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사는 세상] 나무의 시간_ChiangMai

changthong heritage park

by sooki

창똥 헤리티지 파크의 나무들


이식된 거대한 나무들이 만들어낸 인공의 숲. 창똥 헤리티지 파크(Changtong Heritage Park)는 개인이 조성한 공원이라고 했다. 수많은 나무와 식물, 호숫가의 작은 인공 폭포까지. 제법 넓은 부지를 거닐며 나는 한 가지 질문에 사로잡혔다.

이 커다란 나무들은 어디서 왔으며, 얼마나 긴 시간을 견뎌 이곳에 뿌리내렸을까.

나무의 이식은 폭력적인 사건이다. 수십 년, 때로는 백 년 이상 한 자리를 지켜온 생명체를 뿌리째 뽑아 다른 곳으로 옮기는 일은 학대다. 뿌리 주변의 흙을 최대한 보존하고, 가지를 잘라내고, 트럭에 싣고, 다시 새로운 땅에 심는다. 그리고 기다림의 시간이다. 나무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까지는 적어도 3년에서 5년, 큰 나무일수록 더 오래 걸린다. 뿌리가 새 땅의 흙과 만나 다시 호흡하기 시작할 때까지.

이곳의 나무들을 보면, 그들은 이미 이곳의 주인이 된 듯하다. 지상으로 드러난 뿌리들이 땅을 움켜쥐고 있고, 몸통에는 세월의 무늬가 새겨져 있다. 나무의 무늬는 그저 장식이 아니다. 그것은 나무가 태어나서부터 축적해 온 데이터다. 가뭄을 견딘 해의 좁은 나이테, 풍성했던 해의 넓은 나이테, 벌레가 파고든 구멍, 다른 식물이 기생했던 흔적. 나무의 표면에는 그 나무가 살아온 모든 시간이 기록되어 있다.

커다란 아름드리 고목들 사이를 걸으면서 다시 생각한다. 나무의 삶 그 너머의 가치를. 나무를 왜 “아낌없이 주는” 존재인지 실감하게 된다. 그늘을 주고, 산소를 주고, 새들에게 보금자리를 주고, 바람에게 쉬어갈 자리를 준다. 심지어 죽어서도 흙이 되어 다른 생명을 키운다.

이곳의 나무들 중에는 겉으로 뿌리가 돌출된 것들이 있다. 판근(板根, buttress root)이라 부르는, 열대우림 나무들의 특징이다. 얕은 토양에서 큰 몸을 지탱하기 위해 나무는 뿌리를 땅 위로 넓게 펼친다. 마치 건축물의 버팀목처럼. 그 뿌리 주변에는 이끼가 끼고, 고사리가 자라고, 아주 작은 잎들이 돋아난다.

나무 몸통에 새겨진 세로줄 무늬, 혹처럼 솟아오른 굴곡, 구멍 속에서 싹튼 새 생명, 덩굴식물이 감아 올라간 자국들이 보인다. 나무는 그저 서 있는 것이 아니다. 나무는 자신의 몸을 다른 생명들과 나누며 살아간다.

창똥 헤리티지 파크가 언제, 왜, 어떤 나무들로 만들어졌는지는 더 알아봐야겠지만 이미 이 공간은 하나의 답을 보여준다. 인간이 만든 정원이지만, 나무들은 그곳에서 다시 숲이 되어가고 있다. 이식된 나무들은 새로운 땅에서 뿌리를 내리고, 그늘을 만들고, 새들을 부르고, 바람과 빛을 받아들이며, 다시 한번 자신의 시간을 새기고 있다.

나무란, 결국 시간을 견디는 존재다. 그리고 그 시간을 우리는 무늬로, 그늘로, 숨결로 받아볼 뿐이다.​​​​​​​​​​​​​​​​


태어난 곳을 기억할까? 이 나무들은… 더 이상의 폭력 없이 이곳에서 언제까지 건강하게 숲을 이뤄주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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