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세 심리상담 전공으로 대학원 가기
나는 언제부터 심리상담이 필요한 사람이었을까? 아마도 나는 전 생애에 걸쳐 심리상담이 필요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아들이 태어나기를 간절히 바라던 가정에 셋째 딸로 태어나면서부터 이미 결핍이 시작되었다.
초등학교 때까지는 나에게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잘 인식하지 못했지만 학교 생활에 적응을 유난히 힘들어했었다 . 중학교 때는 부모님의 갈등으로 내 문제는 자연스럽게 묻혔었다. 고등학교 때는 학업과 타지방에서의 자취생활로 스트레스가 극도에 달해 여러 가지 신체적 증상으로도 나타났지만 기댈 수 있는 성인이 아무도 없었기에 사랑받고 싶은 욕구를 국어 선생님을 심하게 짝사랑하는 것으로 대치했다. 그것은 마치 살아갈 의미를 찾기 위한 마지막 방법으로 필사적으로 사랑하고 몰입할 사람을 만드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선생님에 작은 행동에서 지나치게 의미를 담아 확대 해석 했다. 내가 만든 가상세계였지만 힘든 시간을 조금은 위로 받을 수 있었다. 가끔 선생님도 그런 간절한 텔레파시에 유쾌하게 응답해 주셨다.
대학을 가고 더 적극적으로 자신을 노출시켜야 하는 상황에서 교우관계나 다른 사회적응 부분에서 많은 부족한 점이 드러났다. 부모님과 함께 살았던 시간들 속에서도 애정결핍으로 자랐는데 타지방에서의 자취생활은 나를 더 고립적인 사람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20대 후반 잠깐 접한 심리치료는 상담 공부를 하고 싶다는 마음을 처음으로 갖게 했다. 어쩌면 유아기 때부터 삶의 외로움과 의미 없음을 막연히 느끼며 살았기에 본능적으로 철학이나 심리 쪽에 관심이 갔었던것 같다.
어느 날은 이 분야의 공부를 하고 싶다가 아니라 해야만 이 세상에서 숨을 쉬고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어쩌면 나 자신을 스스로 치료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눈앞의 현실은 어떻게 하면 이 일을 해서 원하는 공부도 하고 수입을 창출할 수 있을까에 늘 초점이 맞추어 있었다. 그런 나는 누군가를 상담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이 길을 여러 번 노크했지만 길이 열리지 않았다. 마지막 도전에서 실패하고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근처 대학 캠퍼스의 낙엽을 밟으며 걷다가 막연히 내가 다시 공부를 한다면 이 대학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문득 '지금도 늦지 않은 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퇴직을 앞둔 나이에 상담공부가 어떤 의미가 있을까?를 생각해 보았다. 이 공부로 자격증을 취득해서 수입을 창출할 수 없다 하더라도 나는 이 공부를 하고 싶은가? 이런 질문자체가 나에게는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수입을 창출할 수 없는 일에 시간과 돈을 낭비할 만큼 여유 있게 살지 못했다. 그런데 이제 나는 50 중반에서 그 질문을 나에게 처음으로 하게 되었고 나는 그렇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렇다면 50대 중반에 상담심리를 공부한다는 건 나에게 어떤 의미 일까?
1. 나를 좀 더 객관적으로 이해함으로써 나를 더 사랑하고 편하게 놓아줄 수 있다.
2. 수입을 창출하지 않아도 다른 가치가 있다.
3. 다른 사람의 심리를 이해함으로써 갈등을 줄이고 문제를 지혜롭게 해결할 수 있다.
4. 노후에 정신적으로 삶을 더 풍요롭게 즐길 수 있다.
5. 배운다는 것 자체가 삶의 활력소가 될 수 있다
6. 이제는 즐기면서 공부할 수 있다(성적에 얽매이지 않고 누군가에게 잘 보이려 하지 않고)
7. 여유시간을 가치 있게 쓸 수 있다.
8. 도전한 나 자신에 대해 자존감을 느낄 수 있다.
9. 우울증 개선에 도움이 된다
10.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새로운 분야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11. 돈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것은 스스로 하고 정말 하고 싶은 일에 가치 있게 투자할 수 있다.(운동, 다이어트는 스스로 집에서 해도 됨)
12. 공부만큼 빠른 내적 변화를 일으키는 것을 찾기가 힘들다
13. 은퇴 후 소일거리를 할 때 도움이 될 수 있다.
14. 자격증을 가지고 봉사활동도 할 수 있다.
15. 자녀들에게 좋은 부모가 될 수 있다.
그래 도전해 보자!!
2024년 3월, 인생 숙제와도 같았던 상담심리대학원에 드디어 입학하였다.
그리고 지금 나는 석사 2학기를 마치고 3학기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