와 함께 플로깅을 한다. 바다는 소중하니까.
석양 무렵 바다에(선셋 포인트) 잠긴 연인의 실루엣, 노을빛으로 물든 하늘과 바다. 코크라단 섬은 이런 순간들을 선물한다. 서두르지 않고, 비우고, 채우는 시간.
앞서 열흘 동안 머물렀던 코묵 섬의 번잡함을 잠시 잊었을 만큼 이곳은 낙원이다. 3박 4일은 짧지만, 이곳에서의 기억은 오래 남을 것 같다. 플라스틱 없는 리조트, 길게 뻗은 백사장, 국립공원 앞 산호섬, 엔진이 있는 교통수단이 없는 섬, 오직 자연의 리듬으로만 움직이는 이 작은 낙원에서 우리는 잠시나마 진정한 쉼을 경험했다.
곧 떠나겠지만 다시 오기로 이미 결정해 본다.
사바이 사바이(느리게 느리게). 느린 섬. 천천히 그 섬이 내 안에 흘러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