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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림의 왕 수니 Aug 27. 2024

남편의 어린이집 4불가론.

7개월 - 어린이집 현관 앞 회군.

  2023. 02. 우리가 처음 보낸 겨울의 끝자락.


  차는커녕 유모차도 없이 아이와 7개월을 집에서 꼼짝없이 보내니, 답답함은 한계에 달해갔다. 더욱이 서기 연습을 시작한 아이는, 디딜 수 있는 것은 뭐든 짚고 몸을 세웠다. 그것이 강도가 약하거나 바퀴가 달린 물건이어도 구분 없이… 그렇게 아이의 활동반경이 넓어지니, 크면 큰 대로 눈을 뗄 새가 없는 것은 여전했다. 그러다 보니 차라리 조금 수고스러워도, 아기띠를 하고 집 앞 마트라도 다녀오는 것이 편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낯선 번호로 한 통의 전화가 왔다.

2023. 02. 07. ~ 02. 17.


“어머니 안녕하세요. OO어린이집입니다.
우리 쟈니가 3월에 입학이 가능해서 연락드렸어요.”


네??? 벌써요????


  사실 모두가 어린이집 입학이 어렵다기에, 미뤄질 것을 예상해 원하던 날짜보다 조금 이르게 신청했었다. 그런데 바로 자리가 났다니 너무나 감사했지만, 한편으로는 갑작스러웠다. 하지만 나는 지칠 대로 지쳐있었고, 아이는 낮엔 서기 연습, 밤엔 이앓이로 또다시 24시간 케어가 필요했다. 더불어 내게 뒤늦게 찾아온 산후풍까지. 모두가 나를 예민하게 만들기에 완벽했다. 그러니 이참에 아이를 기관에 보내고, 그 시간에 병원을 다녀오거나, 쉬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남편의 의견은 달랐다.

"몇 시간 정도 보내고 싶어?"

"글쎄. 너무 길게 보내면 힘들어할 것 같아서, 병원 다녀올 시간정도?"    

"그래? 내 생각엔 우리가 4가지를 판단해야 해. 우선 주요 예방접종이 끝나지 않았고, 둘째는 아직 구강기라는 것 (입에 뭐든 넣으니 감염에 취약). 셋째는 걷기와 의사표현을 못한다는 것 (본인 몸을 스스로 못 다루고, 좋아 or 싫어 정도의 의사 표현도 불가). 넷째는 그러다가 아프면 (최악의 경우, 코로나로 입원 때처럼) 며칠간 결석은 당연하고, 낮에 당신 혼자 아픈 아이를 케어해야 할 수도 있어."


본인이 이성계도 아니면서, 내게 요목조목 설명하는 4불가론은 제법 일리가 있었다.


"그러게.. 나도 아이도 둘 다 아프면 안 되지. 휴… 근데 그럼 나는 병원 언제가?ㅜㅜ"

"근처에 야간 진료하는 병원 있을 거야. 그런 날은 내가 퇴근하고 최대한 빨리 올게. 토요일 포함해서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 집중적으로 치료받으면, 좋아질 거야. 그래도 힘들면 그때 가서 또다시 방법을 찾아보자.”




  남편과 대화를 끝낸 후. 돌이전 어린이집 입학 후기를 찾아보았다. 장점도 정말 많았지만, 어쩐지 내 마음엔 걱정을 부르는 후기들이 더 크게 와닿았다. 결국 4불가론은 차치하더라도, 아직은 내가 마음의 준비가 안된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갑작스레 찾아온 어린이집 입학 결정은, 사실상 산후풍 치료와 보약 덕에 1차 회군을 결정할 수 있었다.


2023. 02. 20. 드디어 우뚝 섰다.


* 2024년에 전하는 여담.

  아이는 돌을 지나고, 주요 접종을 끝낸 후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했다. 집에 온종일 있을 때보다 재밌어했다. 그리고 나는 "그냥 보낼걸… 진작 보낼걸…"을 앵무새처럼 반복하며, 한동안은 ‘껄무새’로 지냈다.ㅎㅎ



* 사진 출처 : https://www.aladin.co.kr/m/mletslooks.aspx?ISBN=K472535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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