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앤톡]딸에게들려주고싶은역사이야기를 읽고
시사인 연재를 통해 알게 된 SBS 김형민 PD가 쓴 책 '딸에게 들려주는 역사 이야기 시리즈'. 역사 학도 출신으로 직업은 PD인 저자의 역사에 대한 관심이 애정이 물씬 풍기는 책이다. 국사책에는 없는 역사 이야기가 듬뚝 들어 있는데다 저자의 필력도 대단해, 읽는 맛이 쏠쏠하다.
이 책에서 흥미로웠던 부분 중 하나는 축구와 남북대결의 흑역사다.
축구에 한국에 들어온 건 구할말때고, 당시만 해도 한국 사람들은 동양권에서는 공을 무척 잘 차는 편에 속했다. 일제시대인 1935년 경성축구팀은 전 일본선수원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해방후에도 일본을 꺾고 1954년 스위스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 1956년과 60년에는 아시안컵을 2연패했다.
그런데, 60년대 들어 한국 축구의 자존심이 꺾는 상대가 등장했으니, 바로 북한이었다. 북한 축구의 등장으로 한국은 지금으로선 쉽게 상당하기 힘든 장면이 연출하게 되는데 바로 북한과의 축구대결을 피해 버린 것이다.
1960년대 중반만 해도 북한은 여러 면에서 남한을 압도하고 있었어. 그런데이 방귀깨나 뀌는 축구에서마저 북한이 주먹을 뚜두둑거리며 나타난거야. 1966년 영국 월드컵을 앞두고 북한은 그야말로 질주를 거듭했어. 당시 북한의 A매치 경기 기록이 17승 1무, 이 새로운 표범이 아시아 무대를 질주하는 동안, 아시아의 자칭 호랑이 남한은 뭘했느냐, 굴속에 숨어 있었어. 무슨 말이냐고? 남한은 FIFA의 경고와 벌금을 감수하면서까지 월드컵 예선 출전을 포기한 거야. 말도 안된다고? 어쩌니, 그게 열등감이라는 거란다. 기권을 하면 했지 패배를 하기 싫다는.
개인적으로 북한 축구가 영국 월드컵에서 8강에 진출한 것은 실력보다는 운에 가까운 결과로 생각해왔는데, 책을 보니 거꾸로인 것 같다.
북한은 아시아, 오세아니아 예선에서 오스트레일리아를 6대1, 3대1로 걷어차버리고, 월드컵에 나갔어. 거기서 세계 축구사상 최대 이변을 연출하며 이탈리아를 꺾고 8강까지 오르는 기적의 주인공이 되지. "흥, 우리도 이탈리아 이겨봤잖아"하고 네가 입을 내밀지 모르지만 2002년 한국에 진 이탈리아 축구팀은 귀국한뒤 꽃다발을 받았어. "한국의 편파 판정의 희생자"라고 말이지. 하지만 1966년 북한에 지고 돌아온 이탈리아 팀은 썩은 토마도 세례를 받아야 했단다. 대충 분위기를 직작할 수 있겠지? 남한은 그후로도 오랫동안 북한 축구를 피해 다녔어. 1974년 테레란 아시안게임 때에는 북한과의 대결을 피하려고 두번씩이나 일부러 패하기도 했어. 그도 그럴 것이 1974년 8월 15일 대통령 영부인이 북한의 사주를 받았다는 재일동포의 총에 맞아 서거하는 일이 있었거든. 그 분위기에서 북한한테 진다는 건 쇳가루 한 그릇을 씹어 먹는 것과 진배없는 일이었던 거야.
'딸에게 들여주고 싶은 역사이야기 앞서 저자가 펴낸 '한국사를 지켜라'도 국사책에 없는 인물과 시대 상황에 대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어 재미가 있다. 역사 이야기 읽기 좋아하는 분들에게 한홍구, 한명기 박사의 교수의 책들과 함께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