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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최서생 Jul 02. 2024

아들! 수행평가 본다며?

아들과 아빠의 공부 동거, 벌써 일 년 - 6

저희 아이들이 어릴 때 아들을 키우시는 선배님들께서 자주 해 주시던 말씀이 있었습니다. 남자 아이들은 같은 반 여자 아이들에 비해 성적이 잘 안 나온다고. 특히 수행평가에서 여자 아이들에 비해 점수를 잘 못 받는다고 하시더군요. 아들과 공부 동거를 시작한 이후 이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가만 생각해 보면 우리의 중학 남학생들이 여학생들에 비해 뒤처지는 것이 당연합니다. 남학생들 중 수행평가 보는 것을 꼼꼼하게 챙기는 학생은 매우 드뭅니다. 선생님께서 수행평가 일정을 공지해 주셔도 스스로 미리 준비하는 경우가 매우 드뭅니다. 저희 아들은 전형적인 남자 중학생입니다. 간혹 관심 있는 과목인 체육과 미술 수행평가는 스스로 챙깁니다만 그 이외 관심 없는 과목의 수행평가는 관심 밖 세상입니다.    

  

학생 본인이 챙기지 않으면 조력자인 제가 챙기는 수밖에 없죠. 하루 공부를 마무리할 때 생각나는 대로 아들에게 묻습니다.      

 “수행평가 보는 과목 없어? 선생님께서 수행평가 일정 공지해 주시면 바로 아빠한테 알려 줘.”      

참 희한합니다. 묻기 전까지 없던 수행평가 일정이 제가 아들에게 묻는 순간 짠하고 나타납니다. 아들은 그제야 생각났다는 듯이 “수학 수행평가 본대요.”, “사회 수행평가 본다고 하시던데요.”라고 말합니다. 아들의 기억력은 입력(아빠의 질문)이 있어야만 출력(평가 일정)이 나오는 시스템인 것인가요? 당최.     


제가 촉이 일찍 발동하여 선생님 공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물어본 경우는 준비할 시간이 꽤 됩니다. 그렇지만 저도 정신 놓고 있다가 늦게 물어본 수행평가의 경우는 준비할 시간이 별로 없게 됩니다. 이럴 때는 괜히 수행평가 일정을 자주 묻지 않은 저를 책망하게 됩니다. 왜 제가 죄인이 되는 것일까요? 당최.     

 

수행평가 내용이 무엇인 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행평가를 보는 것조차 기억 안 하는 아들이 수행평가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이럴 때는 수업 시간 후에 선생님께 다시 여쭤 보라고 합니다.      


수행평가 일정과 범위를 파악했으니 이제 본격적인 수행평가 준비에 돌입합니다. 제가 본 바로는 저희 아들 학교의 수행평가는 수업시간에 배운 것을 재확인하는 과정이었습니다. 배운 것을 응용해 어려운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수행평가 내용을 반복해서 연습하는 것으로 수행평가를 대비했습니다.      


(사례 1) 수학 : 교과서 ‘부등식과 연립방정식’ 범위 내에 있는 문제 중 7문제 쪽지시험

교과서에서 개념 부분은 제외하고 문제가 있는 페이지만 복사했습니다. 수학 수행평가는 시험 보는 날까지 두 번 이상 반복해서 풀 수 있는 분량을 날마다 풀도록 하였습니다. 대략 3문제 정도 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공부를 한꺼번에 많이 하면 체할 수 있으니 저희 아들은 날마다 부담 없도록 조금씩 하되 같은 문제를 반복해서 풀도록 유도했습니다. 수행평가일 직전에는 집에서 모의 평가를 실시했습니다. 제가 범위 내의 문제 중  7 문제씩 뽑은 유형 3개의 문제지를 만들었습니다. 학교에서 실제 평가하는 것과 최대한 유사하게 집에서 연습하고 감으로써 학교에서 좀 더 좋은 성적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렇게 했습니다.                            


수학은 많이 풀어 보는 수 밖에 없잖아요. 아들이 지루하지 않도록 3세트로 꾸몄습니다.  


(사례 2) 과학 : 여러 가지 혼합물의 분리 실험 설계

끓는점 차를 이용한 분리, 밀도 차를 이용한 분리, 재결정을 이용한 분리와 같이 여러 가지 혼합물을 분리하는 실험을 설계하는 수행평가였습니다. 수학과 마찬가지로 과학도 교과서의 해당 부분을 복사해서 아들에게 줬습니다. 교과서를 그냥 봐도 되는 것 아니냐고 의아해하실 수 있습니다. 맞는 말씀이신데 저희 애는 교과서를 잘 안 가지고 다녀서 집에서 공부시킬 때는 교과서를 복사해서 주는 방법을 쓸 수밖에 없었습니다.     

 

 “과학 수행평가 대비하게 교과서 가져오라고 했는데, 가져왔어?”

 “어? 학교 사물함에 놓고 왔는데요.”


과학 수행평가는 선생님께서 평가할 내용을 수업 시간에 학습지로 연습시켜 주셨습니다. 이제는 교과서는 잠시 내려놓고 수행평가 연습 학습지를 공백으로 만들어서 반복적으로 연습했습니다.          

                

답안을 지우고 빈칸 채우기로 연습했습니다.


(사례 3) 역사 : 문화유산 설명하기 

우리나라 역사와 관련된 문화유산을 학생이 선정한 후 설명하는 수행평가입니다. 학교 진도에 맞춰 미리 문화유산을 설명하는 글을 작성합니다. 작성된 글은 엄마와 아빠의 검수를 거쳐 아들이 수정합니다. 완성된 원고는 아들이 짬나는 대로 외웁니다. 그러면 역사 수행평가는 큰 어려움 없이 치를 수 있습니다.                          

석굴암을 설명하는 아들의 글입니다.


다행히 이때 수행평가는 만점을 받았습니다. 만점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아들의 모습을 보니 제 마음이 흐뭇해지더군요. 1학기 중간고사를 망쳤던 아이가 기말고사에서 비약적인 점수 상승을 이루기는 쉽지 않습니다. 대신 수행평가는 조금만 신경 쓰면 만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수행평가를 잘 수행해서 좋은 점수를 받음으로써 아이는 성취감을 느끼고, 기말고사까지 열심히 해 볼 의지가 생길 것입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임에서 중간 단계마다 아이템을 획득해야 마지막 끝판왕을 깰 수 있는 것처럼요. 학교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얻지 못한 아이들은 수행평가부터 챙겨줘 보심이 어떨까요?            

             

초등학교 때 받아쓰기 100점을 받고 간식으로 차려준 우유에 편지를 쓴 아들입니다. 이 기분 다시 느낄 수 있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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