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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림의 왕 수니 Aug 07. 2024

이유식,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6개월 - 시판 구매 vs 엄마표, 제 선택은 바로!!

2023. 01. 역병을 이겨내고 맞은 새해의 어느 날.


  돌아온 일상에 적응하기가 바쁘게, 우리는 또 다른 변화를 시작해야 했다. 이는 바로 '이유식'. 생후 4~6개월이 된 아이들은 빠른 성장속도와 함께 모체에서 받은 영양소가 점점 사라진다. 따라서 기존의 수유 외에 영양 공급이 필요한데, 이를 보충하기 위한 것이 이유식이라고 한다. 완전한 유치의 발달 전에 잠시 취하는 식사 형태 이상의 의미가 있음을 깨닫고 나니, 나는 셰익스피어도 울고 갈 고민에 빠졌다.


사느냐 죽(을 끓이)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당연히 엄마가 직접 만들어 먹이는 것이 최고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요즘이 어떤 시대인가? 손가락 하나로 집 앞까지 모든 것을 배송을 해주는 세상이 아닌가? 심지어 꼭두새벽에 말이다. 이는 이유식 세계에도 예외 없었다. 전문 기업의 재료 품질 및 제조 관리, 배송 시스템, 전문 영양사의 식단 구성 등. 웰메이드 그 자체였다. 그럼에도 홈메이드 스타일을 원한다면? 동네마다 심심찮게 위치한 이유식/유아식 전용 반찬가게를 이용해 이를 대신할 수 있다. 그러니 시판 이유식이야 말로 영양도 챙기고 부모의 수고도 덜어주는, 일석이조라는 단어의 현실패치인 셈이다.


  더불어 이유식 조리와 관련한 세간살이 구입 비용을 계산하면 제2의 혼수라 불릴 만큼 결코 가볍지 않고, 요리(정확히는 전후처리)에 질색인 내가, 돈 들여 공 들여 만든 것을 아이가 잘 안 먹는다면? 그건 안 봐도 극대노 하이패스행이었다. 그렇게 이미 답이 정해졌는데도 나는 여전히 마음이 불편했다. 육아휴직 중이니 시간을 낼 수 있는데.. 초기 이유식은 간단하다는데.. 책 보고 만들면 다양한 재료로 만들어 줄 수 있을 텐데.. 등 마음속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셀프 잔소리가 전하는 눈치는 나를 계속 망설이게 했다. 무려 몇 주간이나…


   하지만 이 고민을 가장 무색하게 만든 것은 역시나 아이였다. 수유 때마다 모유든 분유든 가리지 않고 반짝이는 눈으로 잘 먹는 아이를 보고 있자니, 속단하기보다는 용기내어 시작하는 것이 현명해보였다. 인생사가 그러하듯, 정 힘들면 그 상황에 맞도록 대처하면 되니... 고민하며 보낼 시간에 일단 앞으로 나아가기로 했다. 그렇게 만 6개월을 꽉 채우고 부랴부랴 최소한의 도구를 구입하고, 책을 참고해 식단표도 짜보았다. 막상 준비하고 나니, 시작이 반이듯 오히려 얼른 도전해보고 싶어졌다.

과소비 아님. 나름 미니멀한 준비.
MBTI 확신의 J인증



 

  그렇게 시작한 이유식은 대성공이었다. 호기심이 많은 아이답게 새로운 음식을 접하니 식사시간을 더욱 즐거워했다. 반찬처럼 색색이 올려 주는 토핑을 큰 눈으로 바라보며, 빨리 달라고 손발을 버둥거렸으니...^^ 이어 이유식에 익숙해 질수록, 늘어난 횟수와 양을 감당하느라 육퇴보다는 야근이 계속됐다. 하지만 아이의 반응을 기대하며 보내는 그해 겨울밤은 지난 내인생 어느 때보다 따뜻했다.

이유식을 반기는 딸내미
점점 늘어나는 이유식 토핑들


* 2024년에 전하는 여담.

  호기롭게 시작했던 이유식은 돌을 지나 유아식까지 계속 만들었다. 분명 행복했다. 하지만 둘째가 생긴다면, 처음부터 시판 이유식! 놓치지 않을거예요^.~



* 사진 출처 :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18298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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