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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Common Sense)으로 혁명을

by 김영근

지난주에 법원에서 날아온 편지 한 통을 받았다. 무작위 추첨에 따라 연방 법원 배심원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되었으니, 배심원 적합여부를 묻는 물음에 응답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에고 또 귀찮은 일 생겼구먼’하며 편지가 안내해 주는 온라인 접속을 하여 물음에 응답하였다. 그 질문지 가운데 ‘다음 항목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배심원 선정 면제가 된다’는 안내가 있었는데, 그 항목 하나에 내가 속해 있어 ‘이게 좋은 일인가 모르겠네. 아무튼 가볍게 해결되었구먼…’히며 걱정을 덜었었다. 내게 해당되는 항목이란 ‘나이 70 이상인 사람들’이었다.


기억컨대 배심원으로 법원에 다녀온 적이 서너 차례 있었다. 배심원으로 소집된 사람들을 위한 오리엔테이션을 받으면서 들었던 말이 떠오른다.




“법정에 들어가기 전에 이 다섯 가지를 명심하십시오. 첫째 공정해야 합니다. 둘째 주의 깊게 들어야 합니다. 셋째 배심 사건에 대해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아야 합니다. 넷째 언론과 접촉해서는 안됩니다. 다섯째 상식적으로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교육자는 마지막 항목인 상식적으로 판단하라는 것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었다. “법정은 배심원 여러분들에게 전문적인 법률지식을 요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들에게 요구되는 판단 기준은 바로 상식입니다.”


상식이란 것이 어느 곳, 어느 때나 항상 옳은 것만은 아니다. 또한 시대와 상황에 따라 상식은 바뀔 수도 있다. 그러나 상식적 판단이란 비단 법정에서뿐만 아니라 사람 살아가는 모든 일상에서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상식이란 자기 자신뿐만이 아닌 다른 사람들을 함께 생각하는 마음이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걸어 다니는 혁명가’로도 불리는 토마스 페인(Thomas Paine 1737 – 1809)은 그의 별명과는 다르게 <상식(Common Sense)>이라는 책으로 유명한 사람이다. 만일 그의 저서 <상식>이 없었다면 역사상 미국독립은 없었거나 늦어졌거나 아니면 다른 모습으로 나타났을 것임으로 세계사가 바뀌었을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


토마스 페인(Thomas Paine)이 말했던 상식은 지극히 간단한 것이다. 바로 민주공화국이 옳다는 것이다. 그 시대 그가 말한 민주공화국의 주인이 백인 남성으로 국한된 지극히 편협한 상식일지라도 그것은 혁명이었다. 민(民)이 주인 되는 세상이 상식이라고 선언한 까닭이다.


그가 <상식>에서 말하는 사회(society)와 정부(government)를 곱씹다 보면 민(民)이 해야 할 일들이 저절로 드러난다. 하여 상식이 혁명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사회를 만든 것은 우리의 필요이고, 정부를 만든 것은 우리의 악함이다. 사회는 우리의 관심을 통합함으로써 적극적으로 우리의 행복을 증진시키고, 정부는 우리의 악함을 억제함으로써 소극적으로 우리의 행복을 증진시킨다. 전자는 소통을 촉진하고, 후자는 구분을 만들어낸다. 전자는 후원하고, 후자는 징벌한다.


사회는 어떤 것이라도 축복이지만, 정부는 최고의 것이라도 필요악일 따름이다. 최악은 참을 수 없는 정부다. 정부에 의해 괴롭힘을 당하거나 고통을 겪을 경우 우리는 차라리 정부가 없는 나라가 더 낫다고 생각한다. 우리를 괴롭히는 수단을 우리 자신이 만들었다고 생각하면 우리의 불행은 더욱 커진다.


Society is produced by our wants, and government by our wickedness; the former promotes our happiness positively by uniting our affections, the latter negatively by restraining our vices. The one encourages intercourse, the other creates distinctions. The first a patron, the last a punisher.


Society in every state is a blessing, but government even in its best state is but a necessary evil; in its worst state an intolerable one; for when we suffer, or are exposed to the same miseries by a government, which we might expect in a country without government, our calamity is heightened by reflecting that we furnish the means by which we suffer.>



그리고 2025년 삼월 열흘에 간절히 기도하나니.

미국이나 대한민국이나 상식의 길을 걷기를.


특히 대한민국 헌법재판관들이시여! 이 시대의 상식으로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는 혁명의 선두가 되어 주시기를.

대한민국이 민주주의의 상징이 되는 새 세상을 여는 열쇠가 그대들 손에 놓여 있음으로.


간절히 바라노니, 상식으로 혁명을 이루려는 민주시민들의 소리에만 귀 기울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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