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을 포함해 과도한 능력주의, 남성중심주의가 지배하는 우버의 기업 문화를 폭로해 우버 창업자이자 CEO 트래비스 칼라닉을 자리에서 끌어내렸던 내부 고발자 수전 파울러가 책을 펴냈다. 제목도 내부 고발자를 의미하는 휘슬블로어다.
한때 테크판을 뜨겁게 수전 파울러의 폭로를 나 역시 꽤 글로 다뤘지만 정작 수전 파울러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과정 속에 폭로에 이르게 됐는지는 제대로 몰랐는데, 책을 보고 수전 파울러가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우버에 들어갔으며, 어떻게 폭로를 하게 됐는지, 전후 내막을 알게 됐다.
어렵게 살아, 혼자 노력해서 펜실베이니아 대 물리학과에 들어갔고, 거기서도 억울한 이름을 당해 결국 석사 코스를 밟지 못하고 실리콘밸리에 취직했다가 다시 옮긴 회사가 바로 우버였다. 첫 직장도 성희롱과 마초 문화가 꽤 있었는데, 나름 규모가 큰 우버는 안 그럴 줄 알았는데, 막상 들어가 보니 더 그랬다.
참다 참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폭로를 하게 됐는데, 우버는 겉으로는 진상 조사를 해서 개선하겠다고 홍보를 했음에도, 실제로는 당사자에게 꽤 스트레스를 준 것 같다. 당사자가 느끼기에 미행을 당하는 상황은 물론 흥신소로 추정되는 사돈에 팔촌들에까지 연락해 수전 파울러에 대해 이것저것 캐물었다고 한다.
첫째 물타기 전문가들과 사설 업체를 써서 과거를 캔다. 당신이 몇년이나 연락하지 않고 사람들에게까지 전화해서 당신에게 불리하게 쓸 수 있는 것이면 무엇이라도 찾아내려 한다. 둘째 미행을 한다. 당신을 따라 다니다가 당신이 경쟁사와 이야기를 나둔다든지, 기자에게 이야기를 한다든지 그박에 안좋게 보일 수 있을 법한 무언가라도 한면 그 순간을 포착한다. 셋째 대중에게 의심의 씨앗을 뿌린다. SNS에서, 물건 가짜 계정으로. 아무 의도도 없어 보이는 댓글로 먼저 시작한다. 하지만 당신이 말한 것 중 별 뜻 없는 말을 무언가 끔찍한 말처럼 들리게 왜곡한다. 그 다음에는 당신에 대해 더 노골적으로 평판을 떨어뜨리는 말을 하고 다른 사람들이 당신의 말을 의심하도록 유도한다. 나는 입이 쩍 벌어졌다.블로그에 글을 쓰고 나서 벌어졌던 이상한 일들이 이제 이해되었다.
그렇더라도 밤에 잠을 못 자는 것은 여전했다. 우리가 집에 있을 때건 없을 때건 우버가 흥신소 사람을 보내 집에 침입할 거 같아서 무서웠다. 모건 리처드슨에게 그랬다면 나에게 그러지 말라는 법이 없지 않은가? 혹시 이미 침입했는데 모르고 있는 것이면 어떡하지? 채드와 나는 보안 회사를 고용해 우리가 잘 때 아파트를 지켜보게 했다.
당사자만 이런 경험을 한 건 아니다.
몇몇 우버 직원들도 비슷한 일을 겪고 있었다. 즉 이상한 사람이 접촉해 오고 흥신소 사람이 미행을 하고, 가짜 SNS 계정에서 친구 신청이 오고 우리는 우버에 의해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있었다.
책을 보면 우버는 폭로 사건 이후, 대외적으로는 달라지겠다고 강조하고 또 강조했지만 실제론느 달라진게 별로 없다. 사람이 바뀌지 않듯, 사람들이 모여있는 회사도 사람들이 바뀌지 않으면 달라지기 쉽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버는 스스로 변화하지 못했다. 수전 파울러의 폭로를 이끈 우버식 기업 문화를 만든 주역으로 알려진 트래비스 칼라닉을 자리에서 끌어내린 것은 회사 미래를 우려한 이사회의 결정이었다. 우버가 자체적으로 진행한 진상 조사 역시 변화와는 거리가 멀었다. 실체는 외부 인사들이 진행한 조사에 의해 드러났다.
많은 기업들이 문제가 생기면 달라지겠다고 이야기한다. 사람들이 많이 바뀌지 않았는데, 과연 달라질 수가 있는 것일까? 나이가 들면서 더욱 느끼게 되지만, 사람은 잘 바뀌지 않는 것 같다. 나 역시 거기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리고 또 묻게 된다. 우버의 기업 문화는 지금은 많이 달라졌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