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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light Dec 10. 2017

격변의 시대, 선택과집중의 환상을 버려라

[북앤톡]기술지능을 읽고

예전에 이정동 교수가 쓴 축적의 길을 인용해 퍼스트 무버나 선택과 집중은 혁신과는 별로 상관이 없는 키워드라는 글이 브런치 독자분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관련글]퍼스트 무버와 선택과 집중의 환상을 버려라

"퍼스트냐 세컨드냐는 전혀 중요치 않다이다. 순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많이 시도하고, 시행착오를 꾸준히 축적하면서, 가능성 있는 아이디어를 스케일업해서, 마침내 완성해 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패스트 팔로워에서 퍼스트 무버로 전환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행 중심의 사고 방식에서 개념 설계 중심의 사고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다."
"산업계의 개념설계 역량을 돕기 위한 정부 정책도 선택과 집중형 사고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신성장 동력을 찾고, 일시적으로 자원을 집중 동원 하다가 또 다른 신성장 동력으로 옮기는 방식은 축적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저해하는 역할을 한다. 지금도 4차 산업 혁명과 관련하여 그의 모든 정부부처로부터 긴급하게 대응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 과정을 살펴보면, 전형적인 단기 성과 위주의 선택과 집중형 사고 방식이 그대로 재현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정책적으로 그동안 기술혁신의 위험을 사회적으로 공유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공공 연구 개발 투자를 급속히 늘려왔다. 그러나 혁신 아이디어를 실험해볼 수 있는 초기 시장을 만들어주는 정책은 그리 발달하지 못했다. 대표적인 예로 혁신 지향적 공공 구매 정책 등이 크게 관심을 받지 못했는데, 그 이유는 정책 담당자 입장에서 부담해야할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혁신 활동에 대한 공적 지원 프로그램은 지나치게 다양하고 많지만, 대부분이 정책 담당자 입장에서 위험이 크지 않은 안전한 공급 위주의 기술 개발 지원 정책, 쉽게 말해, 돈 나누어주기 정책에 치우칠수 밖에 없다."


선택과 집중을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정동 교수만 하는 것이 아니다.


 SERICEO((주)멀티캠퍼스)에서 콘텐츠 기획 업무를 총괄하는 정두희씨도 최근 출간한 책 '기술지능'을 통해 집중의 리스크를 경고한다. 그에 따르면 지금과 같은 격변의 시기에 집중은 특히 위험할 수 있다.


오랜 집중은 경직성으로 이어진다. 한곳만 골똘히 바라본 나머지 다른 곳도 봐야 하는 상황이 와도 그러지 못한다. 환경이 변화하지 않을때는 집중 전략이 효과적이다. 시장 상황이 충분히 예상되기 때문에 잘하는 방식으로 밀어부치면 된다. 그러나 환경이 변하면 문제가 생긴다. 여전히 예전의 성공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도널드 설 MIT 슬로언경영대학원 교수는 이를 활동적 타성이라고 했다. 와해성 혁신이 산업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과거의 행동을 더욱 강화하며 대응하는 경향을 말한다.


설 교수에 따르면 활동적 타성은 과거 성공을 누린 자에게만 나타난다. 자부심도 강하고, 자신의 실력에 대한 확신도 강하기 때문이다. 과거 성공이 클수록 집중이 굳어질수록 성공 기간이 길수록, 환경 변화가 클수록 활동적 타성의 덫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활동적 타성을 예고하는 적신호는 여러가지다. 첫번째 적신호는 기업의 사례가 책이나 신문에 실리는 경우다.


두번째는 표지의 저주다. ceo가 유명 비즈니스 잡지의 표지 모델이 되는 것을 말한단다. CEO는 유명세를 타면 기업의 과거 업적 및 위대한 점 등을 공공연히 장담하고, 자신의 말에서 발을 빼기 어려워진다. 세번째 적신호는 CEO가 책을 출간하는 경우다. 네번째는 성공 기념물을 만드는 경우다.


설 교수의 주장이 경영학 동네에서 어느정도 공감을 얻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그가 내건 시그널에 해당되는 사례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들도 꽤 될거 같은데...


하지만 설 교수가 활동적 타성의 다섯 번째 적신호로 꼽은 사례는 꽤 흥미롭다.설 교수는 경쟁사들이 한지역에 모여 있는 것을 좋지 않게 평가했다. 그동안 모여 있는게 혁신에 유리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왔음을 감안하면 좀 의외의 주장이다. 설 교수가 무턱대고 모여 있는 것은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 비슷한 회사들이 너무 오래 모여 있는 것은 경계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설 교수의 산업 클러스터에 과한 연구에 따르면 영화 산업의 할리우드, 강철 산업의 피츠버그, 보석과 시계 산업의 스위스 등 경쟁자들이 같은 지역에서 클러스터를 이루면 혁신과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런데 이것은 초기의 경우다. 흥미롭게도 40~50년이 지나 해당 시장이 포화 상태에 도달하면 성공이 아닌 활동적 타성의 가능성이 증가한다. 따라서 자사와 경쟁사들이 지리적으로 얼마나 오밀조밀하게 모여 있는지 자문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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