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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light Jul 24. 2018

학교폭력은 사회가 아니라 부모가 애를 잘못 키운 탓이다

[북앤톡]검사내전을 읽고

현직 검사가 검사 생활을 하면서 겪었던 일들과 봤던 사람들에 대해 쓴 책 '검사내전'에는 흥미로운 얘기가 참 많은데, 그중에서도 기억에 남은 것은 청소년 폭력에 대한 것이다. 저자인 김웅 검사는 소년 검사로 근무했던 경험을 근거로 학교 폭력의 원인과 해법에 대해 '사회 통념(?)과는 조금 다른 주장을펼쳐 눈길을 끈다. 그는 학교 폭력의 원인에 대해 사회가 아니라 부모가 애를 잘못 가르친 탓이라고 직격탄을 날린다.



책에 따르면 연구 결과 청소년 폭력의 원인에 대해서 크게 두가지 대표적인 학설이 정립되어 있다. 로버트 애그뉴가 주장한 일반 긴장 이론, 고트프레드슨과 허쉬가 주장한 범죄의 일반이론이 그것이다. 일반 긴장 이론이 사회적인 문제가 폭력의 원인으로 보믄 반면 일반 이론은 사회보다는 사람이 자기 자신을 통제하지 못해 폭력이 나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자아 통제가 낮은 원인에 대한 설명이 재미있는데, 흔히 말하는 사회적 원인이나 제도 때문이 아니라 어린 시절 부모나 보호자가 자녀의 행위를 주의깊게 감독하지 않고 그 행위에 대해 처벌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아 통제에 대한 사회적인 영향은 매우 미미하다는 것이다. 결국 청소년 폭력의 원인은 사회가 아니라 부모가 아이를 잘못 양육한 탓이라는 뜻이다. 
흔히 범죄나 청소년 범죄를 사회 탓으로 돌린다. 경쟁 위주의 입시 등으로 원인을 돌리는 것은 여로모로 편리하고 저항도 덜 받는다. 모두에게 책임을 돌리게 되면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구조적인 문제라는 피상적인 말잔치로 포장되는 것이다. 하지만 일반 이론은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그 때문에 처음 발표된 1990년대부터 지속적으로 비난을 받아왔다. 하지만 1993년 그래스믹의 연구에서부터 2005년 맥도날드의 연구에 이르기까지 이를 반박하기 위해 실시된 여러 조사들에서 오히려 일반 이론이 옳다는 것이 입증되고 있다. 따라서 학교 폭력의 원인을 경쟁이나 사회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비과학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실제 우리 주변을 둘러보더라도 입시 경쟁이 주된 원인이라고 단언하기 어렵다. 학교 폭력은 고등학교보다 중학교에서 더 심하고, 중학교에서도 3학년이 아닌 2학년일때 극성을 부린다는 사실은 그 주장의 신뢰성을 무너뜨린다. 경쟁과 입시만이 학교 폭력의 원인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무책임하고 당파적이다. 학교 폭력의 원인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나 그 정도가 심해진 원인은 단순하고 명확하다. 바로 학교 폭력이 발생했을때, 어른들이 보인 행태 때문이다.

가해자를 벌주지 않고 용서와 화해로 끌어안으려는 풍조가 강한 것이, 오히려 학교 폭력을 조장하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피해자를 보호하지 않고 오히려 가해자 편을 들어 조용히 끝내기를 강요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린 학생들은 어느편에 서야 하는지를 본능적으로 알게 되었다. 대부분의 학교 폭력 문제는 강요된 피해자의 용서나 전학으로 해결되었다. 피해자만 사라지면 모든 문제가 가장 간단히 해결되기 때문이다. 가해자에게 책임을 묻기 보다 오히려 피해자에게 화해와 용서를 강요한다. 사회가 한통속이 되어, 자아통제를 파괴하고 있는 것이다. 
심각한 것은 끔찍한 학교 폭력이 반복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해자를 처벌하는 건 비교육적이라는 처사라는 주장들이 적지 않다는데 있다. 그들은 진심으로 가해자들에게 관심과 애정을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에 학교 폭력이 발생하는 것이고, 처벌이 아니라 관용과 이해를 베푸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런 주장은 개펄에 사과 나무를 심어놓고 사랑과 정성을 기울이면 사고가 열릴 거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들은 피해자들의 아픔을 전혀 느낄 수 없는 공감 장애자다. 이렇게 가해자를 두둔하는 분위기속에서 어린 시절의 잘못에 대한 응당한 처벌을 받지 않기 때문에 자아통제부족이 생겨나는 것이다.
흔히 처벌이 능사는 아니라고 한다. 이는 처벌만 하면 안된다는 말이지 처벌하지 말라는 뜻은 아니다. 학교 폭력 사건에서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은 마치 굶어 죽어가는 아프리카 난민들에게 고기는 성인병을 유발할 우려가 있으니 되도록 삼가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검사내전에는 저자가 검사 생활을 하면서 보고 느꼈던 다양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재미있게 담겨 있다. 읽다보니 검사가 이렇게 글을 재미있게 써도 되는건가 하는 생각도 든다. 재미있는 비유를 들어 상황과 인물을 설명하는 솜씨가 인상적이다. 판사 세계에서 필력을 자랑하는 이로 문유석이 있다면, 검사쪽엔 김웅이 있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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