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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light Feb 19. 2017

심플의 시대, 상의하달 문화를 위한 변명

싱크심플을 읽고

말은 쉽지만 실제로 행하기는 의외로 만만치 않은 협업이 중요하다 여겨지는 시대다. 


그러나 협업이 중요하다고 해서 가만 놔두면 알아서 잘 굴러간다 생각하는건 심각한 착각이다. 협업의 시대, 리더의 역할은 더욱 중요할 수 밖에 없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을 이끌던 시절 잡스와 오랫동안 광고 프로젝트를 진행한 크레이이티브 전문가 켄 시걸이 쓴 '싱크 심플'을 보면 사업에서 복잡함을 제거나고 단순함을 추구하려면 협업도 협업이지만 리더의 배짱이 더욱 중요해 보인다. 


사실 협업이라는 것은 너무 많은 선택 사항과 의제로 인해 혼란스러워지거나 최고의 전략이 아닌 타협에서 나온 전략이 채택될 수 있다는 리스크가 있다. 


안좋은건 없는데, 그렇다고 딱히 좋다고 할 수도 없는 둥굴둥글한 결론이 나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켄 시걸은 싱크심플을 쓰기 위해 전세계에서 40명 가까운 리더들을 인터뷰하고 조직이 심플해지기 위한 10가지 키워드를 제시한다. 저자가 인터뷰한 이들 중에는 현대카드 정태영 부회장도 포함됐다.


흥미로운 점은 켄 시걸이 인터뷰한 많은 리더들은 상의 하달식 리더십이 심플함으로 가즌 가장 직접적인 길이라고 믿고 있었다는 점이다.


우선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말이다.


"그저 좋은 회사가 되고 싶다면 리더 중심 또는 협업 중심으로 운영하면 됩니다. 하지만 위대한 기업이 되려면 훌륭한 리더와 상의하달 조직이 필요합니다."


저자는 또 다른 리더의 발언을 간접 인용한다.


"심플함에 대해 알게된 아주 중요한 점 하나는 바로 상의 하달식 지시의 중요성입니다. 협업과 팀워크를 중심하고, 사람들의 지지를 얻게 위해서 모든 이들을 참여시키는데 너무 많은 사람들이 익숙해졌기 때문에 경영 절차, 특히 대기업에서 발전해온 절차는 모두 똑같은 소리를 내는 것을 시작점으로 간주합니다. 모든 사항이 합의되어야 하며, 사실상 위원회가 모든 것을 구상하는거죠."


저자는 상의하달이냐 아니면 거꾸로가 좋으냐는 결국 하기 나름이이지만 중요한 것은 리더의 역할임을 강조한다. 리더가 심플함을 유지할 수 있는 의지와 권한을 갖는게 중요하다는 얘기다.


"옌센의 관점에서 대기업의 과제는 용기와 상식적인 판단의 조합을 통해 과감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리더를 육성하는 문화를 세우는 것이다. 리더는 자신이 회사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느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은 위험을 무릅써야 하는 결정을 내리는데, 주저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 결정이 회사가 보다 위대한 성과를 낼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일지라도 말이다.

네이슨은 최고 경영자인 자신이 직접 대기업을 단순화하는 일을 지휘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른 누군가에세 권한을 넘겨도 그 노력은 성공적일 수 있다. 심플함을 이루기 위해 진짜 중요한 것은 회사에 심플함의 지지자가 있어야 하며, 반드시 그 지지자가 권한을 지녀야 한다는 것이다."


심플은 단기보다는 중장기 전략에 가깝다. 하루아침에 뚝딱해서 만들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 그러나 단기 성과 중심의 전략은 심플과 상극일 수 있다.그런만큼 저자는 단기 인센티브 방식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전달한다.


"직원들이 단기적인 성과에 따른 보너스를 약속 받으면, 생각 또한 단기적인 관점에서 이루어지는 경향을 보인다는 관찰을 토대로 내린 결정이었다. 바셋은 이것이 다소 피상적이며, 회사를 발전시키는 유의 사고가 아니라고 보았다."


싱크심플에서 켄 시걸이 부정적인 사례, 다시 말해 복잡한 사업 구조와 문화를 가진 회사로 꼽는 회사들은 인텔, HP, 델 등이다.


특히 델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나는 특정 종류의 분열을 아예 제도화한 기업의 예로 델을 자주 언급한다. 델은 각각의 팀별로 손익을 계산한다. 부서의 경영진은 각 부서의 성과에 따라 보너스를 받는다. 자신이 맡은 부서에서 매출이 증가하면 상여금을 받지만 전체 델 브랜드의 차원에서 상여금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런 상황은 각 부서들이 회사에 대해 저마다 다른 시각을 지니도록 만들며, 델 브랜드 전체의 발전을 오히려 저해하는 마찰을 일으킨다."


싱크심플은 전작인 미친듯이 심플의 연장선상에 있다. 


미친듯이 심플이 애플과 스티브 잡스의 예를 들어 심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면 싱크심플은 글로벌 사례를 통해 기업이 심플의 가치를 추구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책을 읽다보니 심플은 선택과 집중의 다른 말이었다. 마케팅 불편의 법칙의 저자 잭 트라우트와 알 리스가 강조한 메시지와 본질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저자의 경우 리더들이 가진 직관의 중요성을 나름 강조하는데, 아무한테도 해당되는 얘기는 아닐거 같다. 


깊은 고민과 경험없이 어설픈 직관으로 내리는 결정은 오히려 위험한 결과를 불러오지 않을까? 


그리고 요즘은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람의 직관에 대한 평가도 예전만 못해졌다. 직관보단 분석이 더 정확할 수 있다는 얘기도 많이 들린다. 책에선 이같은 내용은 언급되지 않았다. 그래도 저자가 AI 시대, 직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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