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앤톡]업스타트를 읽고
구글은 2013년 자회사 구글벤처스를 통해 우버에 2억5000만달러를 투자하며 피를 섞었지만 지금은 소송전까지 벌이는 불편한 사이가 됐다. 우버의 최재 경쟁자인 리프트가 10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할때 이를 앞장서 지원한 것도 구글이었다.
서비스 기반으로 진화하는 자동차 시장의 미래를 놓고 양사 이해관계가 충돌한 것이 결별의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구글은 우버같은 차량 공유 서비스를, 우버는 구글이 개발하는 자율주행차 기술에 직접 손을 대면서 양사 관계는 일대일 경쟁로 바뀌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구글이 우버에 투자한지 1년도 안돼 양사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유가 뭘까? '아마존, 모든 것을 팝니다'의 저자 브래드 스톤의 새책 '업스타트'를 보면 결별의 원인은 구글이 제공했다.
저자가 캘러닉쪽을 주로 취재하고 정리한 것이기에 구글 입장에서 반론의 여지가 있다는 점을 전제하고 관련 내용을 공유한다.
책에 따르면 구글로부터의 투자 유치는 트래비스 캘러닉 전 우버 CEO가 주도했다. 캘러닉은 구글과 손을 잡아면 우버가 규제 이슈에서 보다 쉽게 벗어나 고속 성장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구글이 개발중인 자율주행차도 우버의 미래에 도움이 될것으로 봤다. 반면 구글은 우버를 통해 구글맵스를 고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2013년 8월 어느날 저녁, 캘러닉은 구글이 요금을 지불한 이스트팰로앨토 소재의 포시즌스 호텔 스위트룸에 투숙했고 이틀날 오전 10시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막강한 영향을 가진 페이지와의 만남을 위해 일어났다. 크레인은 캘러닉을 크게 흥분시킨 이 만남을 조율했다. 캘러닉이 로비로 내려왔을 때 호텔 앞에서는 구글 X에서 만든 무인자동차 시제품이 그를 마운틴뷰로 데려가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앞좌석에는 그가 던질 모든 질문에 답할 수 있는 구글 엔지니어가 앉아 있었다. 캘러닉이 실제 도로를 주행하는 자율주행차를 타본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구글 캠퍼스에서 캘러닉은 래리 페이지와 구글 수석 변호사인 데이비드 드럼몬드, 그리고 당시 구글벤처스에서 크레인의 상사였던 빌 매리스를 만났다. 페이지는 우버가 앱에 내비게이션으로 쓰고 있던 구글 맵스를 양사가 공동으로 개발할 수 있다고 캘러닉을 설득했지만 더 이상 많은 말을 하거나 아주 오랫동안 머물지는 않았다. 그날 남은 더 중요한 유산은 캘러닉이 우버의 사업을 획기적으로 바꿔놓을 수 있는 기술을 처음 만났다는 것이다. 회의를 마친 캘러닉은 흥분한채 크레인에게 말했다. 구글의 무인자동차가 현실화되면 우리 운전석에 앚은 사람을 끌어내릴 수 있습니다. 나는 그걸 마진 확대의 기회라고 부르겠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것처럼 보였기에, 우버에 대한 구글의 투자는 스무드하게 마무리됐다. 그런데 곧바로 캘러닉이 구글의 의심하게 되는 묘한 장면이 연출된다.
캘러닉에 이어 구글의 공동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 역시 콘퍼런스에서 연설을 할 것이고, 폭탄 발표를 할 예정이라고 말해줬다. 구글이 우버와 유사한 자체 주문형 서비스 개발 계획의 일환으로 무인 자동차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 자리에서 발표한다는 것이었다. 드럼몬드는 캘러닉에서 구글은 이렇게 우버와 싸울 장기적 계획을 공개할 것이라는 경고를 미리 해주고 있었다.
통화를 끝내고 1시간뒤 드럼몬드는 캘러닉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발표가 취소됐다고 말했다. 브린은 결국 그런 발표를 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다. 캘러닉은 깜짝 놀랐다. 많은 면에서 따져봤을 때 구글은 인상적으로 잘 경영되는 회사였지만 캘러닉도 알고 있듯이 창업자들의 충동적인 변덕 때문에 일관성 없는 일들이 벌어지기도 했다.
코드 컨퍼런스는 IT매체인 리코드가 매년 개최하는 행사로 5월께 열린다. 정확한 시점은 언급되지 않았지만 책에 나오는 코드 컨퍼런스는 2014년 행사로 추정된다. 구글이 200당시 경험은 캘러닉에게 불안한 생각을 심어주었다. 불과 8개월전에만 해도 그가 투자자이자 우군이라고 생각했던 회사가 이제 미래의 경쟁자로 보이기 시작했다.
1980년대에 윈도우 운영 시스템 때문에 마이크로소프트에게 의존한 IBM 및 2000년대에 구글 검색엔진에 의존한 야후가 좋은 예다. 우버는 지도 때문에 구글이 필요했지만 아마도 언젠가는 무인자동차 때문에 구글에 더 많이 의존해야할지도 모른다. 그해 가을 대외 신인도 위기가 커질 무렵 캘러닉은 이처럼 논쟁을 부를 수 있는 미래를 몰래 준비중이었다. 그는 우버의 새 CPO 제프 홀든 및 매트 스위니와 정기적으로 회의를 열기 시작했다. 달변인 홀든은 카풀 서비스인 우버풀 출시를 진두지휘한 인물이었고 스위니는 우버 애플리케이션의 전면 개편을 주도한 초기 엔지니어였다. 10월 캘러닉은 구글이 우버와의 경쟁을 계획 중이라는 추가 확인을 구글내 소식통으로 부터 받았다. 그는 이어 이사회 데이비드 드럼몬드와 이사회 참관인 데이비드 크레인에게 우버 이사회 참석을 중단해줄 것을 요청했다."
많은 이들이 알다시피 구글와 우버는 이제 자율주행차 기반 차량 공유 서비스를 놓고 경쟁 사이가 됐다. 우버는 구글맵스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자체 지도 서비스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이제 맞서 구글은 차량 공유 서비스 투자에 공격적이다. 리프트에 거액을 투자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책을 보면 캘러닉은 우버의 최대 경쟁자인 리프트가 거대 업체로 넘어가는 것을 우려해왔는데, 그 상대가 구글이 될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