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아빠의 공부 동거, 벌써 일 년 - 5
아이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가지기 위해 날마다 꾸준히 공부할 분량을 정하고, 이를 실천했습니다. 아이에게 맨날 밥 먹는 것처럼 공부도 맨날 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함입니다. 소위 루틴을 만드는 것이죠. 학교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의 복습 이외에 매일 해야 하는 공부는 영어와 수학입니다. 영어와 수학 공부는 여행을 간다거나 하지 않으면 빼먹지 않습니다. 영어는 학교 공부 이외에 영문법을 다질 수 있는 문제집을 풀었습니다. 수학은 학교 진도에 맞춰서 문제집을 풀었습니다. 날마다 해야 할 분량은 아이와 상의하여 정하였습니다. 공부할 교재에 따라 다르지만 예를 들어 영어문제집 3장, 수학 20문제입니다. 이 분량은 주중, 주말 상관없이 동일합니다. 부모로서 제 마음은 주중에 비해 시간이 많은 주말에는 좀 더 많이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만,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모양입니다. 주중이건 주말이건 늘 같은 분량 만을 수행합니다. 저희 아들의 공부 분량은 한결같습니다. 딱 거기까지... 선을 지킬 줄 아는 아이입니다. 이것 만이라도 군소리 없이 하는 것이 어디냐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1 거실(토요일 오후)
하루 공부 분량을 마친 아들은 소파에 드러누워 핸드폰을 보고 있다.
아빠 : (최대한 상냥하게) 아들! 심심하면 수학 문제 몇 개 더 푸는 것은 어때?
아들은 핸드폰에서 눈을 떼지 않으며 손가락으로 핸드폰 화면을 터치한다.
아빠는 부엌으로 이동한다. 정수기에서 찬물을 따라 마시며 한숨을 내쉬는 아빠.
공부 동거 이전에도 저희 집에는 저녁 시간을 보내는 규칙이 하나 있었습니다. 저녁 7시부터 9시까지는 책을 읽는 시간입니다. 공부 동거 이후 아들에게 책 읽는 시간은 ‘집중 공부시간’으로 바뀌었습니다. 이 시간만큼은 공부에 집중했으면 하는 아빠의 마음으로 정했습니다. 제가 기대하는 집중 공부시간은 아이가 책상에 앉아서 공부에 집중하는 모습입니다. 실제 모습은 제 상상과 많이 다릅니다. 공부는 하는데, 중간에 물을 마시러 자주 일어납니다. 두어 문제 풀고 정수기 앞으로 쪼르륵 갑니다. 음악 듣기를 좋아하는 아이는 수시로 핸드폰을 만집니다. 선곡표를 바꾸는 것이라고 합니다. 에효. 제가 바라는 집중 공부시간의 모습은 언제쯤 볼 수 있을까요? 당최.
#2 거실(밤)
아들은 책상에 앉아 문제집을 펼친다.
(1분 후) 아들은 책상에서 일어나 소파에 있는 핸드폰과 에어팟을 집어 든다.
에어팟을 귀에 꽂고 핸드폰에서 음악을 재생한 아들은 다시 책상에 앉는다.
(5~7분 후) 아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이동한다.
정수기에서 물을 따라 마신 후 다시 거실에 있는 책상에 와서 앉는 아들.
(3~5분 후) 아들은 책상에서 일어나 소파에 있는 핸드폰을 집어 든다.
음악 재생 목록에서 원하는 곡을 찾아 재생시키며 책상에 와서 앉는 아들.
(11분 후) 아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이동한다.
노래를 흥얼거리며 정수기에서 물을 따라 마신 후 다시 거실에 있는 책상에 와서 앉는 아들.
(7분 후) 아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이동한다.
어깨춤을 추며 정수기에서 물을 따라 마신 후 다시 거실에 있는 책상에 와서 앉는 아들.
(13분 후) 아들은 책상에서 일어나 소파에 있는 핸드폰을 집어 든다.
음악 재생 목록에서 원하는 곡을 찾아 재생시키며 책상에 와서 앉는 아들.
아들은 공부하는 내내 물 마시기와 음악 선곡하기를 반복한다.
여기 브런치 지면을 빌려 저의 라떼 얘기 조금만 하겠습니다. 제가 한창 공부할 때는 ‘공부는 머리가 아니라 엉덩이로 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말이죠. 소위 공부 좀 한다는 애들은 ‘내가 몇 시간까지 앉아서 공부해 봤다.’라고 말하고는 했는데 말이죠. 저희 애는 공부 책상에서 채 한 시간을 앉아 있지 못하네요. 요한 하리의 「도둑맞은 집중력」을 보면 미국의 10대들은 평균 65초마다 하는 일을 전환하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청소년들이 집중력을 잃고 있다는 것이죠. 우리 집 애 만의 문제는 아니라며 애써 위안하고 있습니다만 집중력 부재는 공부 성과에서 나타납니다. 대표적인 예가 수학 문제를 계속 틀리는 것입니다. 아이가 개념은 알고 있는데 풀이 과정이 길어지면 중간에 엉뚱한 값을 가져오거나, 이항 할 때 부호를 그대로 가져오는 등 길을 잃습니다. 계산 실수는 집중력 분실의 결과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아들이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방법을 당최 모르겠습니다. 「도둑맞은 집중력」의 요한 하리처럼 핸드폰과 인터넷 없는 환경을 만들어 주면 아들이 집중할 수 있을까요? 중학생 아들을 키워 보신 선배 부모님 중 ‘아들의 도둑맞은 집중력’을 다시 되찾아 올 수 있는 방법을 알고 계신 분은 답글 남겨 주시기 바랍니다. 아니면 아들에게 공부 집중력은 애당초 없던 능력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