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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림의 왕 수니 Jul 24. 2024

내가 코로나라니! 5개월 아기도 걸렸다니!!

5개월 - 아이의 인생 첫 질병. 엄마가 쏘아 올린 코로나.

  2022. 12. 찬 바람에 코끝마저 맵던 겨울날.

  

  생후 5개월이 된 아이와 맞는 첫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양일간 마음과 다른 몸 상태가 계속됐다. 세상을 들썩인 코로나19가 여전히 유행이었지만, 밖에 나가는 일이라곤 1주에 2번. 그것도 1시간 이내 1:1 운동수업이 전부였기에 좀 더 독한 겨울 감기라 믿고 싶었다.


  하지만 온몸의 통증과 고열, 선인장을 통째로 삼킨 듯한 별난 인후통은 그 녀석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서둘러 내원해 검사를 했고, 결과는 역시나 코로나 양성이었다.


  난데없이 탑승한 코로나 막차에 가장 먼저 떠오른 건 딸이었다. 입이 더욱 말라왔다. 흔들리는 멘털을 부여잡고 격리부터 시작했다. 집 구조상 완전할 수는 없었지만 뭐라도 해야 했다. 남편은 시간 맞춰 아이의 열체크를 했고, 아이는 우리의 심정과는 다르게 평화롭게 푹푹 내리는 눈을 구경했다. 딸에게는 인생 첫눈이었다.


  다음날 이른 아침. 아이는 평소보다 일찍 깨어 더욱 보채기 시작했다. 오후까지 계속된 모습에 전날보다 짧은 간격으로 체온을 쟀고, 이윽고 시작된 발열이 그 모든 이유를 설명했다. 대체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는 걸까. 서둘러 남편을 아이와 함께 병원으로 보냈고, 결과는 또다시 역시나ㅡ 온 가족 확진이었다.


  잔뜩 처방받은 약을 아이에게 투약하니 나아지는 듯 보였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유난히 길었던 새벽. 해열제가 무색하게 다시 오르기 시작한 열은 결국 40도까지 치솟았다. 아이들은 꼭 밤에 더 아프다더니... 보건소의 안내로 대면 진료가 가능한 병원을 찾아갔다. 진료 결과는 이미 초기 폐렴상태. 빠른 입원이 필요했다.


코로나 검사 후 대기중인 귀염둥이

 입원 수속 후. 채혈과 수액 투여를 위해 작은 발에 꽂히는 바늘을 보고 있자니, 내게 꽂히는 것 같았다. 좀 더 빨리 올 것을 왜 그렇게 대처했을까. 자식에게 때론 죄책감이 들기도 하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겠지만, 갑자기 입원까지 하니 이는 제곱이 되었다. 눈물이 났다. 그렇다고 아이처럼 펑펑 울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감정을 추스르고 침착하게 엄마 역할을 해내야 했다. 그것도 아빠의 도움 없이 혼자서.


  격리 병실은 1인실을 여건상 2인실로 나눈 것 같았다. 병실마저 내 마음을 대변하는 곳에서, 우리의 입원생활이 시작됐다. 아이의 간호는 성인과 여러모로 달랐다. 그중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식사. 분유를 먹으니 수유품을 따로 챙겨야 했고, 격리로 비치된 것을 사용할 수 없는 점은 불편함을 더했다. 물마저 개인 포트로 끓이고, 식혀서 써야 했다. 더욱이 하루에도 수개씩 사용하는 물품들을 세척은 당연하고, 열탕 소독까지 해야 했다.


  물론 일부는 일회품으로 대체할 수 있었겠지만, 갑자기 일어난 상황에 이를 준비할 여력은 없었다. 이는 아이도 마찬가지. 아픈 컨디션과 바뀐 환경 탓에 때맞춰 잘 먹던 분유도 한 두 입 먹고 거부했고, 자주 울었다. 이런 불규칙한 수유와 수면은 밤낮으로 어마무시한 투정을 동반했다. 입원 병동 전체를 들었다 내려놓을 기세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엄마니까, 살뜰하게 아이를 케어해야 했다. 하지만 나 역시 환자였다. 집에서 회복 중인 남편이 부러웠다. 난생처음 겪는 질병에 온몸의 면역체계가 비상을 선언하듯 휴식의 신호를 보냈지만, 쉬기는커녕 때맞춘 식사와 투약조차 어려웠다. 그저 모든 증상을 꾸역꾸역 견뎠다.


  그렇게 아이를 돌보다 안겨 잠든 아이를 눕히고 나면, 들끓던 피가래를 뱉어 내며 숨을 돌렸다. 이후엔 병실 내 열악한 수도시설에서 한가득한 수유품을 씻고 소독하길 반복했다. 새벽엔 아이 곁에서 앉은 채로 눈을 붙였다. 인간으로 태어났지만 며칠을 잘 익힌 새우처럼 지내니, 집에서의 임종체험이 그리웠다. 좁아도 최소한 누워 있을 순 있었으니...


휴.. 차라리 내가 아픈 게 낫지.

  이만큼 자녀가 아플 때에 부모의 심정을 대변하는 말이 있을까. 하지만 그날 내 현실은 막연히 생각했던 절실한 모성애의 아름다움만은 아니었다. 엄마이기전에 질병 앞에서는 평등한 인간이기에, 차라리 아이대신 내가 두배로 아픈 게 여러모로 효율적이었을 것이라 생각했으니까. 


  다행히도 아이의 회복은 예상보다 빨랐고, 아이도 이를 증명하듯 집에서처럼 수시로 뒤집었다. 침대 전체를 오가며 데굴거리니 아이발에 꽂힌 링거줄은 수차례 꼬였지만, 반대로 나는 긴장을 풀을 수 있었다.


감사하게도 컨디션을 회복한 귀염둥이




  퇴원 후. 우리의 첫 크리스마스를 코로나에게 송두리째 뺏긴 아쉬움은 연말의 쓸쓸함을 더했다. 무엇보다 집에 홀로 남아 여유로운 확찐자라이프를 보낸 줄 알았던 남편이, 내 예상과 다르게 야윈 모습으로 반기니 새삼 측은했다. 그런 서로를 위로하기 위해 육퇴 후 치킨파티와 함께, 새해를 계획했다. 건강을 최우선의 목적으로 구체적인 목표를 정했다. 그리고 서랍 한구석에 방치했던 각자의 영양제를 식탁 위로 꺼내두었다.

부모가 되니 아플 자격(?)도 없어진 것 같지만, 그 덕에 건강하면 우리 모두 럭키비키니까! ^.~



*2024년에 전하는 여담.

 작년부터 내 인바디 수치는 이상적인 D자형이다. (이는 4년 전 바디프로필 촬영을 준비하며, 헬스장에서 매일 2~3시간씩 운동했을 때와 같은 수치다.) 아이 안기로 단련한 이두와 삼두, 놀이터에서 단련한 하체의 공이 크다. 육아 최고! 완전 럭키비키잖아?^^^**


* 사진 출처

1. https://m.entertain.naver.com/article/609/0000870083

2. https://blog.naver.com/babydreamer5/223491561893?photoView=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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