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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최서생 Jun 18. 2024

아들! 오늘 뭐 배웠어?

아들과 아빠의 공부 동거, 벌써 일 년 - 4

본격적으로 아들과의 공부가 시작됐습니다. 일단 아이가 그동안 어떻게 공부를 했었는지 파악하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현황 진단에 들어간 것이죠. 학교 수업을 어떻게 좇아가고 있는지 궁금하고, 여기서부터 시작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교과서를 들고 다니지 않는다고 합니다. 학교 사물함에 두고 오는 것이죠. 사물함이 없던 시절에 학교를 다닌 저는 옛날 사람입니다. 그러면 그날 배운 것을 집에서 어떻게 복습하죠? 학교 수업을 어떻게 듣고 있는지 파악할 방법은 선생님께서 나눠 주시는 학습지를 점검하는 것이었습니다. 학습지가 있다고 해서, 저는 수업 보조 자료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찬찬히 살펴보니 대부분의 과목에서 학습지가 수업 주 교재 역할을 했습니다. 선생님께서 나눠 주신 학습지의 빈칸을 채우는 것이 공책 정리이더군요. 아들에게 교과서와 공책 정리한 것 보여 달라는 저는 옛날 사람입니다.   


학교에서 학습지를 모아 두라고 파일 첩을 줬더군요. 과목 별로 학습지를 구분하기 위해 칸이 많은 파일 첩이었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대한민국의 중학생 아들을 두신 부모님께서는 지금 아들의 학습지 첩을 한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잘 관리하는 아이들도 많겠습니다만, 대체로 우리 아이와 같이 엉망진창으로 관리하는 아이가 대다수일 것입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제가 섞여 있는 학습지를 과목 별로 분류하고 진도에 맞춰 순서대로 정리했습니다. 그런데 중간중간 빠진 부분이 왜 이렇게 많을까요? 당최.  


일단 정리를 마친 후 다른 과목에 앞서 수학부터 챙기기로 했습니다. 수학 학습지는 개념을 다지기 위해 빈칸을 채우는 부분과 개념 이해 후 예제를 풀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빈칸은 채워지지 않은 부분이 많았고, 채워져 있더라도 엉뚱한 답이 쓰여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2학년 1학기 중간고사 성적이 왜 그 모양이었는지 이해가 가더군요. 제 아이는 수업 시간에 학습 내용을 제대로 좇아가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교과서를 펼쳐 놓고 아이와 함께 빈칸을 채워 나갔습니다. 예제는 아이 스스로 풀도록 유도했고, 아이가 못 풀고 막히는 부분은 둘이 머리를 맞대고 풀었습니다. 


매일 그날 배운 과목에 대한 학습지를 함께 보는 것부터 아들과 아빠의 공부 동거를 시작했습니다. 선생님께서 학습지를 나눠주시지 않는 과목은 교과서를 함께 보면서 그날 배운 것을 복습했습니다. 제가 학창 시절에 예습보다는 복습 위주로 공부했던 습관에 기인한 방법입니다. 하루하루 배운 것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빌드업 전략입니다. 아직 걷기가 서투른 아이에게 달리기를 기대할 수 없으니 차근차근 한 걸음씩 내딛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들과 함께 공부한 이후 기말고사 2번, 중간고사 2번을 치렀습니다. 지금은 3학년 1학기 기말고사를 준비 중입니다. 이제는 아이 스스로 그날 배운 과목을 복습합니다. 그날 배운 내용을 복습하기 위해 날마다 풀어야 하는 문제집 앞에 시간표를 붙여 두었습니다. 학습지도 과목별로 인덱스 하며 나름 잘 정리하고 있습니다. 아들에게 복습하는 습관과 정리하는 버릇이 든 것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문제집 앞에 복습을 위해 붙여둔 시간표는 문제집이 바뀔 때마다 떼었다 붙이다 보니 점점 더 낡아집니다.
현재의 학습지 파일 첩 모습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보실지 모르겠는데, 저는 격세지감이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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