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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최서생 May 26. 2023

내 꿈들은 어디로 갔을까 당최


장래희망이 야구선수, 과학자, 생물 연구가, 선생님, 전기공학자인 소년이 있었다. 일기 검사를 하시던 담임선생님은 전기공학에 빨간색 밑줄을 그어 주셨다. 빨간 밑줄의 영향이었을까? 소년은 자라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대학원 진학 후에는 광통신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비록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치지는 못했으나 '전기공학자가 되겠다는 꿈의 반은 이룬 것'이라고 나 스스로를 토닥여 준다. 


시간이 훌쩍 지난 요즘을 살고 있는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의 꿈은 무엇일까? 나와 같이 과학자, 생물 연구가, 전기공학자를 꿈꾸는 아이들이 있을까? 궁금증의 답을 교육부에서 매년 실시하는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조사」 결과에서 찾았다. 최근 조사 대상 연도는 2022년이고, 작년 말에 결과가 발표됐다.    


[2022년도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조사 개요]   
 ‣ (조사근거) 「진로교육법」제6조
     ※ 통계청 승인번호 : 112016호 (2015. 7. 24. 승인)
 ‣ (조사기간/방법) 2022. 6. 7. 〜 7. 20. 온라인 조사
 ‣ (조사대상) 초・중・고 1,200교의 학생, 학부모, 교원 총 37,448명
   - 학생: 22,702명(초6: 6,929명, 중3: 8,649명, 고2: 7,124명), 학부모: 11,946명
   - 교원: 2,800명(학교관리자: 1,200명, 진로전담교사: 1,200명, 담임교사(중): 400명)
 ‣ (조사기관) 한국직업능력연구원
 ‣ (조사내용) 학교 진로교육 환경, 프로그램, 학생・학부모・교사의 인식 및 요구사항 등 265개 항목
 ‣ (자료공개) 국가통계포털(www.kosis.kr) 및 진로정보망(www.career.go.kr)      


우리 아이들은 초등학생 때는 운동선수가 가장 되고 싶으며, 중・고등학생이 되면 교사가 가장 되고 싶어 한다. 초등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은 가수, 성악가, 작가, 만화가, 웹툰작가, 배우, 모델과 같은 '엔터테인먼트' 특성의 직업은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순위가 하락한다. 그에 반해 간호사, 컴퓨터공학자, 소프트웨어개발자와 같이 '이공계' 관련 직업의 선호도는 상승한다. 과학기술 인력 정책을 고민하던 정책 연구자 입장에서 이런 현산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아이들이 이과/문과를 선택하여 이과 계열로 진학했을 때 선택할 수 있는 직업에 음영 표시를 했다. 초・중학생 때는 4개의 이과 계열 직업이 상위 20위에 있는데, 고등학생 대상으로는 7개의 이과 계열 직업이 순위에 들어 있다. 고등학생들에게는 중학생들 순위에 없는 생명과학자 및 연구원, 건축가, 보건・의료분야 기술직, 컴퓨터・모바일게임 개발자와 같이 전문직이 순위에 보인다. 이로 인해 이과 계열 직업이 고등학생 대상으로 두드러지게 많은 것이다. 

[학생의 희망 직업 - 상위 20개 (출처: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 조사 결과)]


내가 재밌게 본 직업은 의사이다. 요즘 이과 계열 우수 학생들이 죄다 의대로 진학하려 해서, 이공계 우수 인력 확보의 어려움이 크다는 현장의 볼멘 목소리가 많다. 역시나 초・중・고등학생 공통적으로 의사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그런데 중학생들에게 2위였던 의사가 고등학생들에게는 7위로 순위가 뚝 떨어진다. 공부 잘한다고 자부하던 중학생들이 고등학교에 진학 후 첫 시험을 치르고 성적과 등수에서 충격을 받는다더니, 이런 현상이 반영된 것일까? 의사가 될 자신이 넘치던 중학생들이 고등학생이 되어 현실을 자각하고 인생의 궤도를 수정하는 것인가? 인생의 궤도를 수정하더라도 의학계열의 꿈은 버리지 못하는 것일까? 고등학생들에게서 생명과학자 및 연구원, 보건・의료분야 기술직의 순위가 갑자기 높아지는 현상과 의사의 순위 하락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나는 추정한다. 


우리 아이들이 희망직업을 선택할 때 '내가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는 비중이 가장 높았다. 커가면서 '좋아하는 것' 뿐만 아니라 '잘 해낼 수 있는 것'에 대한 이유가 많아지기는 하지만, 으레 어른들이 생각하는 '유망'해서 라는 선택 기준에 대한 비중은 높지 않다. '유망'한 직업과 관련된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것 같아서'와 '오래 일할 수 있을 것 같아서'는 초등학생 때 18.6%에서 고등학생들에게서는 14.9%로 오히려 감소한다. MZ세대가 자신의 행복을 중요하게 여기고 자기 주도적인 성향을 보인하고 하더니, 직업 선택에서도 이런 특성이 나타난다고 본다. 

[희망 직업 선택 이유 변화 (출처: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 조사 결과)]


안타깝게도 모든 아이들이 위와 같이 자신 있게 희망 직업을 선택하는 것은 아니다. 희망직업이 없다고 응답한 초등학생은 '내가 잘하는 것(장점)과 못하는 것(약점)을 몰라서'라는 이유의 비중(39.2%)이 높았다. 중・고등학생은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아직 잘 몰라서(47.7%)' 희망 직업을 선택 못 했다. 아래 표에서 내가 관심이 간 항목은 '내 관심 진로 분야를 좁혀나가는 것이 힘들어서'이다. 초등학생 때 막연하게 '과학자가 될 거야'라고 말했던 아이가 커가면서 좀 더 구체적인 전공분야(예를 들어 컴퓨터공학자, 생명과학자)를 선택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아이들의 희망직업 선택을 돕는 것이 어른들의 몫이라 생각된다. 

[희망 직업이 없는 이유 (출처: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 조사 결과)]

     

가수 김동률은 「황금가면」에서 '세상이 말한 정답대로', '세상이 정해준 역할대로' 살기에 지친 직장인이 어린 시절 꿈꿨던 '영웅'으로의 변신을 노래한다.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조사 결과를 보면서 우리 아이들은 '세상이 말한 정답', '세상이 정해준 역할'을 따르기보다는 본인이 좋아하고 잘하는 역할을 찾아서 '황금가면'이 되고 있음을 느꼈다.   


김동률 「황금가면」

...
세상이 말하는 그 정답이 너무 어려워 
아무리 애써도 사라지는 그 시절의 
내 꿈들은 어디로 갔을까 당최
...
세상이 정해준 내 역할이 맘에 안 들어
이렇게 맥없이 쓰러져갈 하찮은 내가 아니지
가슴을 힘껏 젖힌다
빛바랜 낡은 가면이 잠자던 나를 깨운다
난 황금가면이다
깨어난 황금가면
달리는 황금가면
빛나는 황금가면
다 비켜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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