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 떼 출몰
JTBC 뉴스 클립([밀착카메라] 5㎝ 하루살이 떼의 습격… 장사에도 차질, 상인들 '한숨')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요즘 동양하루살이 떼가 급증했다고 하는데, 이를 기자가 하루살이를 몸에 매단 채로 보도하고 있다. 하루살이들이 모여서 복닥복닥대는 화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몸서리가 쳐지는데, 벌레들을 몸에 붙인 채 보도하는 함민정기자의 기자정신에 찬사를 보낸다.
벌레떼 출몰이라는 뉴스가 익숙하지 않은가? 관련 뉴스 기사 수를 분석해 보니 작년에 기사 수가 급상승한 것이 보인다. 2022년에는 러브버그(사랑벌레)라고 불리는 털파리류 곤충이 떼를 지어 출몰했다. 당시에 암수가 한쌍을 붙어 있는 모습 때문에 불려지는 이름과 달리 혐오스러운 모양으로 많은 불편이 있다는 기사가 많았다. 과거 2013년에는 '압구정 벌레떼', '새 아파트 벌레떼'에 대한 기사가 폭증했다. 이때는 해당 곤충의 정확한 이름과 원인을 찾기보다는 현상을 전하는데 집중했다.
출몰하는 곤충들은 한 때의 유행처럼 반짝 나왔다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동양하루살이는 올해와 2015년, 2013년 출몰했다. 혹파리는 올해와 2018년, 2017년 떼로 나타났다. [그림 2]는 기사화가 많이 된 곤충 위주로 정리했는데, 이 네 가지 이외에도 많은 곤충이 떼로 나타났었다. [그림 3]에서 보는 바와 같이 매미나방, 흰개미, 메뚜기, 꽃매미, 먼지다듬이 등 다양하다.
벌레떼 폭증의 원인은 곤충마다 다양하다. 공통적으로 제시되는 원인 중 하나는 이상기온이다. 곤충이 여름에 창궐하는 만큼 지구 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가 평소 보다 때 이른 더위를 가져왔고, 이로 인해 곤충이 급증했다는 시나리오이다.
이런 원인 분석은 '건강검진 결과지에서 모든 병의 근원은 스트레스'라고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스트레스가 원인이면 병을 고치기 위한 뾰족한 수는 없고, 환자가 조심하면서 낫기를 바라라는 의도가 다분하다. 벌레떼 출몰의 원인도 이상기온과 이상기후, 지구온난화가 원인이라고 단정 지으면서 여름 지나가면 다 없어질 거니 조금만 참으라는 것이다. 그런데 스트레스가 원인인, 딱히 원인을 찾기 힘든 작은 병은 몸이 우리에게 보내는 전조신호이다. 지금 건강을 잘 관리하지 않으면 나중에 큰 병이 될 수 있다는 신호. 벌레떼의 습격은 지구가 우리에게 보내는 이상신호가 아닐까? 지금 돌이킬 수 있을 때 지구 환경을 잘 관리하지 않으면 나중에 큰 재앙이 닥칠 수 있다는 신호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