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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삶의 선생이신 당신께

by 김영근

제 세탁소의 오랜 단골들 가운데 여든 넘으신 손님들이 몇 분 계시답니다. 그이들이 사, 오십 대 나이에 제 가게에 첫 발을 들여놓으셨던 분들이지요. 이제 세탁소 찾을 일이 별게 있겠습니까마는 셔츠 한 장, 블라우스 한 장, 때론 바지 하나 들고서는 잊지 않고 찾아 주시는 분들이랍니다.


그이들 가운데 한 부부이지요. Jim McKelvey 씨 내외입니다. 달포 전 즈음엔 손수 만드신 작은 나무 조각배에 희망과 사랑의 글을 담고서는 제 손녀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전해 주셨던 이랍니다.


올해 여든 한살인 그는 은퇴한 치과 의사랍니다. 십여 년 전, 그가 일흔 해 생일을 맞던 해에 보냈던 편지가 생각난 까닭은 오늘이 ‘스승의 날’이라는 뉴스를 보았기 때문이지요.


그가 보냈던 ‘살아있는 하루의 기쁨’에 대한 가르침, ‘살며 스쳐 지나가는 모든 이들이 선생’이라는 그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어 봅니다.


십여 년 전에 받았던 Jim McKelvey의 글입니다



<일흔을 맞으며…>


지난달 일흔 번째 생일을 맞았습니다.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이 한 자리에 모여 노래하고, 소원을 빌며, 촛불을 끄는 그러한 성대한 생일잔치를 열지는 않았습니다.


하루 저녁에는 저녁식사 후 촛불 하나를 얹은 컵 케이크가 전부였고, 며칠 후에는 친지를 방문하여 또다시 촛불 얹은 컵 케이크로 생일을 축하했습니다. 또 다른 날에는 누이와 함께 점심을 들면서 조용히 생일 소원을 빌었습니다. 그리고는 사랑하는 아내와 촛불과 컵 케이크 없이 뉴욕에서 이틀을 보냈습니다. 이렇게 여러 날들을 생일 축하하며 보낸 까닭은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함께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여러 가지로,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잘 알고 있다면, 생일은 그날에 대해 감사하는 단지 또 다른 하루, 또 다른 멋지고 경이로운 하루일 뿐입니다.


1997년, 저는 쉰세 번째 생일을 맞이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심각한 병을 앓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저는 제 삶의 일흔 한 번째 해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그 무렵부터 저는 “매일매일이 신의 선물이다”라는 말의 진리를 이해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사이 15년 동안을 통하여, 저는 하루하루의 가치와 삶의 소중함을 되풀이해서 배워 오고 있습니다. 제 병이 위대한 선생이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깨달은 것은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제 병만이 유일한 선생이 아니었습니다. 그 깨달음으로 매일매일 제 삶을 스쳐가는 선생님들에 대한 일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저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이들을 관찰하고 그이들의 학생이 되는 것이 얼마나 기뻤던지! 바로 당신이 제 선생님이십니다.


당신들 모두가 살아오는 동안 어느 순간 저의 선생이셨습니다. 어쩌면, 당신은 어렸을 때 “Please”와 “Thank you”라는 말을 하도록 저에게 가르쳐준 나의 누이일 지도 모릅니다. 혹은 캐롤과 제가 처음 결혼하고 보살펴주었을 때 10대 소녀로서 제게 인내를 가르쳐 준 사랑하는 제 처제일 지도 모릅니다.


여러분들 중 누군가는 제가 수강을 한 선생님이었습니다. 선생님들은 세상에 나가는 새롭고 더 나은 방법을 제가 알도록 도와주신 카운슬러요, 강사요, 치료사들이었습니다. 더러는 치과의사로서 제 평생직업에 대한 시야를 넓혀준 동료 전문가였으며, 또한 제게 힘을 주는 그리고 너그럽게 사는 이야기들을 들려준 이야기꾼들이었습니다.


어쩌면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어려운 상황에 대처해 나가는 것을 제가 보면서 용기와 불굴의 인내를 배웠을 것입니다. 당신의 예를 보면서 관용을 배웠을지도 모릅니다. 당신들 중 어떤 이들은 “자, 해봐, 힘내!”라는 말 혹은 행동으로 저를 격려했습니다. 당신에게서 제가 용서의 힘을 배웠을 수도 있습니다. 당신이 지닌 신앙의 힘을 보면서 무언가를 얻었을 때도 있었고, 당신의 연민을 경험하며 저 자신의 연민을 힘을 더했을 수도 있습니다. 스트레스가 심한 상황에 직면하고서도 당신이 보여준 의연하게 대처하는 모습에서 배운 때도 있었습니다.


당신 중 상당수는 제가 치과 의사로 일하면서 만난 제 환자였거나 함께 일했던 사람들입니다. 당신들을 알게 되면서, 저는 당신 삶의 이야기, 힘, 고결함, 이기심 없는 심정, 창조력, 좋은 유모어를 배웠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함께 웃었고, 그 가운데서 많은 것들을 배웠습니다.


당신은 이 경이로운 여정 중 어느 순간, 어떤 식으로든 저의 선생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저의 인생여정은 당신이 있으므로 해서 풍요로워졌습니다.


보다 나은 세상을 기원하며,

J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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