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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최서생 May 25. 2023

깡통로봇은 사이보그일까 당최

궁리하다


「공각기동대」의 '쿠사나기',

「로보캅」의 '머피',

「600만 불의 사나이」의 '스티브'

이들은 사이보그이다. 

사이보그의 사전적 의미는 '생물 본래의 기관과 같은 기능을 조절하고 제어하는 기계 장치를 생물에 이식한 결합체'이다. 


<포스트휴먼이 몰려온다>라는 책을 읽다가 사이보그 주제의 장에서 과학기술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어 그 내용을 정리해 본다. 



이 책에서는 MIT의 휴 허(Hugh Herr) 교수가 소개된다.

어릴 적부터 암벽 등반을 좋아했던 휴 허는 18세에 빙벽 등반 중 사고로 동상에 걸린 양쪽 다리를 무릎 아래까지 절단해야 했다. 10대 후반에 이런 일을 경험하면 보통 사람은 좌절하기 마련이다. 휴 허 교수는 그렇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만든 의족으로 다시 암벽 등반을 시작했고 사고 전보다 난이도가 높은 암벽을 올랐다. 또 그는 일반 의족의 불편함을 개선하고자 물리학, 기계공학, 생체물리학을 전공하여 마침내 MIT에서 신경계에 연결된 로봇 다리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그가 개발한 로봇 다리는 실제 인간 다리의 기능을 거의 완벽하게 수행함으로써 질병이나 사고로 다리를 잃은 많은 사람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TED 강연(New bionics let us run, climb and dance)에서 휴 허 교수는 MIT 미디어 랩에서 차세대 로봇 의수족을 만들게 된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2013년 보스톤 마라톤 폭탄 테러에서 왼쪽 다리를 잃은 무도회 댄서 아드리안 해스렛 데이비스를 다시 무대에 서도록 도왔다. 휴 허 교수가 완전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키다리 아저씨'이다. (마지막까지 보시기를 권한다.) 


그는 강연에서 아래와 같이 말한다. 


"모든 사람들은 원하기만 하면 장애없는 삶을 살 권리가 있습니다. 심각한 우울증 없이 살 권리, 사랑하는 사람을 볼 수 있는 권리, 시각 장애인의 경우에는 말이죠. 혹은 사지 장애가 있거나 절단을 겪은 사람들은 걷거나 춤출 수 있는 권리 등이죠. 사회가 인간에게는 장애가 있을 수 없다는 전제를 받아들인다면 이러한 인권은 달성될 수 있습니다. 사람은 절대로 좌절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이룬 환경과 기술은 부서지기도 하고 장애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우리 인간은 한계를 받아들일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는 기술적인 혁신을 통해 장애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금세기에  생체 공학의 발전을 통하여 우리는 증강된 인간의 경험을 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을 갖추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장애를 종식시킬 겁니다."  


과학기술의 역할과 책임이 바로 이런 것이라고 생각된다. 


사이보그지만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사이보그여서 오히려 더 좋다과학자들이 사이보그를 연구하는 이유는 '치료'와 '생존'이라고 한다. 장애나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사이보그와 지구 생태계의 오염과 파괴로 인해 생존이 더는 불가능한 지구를 떠나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는 우주여행을 위한 사이보그이다. 


아래 그림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에서 정리한 '주요국의 경제사회목적별 정부연구개발예산 현황'이다.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경제발전에 대한 비중이 높은 반면 보건·환경에 대한 비중은 낮다. 못 살던 시절 과학기술 혁신을 통해 경제성장을 이루고자 했던 정책 추진의 결과이다. 


이제는 과학기술 정책 방향도 변화하고 있다. 국민 삶의 질 개선, 사회문제 해결 등과 같이 복지 향상을 위한 연구개발 투자 비중을 높이려 노력하고 있다. 


정부 정책 변화에 따른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해 본다. 휴 허 교수가 MIT 연구진들을 모아 200일 만에 아드리안이 다시 무대에 서게 된 것처럼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훈훈한 연구성과가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런데 말입니다. 깡통로봇은 사이보그일까요? 당최..."


태그 #사이보그, #포스트휴먼, #생체공학, #공각기동대, #로보캅, #600만불의사나이, #M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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