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사는 세상] 산호 무덤 위에 핀 꽃

카오락, Pakarang Cape

by sooki

Khao Lak:

순수한 바닷 사람들, 산과 바다가 아름다운 고즈넉한 휴양지.


카오락을 여러 번 계획에 넣었지만 이번이 처음이었다. 수랏타니에서 열흘을 묵을 때 코사무이에 다녀왔는데, 17년 전 그 풍경이 아니어서 실망했던 기억이 있다. 카오락 메인 해변도 코사무이와 닮은 풍경처럼 보여 ‘글쎄’ 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 하지만 페달을 밟으며 해변을 달리는 동안, 사람들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은 조용했고, 시간은 천천히 흘렀다. 다음에 코수린과 코창, 또는 후아힌에 갈 때 일주일쯤 들러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번잡한 리조트 해변을 등지고 20여 킬로를 달렸다. 파카랑 케이프라는 작은 어촌 부두가 나타났다. 물이 빠져 갯벌이 드넓게 펼쳐져 있었다. 서해안 어딘가를 닮았다. 반대편 해변은 만조 때면 김녕 바닷길처럼 길만 남고 양쪽으로 에메랄드 바닷물이 가득 찬다던데, 지금은 간조라 배들이 뭍에 올려져 있었다. 어망을 손질하는 어부들의 손놀림이 느긋했다.


조업을 마치고 돌아온 배 몇 척이 부두에 닿았다. 그중 한 배는 만선이었다. 카메라를 들고 가까이 다가가자 어부가 웃으며 손짓했다. 위에 올라가라고, 배에 올라서 찍으라고. 태국 시골 어디서나 만나는 따뜻하고 순박한 사람들이었다. 메인 리조트 비치는 외국인 관광객들로 들썩이지만, 우리는 늘 이렇게 사람들의 삶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걸 좋아한다.

부두 곳곳에 산호 무덤이 있었다. 누가 죽여서 쌓아둔 게 아니라 시간과 자연이 만든 풍경이었다. 두껍게 층을 이룬 산호들. 그 위로 길이 나 있고, 어부들은 그 길을 따라 오토바이를 타거나 걸어서 바다로 나간다. 조금 슬펐다. 이 산호들도 언젠가는 살아서 물결에 몸을 맡기며 자태를 뽐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죽음의 층 위로 작은 야생화가 피어 있었다. 해풍을 온몸으로 맞으며 낮게, 아주 낮게 자란 꽃. 하얀 꽃잎이 바람에 떨렸다. 참 이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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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에 온 지 한 달이다. 방콕은 워낙 대도시라 논외로 하더라도, 수랏타니를 제외하고 카오락, 카오속, 치앙마이, 크라비와 남부 섬들의 물가가 2~3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올랐다. 코로나 이후의 변화일 수도 있지만, 단순히 바트 환율만의 문제는 아니다. 어딘가 균형이 깨진 느낌이다. 속된 말로 돈에 환장한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외국인에게 받는 국립공원 입장료는 어디로 가는 걸까? 산과 섬의 관리는 뒷전이고, 숲길은 방치되어 있고, 물은 탁해지고, 플라스틱 쓰레기는 쌓여만 간다. 치앙마이 쪽 리뷰를 보면 서비스는 조잡해지고, 불친절은 당연해지고, 식은 음식과 엉망인 음료가 그냥 나온다는 말들이 보인다. 인스타그램용 사진 한 장 때문에 참고 견뎠는데, 이제는 ‘괜히 왔다, 다시는 안 온다’는 말까지 들린다.

위 사진은 내용과 관계가 없습니다.


이 넓고 풍요로운 땅을 이대로 둔다면, 태국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관광객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제 태국 스스로 환경과 보호, 오버투어리즘의 문제를 마주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사랑하는 태국이 사소한 것들 때문에 점점 멀어질까 봐 걱정이다.

그러고 보니 올해로 태국 여행을 시작한 지 30년째다. 산호 무덤 위에 핀 그 작은 야생화처럼, 변화의 흐름 속에서도 무언가는 피어나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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