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사는 세상] 카오속_Cheow Lan Lake

물에 잠긴 세계의 기억

by sooki

라차프라파 댐과 쩌우란 호수, 카오속(Khao Sok)


댐과 호수의 탄생

라차프라파 댐(Ratchaprapha Dam)은 1982년 태국 남부 수랏타니 주의 카오속 국립공원에 건설되었다. 건설 목적은 수력발전, 홍수 조절, 그리고 지역 관개용수 공급이었다. 댐 건설로 생성된 쩌우란 호수(Cheow Lan Lake)는 약 185제곱킬로미터에 달하는 광활한 인공 호수가 되었다.

하지만 이 아름다움의 이면에는 수몰의 역사가 있다. 댐 건설로 인해 약 10개 마을이 물에 잠겼고, 수백 가구의 주민들이 이주해야 했다. 사원과 집들, 그리고 그곳에 뿌리내린 삶의 흔적들이 지금은 수십 미터 깊이의 물속에 침묵하고 있다. 개발과 보존, 진보와 상실 사이에서 인간은 늘 딜레마에 직면한다.


물 위에 솟은 산, 카오삼끌러

쩌우란 호수의 상징이자 하이라이트는 세 개의 석회암 봉우리 카오삼끌러(Khao Sam Kloe)다. ‘세 개의 봉우리’라는 의미의 이 지형은 마치 물에서 솟아오른 고대의 수호신처럼 호수를 지키고 있다. 석회암 카르스트 지형 특유의 수직 절벽과 그 절벽을 타고 자라는 나무들은 중국의 장가계(張家界), 베트남의 하롱베이(Ha Long Bay)와 견줄 만하지만, 호수라는 독특한 환경이 더해져 더욱 신비로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세계의 경이로운 자연들과의 대화

이곳을 표현하려면 세계의 위대한 자연 유산들을 떠올려야 한다. 노르웨이의 피오르드(Fjord), 뉴질랜드의 밀포드 사운드(Milford Sound)—영화 <반지의 제왕>의 로케이션으로도 유명한—, 페루의 나스카 라인(Nazca Lines),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의 테이블 마운틴(Table Mountain), 그리고 아마존 강까지. 하지만 쩌우란 호수는 그 어느 곳과도 다른 고유의 아름다움을 지녔다.


터키블루의 맑은 호수는 아침 햇살을 받아 보석처럼 반짝이고, 물 위로 솟은 암벽들은 <쥬라기 공원>이나 <아바타>의 판도라 행성을 연상시킨다. 2시간 동안 프라이빗 보트를 타고 호수를 누비며 마주한 풍경들은 매 순간 새로운 경이였다.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오는 보트 위에서, 앞으로 나아갈 때마다 펼쳐지는 광경은 자연이 인간에게 건네는 무언의 선물이었다.

자연 앞의 인간

잘 관리된 호수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태국 정부와 지역 공동체가 이 자연유산을 보존하기 위해 기울이는 노력이 느껴졌다. 하지만 동시에 자연 앞에서 인간은 참으로 나약한 존재임을 깨닫게 된다. 우리는 댐을 건설하고 마을을 수몰시켰지만 수억 년에 걸쳐 만들어낸 이 장엄한 석회암 봉우리 앞에서는 그저 경외할 뿐이다.


쩌우란 호수는 작은 바다 같았다. 물에 잠긴 마을의 기억을 품은 채, 그 위로 펼쳐진 절경은 슬픔과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역설의 풍경이다. 이곳이 언제까지나 지금의 모습 그대로, 미래 세대를 위한 유산으로 남기를 바란다. 개발의 이름으로 잃어버린 것들을 기억하며, 남은 것들을 더욱 소중히 지켜야 할 이유가 여기 있다.​​​​​​​​​​​​​​​​

이 거대한 물의 세계는

월드컵경기장 약 26,000개를 합친 크키로

다른 비교로 설명하면

서울 여의도 면적(2.9 km²)의 약 64배

서울 강남구 면적(39.5 km²)의 약 4.7배

제주도(1,849 km²)의 약 1/10 크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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