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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최서생 May 23. 2023

당최 CF100은 무엇인 걸까

궁리하다


지난해 2월 대통령 후보 토론회 중의 한 장면이다.


[이재명 /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지금 그럼 RE100은 어떻게 대응하실 생각이십니까?"

[윤석열 / 국민의힘 대선후보] "네? 다시 한번."

[이재명 /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RE100."

[윤석열 / 국민의힘 대선후보] "RE100이 뭐죠?" (헛웃음)


현재 우리의 대통령은 RE100과 EU택소노미가 무엇인 지 모르겠으니 가르쳐 달라고 했다. 당시 RE100은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새로운 키워드로 떠올랐다. RE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기의 100%를 태양광,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로부터 생산된 전기를 사용하겠다는 에너지 전환 프로젝트이다. RE100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적인 슬로건이 아닌 기업 간 거래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유럽 완성차 업체들이 국내 기업들에게 재생에너지만 사용해 양산된 부품을 공급하라고 요구하며,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계약 취소를 요구해 온다. 국내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만을 상용하는 RE100을 실천할 수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 정부는 이런 상황에 대한 대책으로 CF100을 들고 나왔다. 유럽 순방 중인 한덕수 국무총리가 스웨덴 총리를 만나 "현실적으로 어려운 RE100을 CF100으로 가야 한다"라며 양국 간의 협력을 요청했단다(KBS 뉴스, 2023.05.14).


알쏭달쏭했던 RE100을 넘어 더 생소한 단어 CF100이 등장했다. 당최 CF100은 무엇인 걸까?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사용하는 것이 RE100이고, CF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무탄소 에너지'로 사용하는 것이다. 여기서 무탄소 에너지는 재생에너지와 함께 '원자력'이 포함된다. 재생 가능하지는 않지만 탈탄소라는 거대 담론에는 부합하는 탄소 중립적인 에너지원을 사용한다는 명분이 확보된다. 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난하며 2030년까지 원자력 발전 비중을 30% 이상으로 확대하는 이번 정부의 에너지 정책과 결을 같이하는 전략이 CF100이다. 재생에너지 준비가 부족하고 원자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당장에 RE100을 추진하기보다는 실제적으로 접근 가능한 선택지가 CF100인 것이다.


유럽연합이 그린택소노미에 원자력과 천연가스를 포함시켰다는 기사와 함께 CF100을 지지하는 정치인과 신문기사가 제법 있다(일간경기, 2022.06.23, 한경, 2022.09.28). 한국수력원자력은 2023년 3월 UN 에너지 주관 ‘24/7 무탄소 에너지 협약(24/7 Carbon Free Energy Compact)’에 가입하며 정부의 CF100 도입에 적극 참여할 예정이다. (참고로 24/7은 24시간, 1주일 내내 무탄소 에너지를 사용한다는 뜻으로, 24/7 무탄소 에너지 협약은 에너지 소비, 발전 등 모든 분야에서 원자력을 포함한 청정에너지를 사용하겠다고 서약하고 이행하는 운동이다.)


반면 우리나라가 'CF100이 맞는 방향'이라고 외친다고 전 세계가 RE100 대신 CF100을 따르겠냐는 의문을 던지는 기사(오마이뉴스, 2023.05.17)와 원자력 안전 문제, 제한된 수소 확장성 등으로 우리나라의 CF100 전환을 비판하는 의견도 존재한다. 많은 국가와 기업이 RE100을 따르며 전 세계적으로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으로 전환하는 추세에서 우리나라는 CF100을 우선시함으로써 청정에너지로의 글로벌 전환에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이다.


'기후위기 부의 대전환'을 쓴 홍종호 교수는 "의사결정 권한이 있는 현재 세대는 미래 세대가 짊어질 비용에 대해 고려하지 않고 값싼 에너지를 선호한다"라고 비판한다. 원자력 발전의 예를 들면서 “미국과 유럽에서는 원자력이 싼 에너지원이 아닌데, 한국에서는 국가에서 부지 매입부터 보상금, 건설 비용까지 지원해 주니 상대적으로 싼 것”이라며 “이런 숨겨진 비용과 함께 핵폐기물 문제까지 고스란히 미래에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원전이 싸다고만 하고 비용은 얘기하지 않는 것은 책임 전가라는 것이다.


RE100 대신 CF100을 우선하는 것은 갈택이어라는 사자성어가 떠오른다. 오늘을 살기 위해 내일을 당겨 쓰는 어리석음, 나 편하겠다고 우리 아이들에게 불편을 이양하는 행태이다.



갈택이어 : 연못의 물을 모두 퍼내 고기를 잡는다는 뜻으로, 눈앞의 이익만을 추구하여 먼 장래를 생각하지 않는 것을 말함.


《여씨춘추(呂氏春秋)》에서, 춘추시대 진(晉) 나라 문공(文公)은 성복(城濮)이라는 곳에서 초(楚) 나라와 일대 접전을 벌이게 되었다. 그러나 초나라 군사의 수가 진나라 군사보다 훨씬 많을 뿐만 아니라, 병력 또한 막강하였으므로 승리할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방법이 없을까 궁리하다 호언(狐偃)에게 물었다. "초나라의 병력은 많고 우리 병력은 적으니 이 싸움에서 승리할 방법이 없겠소"라고 하자 호언은 이렇게 대답했다. "저는 예절을 중시하는 자는 번거로움을 두려워하지 않고, 싸움에 능한 자는 속임수를 쓰는 것을 싫어하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속임수를 써 보십시오."


문공은 다시 이옹(李雍)의 생각을 물었다. 이옹은 호언의 속임수 작전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별다른 방법이 없었으므로 다만 이렇게 말했다. "못의 물을 모두 퍼내어 물고기를 잡으면 잡지 못할 리 없지만, 그 훗날에는 잡을 물고기가 없게 될 것이고, 산의 나무를 모두 불태워서 짐승들을 잡으면 잡지 못할 리 없지만 뒷날에는 잡을 짐승이 없을 것입니다(竭澤而漁 豈不獲得 而明年無魚 焚藪而田 豈不獲得 而明年無獸). 지금 속임수를 써서 위기를 모면한다 해도 영원한 해결책이 아닌 이상 임시방편의 방법일 뿐입니다." 이옹의 비유는 눈앞의 이익만을 위하는 것은 화를 초래한다고 본 것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갈택이어 [竭澤而漁]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덧붙이는 말) 요즘 한창 핫한 챗GPT는 CF100을 모른다. CF100을 단독으로 물으면 답을 못하고, RE100과 함께 물어보면 패션 산업에서 지속가능성을 추구하기 위한 노력, Circular Fashin 100을 답한다. CF100이 국제적으로 통용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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