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서 샀다. 고구마 과자. 왜 이름이 고구마 과자인지는 모른다. 천 원을 주었다. 한 봉지에 천 원. 나는 천연덕스럽게 바구니에 담았다. 그리 분량이 많아 보이지는 않는다. 어떤 기억을 더듬으며 이 과자를 담았겠지. 모양은 그렇다. 타원형의 과자에 가운데는 타원형의 등고선 같은 모양이 들어 있다. 과자 제목은 고구마형 과자라고 적혀있다. 이게 어디 보아서 고구마 형이라는 것인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 옛날부터 이 과자는 고구마 과자라고 불렸다. 그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다. 나는 추억을 씹는다. 맛은 옛 맛 그대로인데 사람들은 가고 없다.
때는 바야흐로 내가 5~6세 경의 이야기이다. 그러니 대략 1967년이나 1968년 경쯤의 이야기가 되겠다. 가게에서 이 과자를 팔았다. 그때는 가게라고도 하지 않았다. 그저 점방이라고 불렀다. 많은 물건을 가져다 놓지도 않았다. 그저 국수나 라면, 몇몇 주전부리 과자에 소주 등등을 팔았다. 늙수그레한 아주머니가 뒷방에서 빼곰히 방문을 열고 어린 나를 맞아 주었다.
이 고구마 과자는 1원에 열 개를 주었다. 그리고 바가지 과자라고 있다. 바가지 과자는 사각형 모양의 밀가루를 뻥 튀겨 내어 놓은 것인데 1원에 네 개를 주었다. 맛은 고구마 과자가 나았다. 아무래도 유탕에 튀겨낸 것이 더 맛이 있었다. 이 외에도 하얀 눈깔사탕도 팔았다. 그 눈깔사탕은 서서히 녹여 먹으면 좋았다.
하루 한번쯤은 이 점방을 드나들어야 직성이 풀렸다. 하지만 돈 1원을 어디서 구하랴. 나는 고구마 과자가 먹고 싶어 엄마에게 떼를 썼다.
“엄마, 난 돈 1원만......”
그러면 어머니는 말했다. 내가 돈이 어딨노, 이놈아 니가 돈을 맡겨 두었나, 허구한 날 돈타령이, 내가 돈을 찍나 만드나, 이눔아야
엄마의 뻔한 이야기는 이미 수 백번 도 더 들어 잘 알고 있었다. 나도 이미 이골이 나서 나름 전략이 필요했다. 그 전략은 떼쓰기이다. 하지만 무작정 대고 떼를 쓰기보다는 엄마의 지갑을 여는 최선의 대책이 필요했다.
그것은 엄마의 동선에서 알짱대며 최대한 엄마의 하는 일을 방해하는 일이었다. 치마꼬리를 잡는다거나 칭얼대기 등을 계속하다 보면 엄마도 결국은 지치기 마련이다. 물론 이때도 엄마의 기분 상태를 잘 살펴야 한다. 무조건 대고 들이대다가는 뺨을 맞기 일쑤다. 그래도 기분이 좋거나, 그리 나쁘지 않은 날은 엄마도 못 이기는 척하며 어린 다섯살 난 아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것이다.
이것도 통하지 않으면 나는 바람벽을 누워서 찼다. 그러면 벽이 흔들리며 소리를 냈다. 어린 시절의 집은 무허가 판잣집으로 벽은 나무 기둥 주위를 수수대를 대고 진흙을 발라 지은 집이었다. 어린 나도 그 얼마나 허술한지 잘 알고 있다. 물론 살살 누워서 칭얼 대며 벽을 찼다. 그러면 엄마는 또 소리를 지른다.
“이놈아, 벽이 무슨 잘못이 있다고 그리 차대노, 저 써 그럴 놈이.......”
그러면 방구석에 앉아 있던 할머니가 거든다.
“야들아, 오죽하면 그러겠나, 돈 줘 보내라.......”
그러면 엄마가 말했다.
“어머니 저놈이 수법이 뻔하다 아닙니까, 한두 번입니까”
엄마가 구시렁거리며 말하면 또 할머니는 내 편을 들어 말한다.
“오죽 먹고 싶으면 그러겠나......”
그러면 엄마는 마지못해 치마폭을 걷어 그 안쪽 속바지 쪽에서 동전 지갑을 꺼냈다. 딸랑대는 동전 지갑 속에서 돈 1원짜리 하나를 꺼내 내 손바닥에 올려 주는 것이다. 그리고는 이렇게 다짐을 해 두는 것이다.
“니, 오늘 이 1원 말고든 더 없데이, 씨알도 안 먹히니까, 오늘은 이것을 끝이다. 알았지”
그러면 어린 대여섯 살의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돈 1원을 들고 부리나케 점방으로 향했다. 그러면 앞서 말한 점방의 늙수그레한 아주머니가 뒷방 문을 열고 나왔다.
“뭘 줄까?”
여러 가지가 놓은 과자와 사탕들 중에서 나는 하나를 골라야 했다. 돈 1원으로 최대 효용을 만들 수 있는 것이어야 했다. 그래서 고른 것이 고구마 과자였다. 나는 주인아주머니가 세는 것을 유심히 살폈다. 하나라도 적게 주지나 않을까 하고, 또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보너스로 하나 더 얹어주는 행운을 얻을까 하고.
이윽고 고구마 과자 10개가 조그만 종이 봉지 안에 담기면 나는 의기양양해져서 그것을 들고 집으로 향했다.
“이거 맛있다, 할메도 줄까.....”
하면 할머니는 말했다.
“니 묵으라.....”
“할메도 하나 잡수소......”
하나를 내밀면 할머니는 그것을 다 빠진 입 안의 몇 개 안 남은 이빨로 우물우물해서 삼키는 것이었다. 그러면 나는 그 고구마 과자를 뽀득뽀득 소리를 내며 먹었다.
그러면 길고 긴 여름날 하루가 기쁨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
마트에서 산 천 원짜리 고구마 과자를 먹는데 옛 생각이 나서 몇 자 적어 보았다. 그 할머니도 어머니도 모두 돌아가시고 아무도 안 계시는데 옛 생각은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맛도 옛 맛 그대로인데 사람들만 사라지고 없다.
오늘도 덥고 길고 긴 여름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