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가 정확하게 뭔지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메타버스 하겠다고 뛰어드는 회사들은 계속 늘고 있다. 페이스북에서 이름이 바뀐 메타 등 거물급 회사들도 앞다퉈 메타버스에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이들이 어떤 메타버스를 내놓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과는 다른 디지털 세계를 경험할 수 있게 하겠다는 포부는 대단해 보인다.
현실과 가상세계가 결합된 메타버스라는 이름으로 체감할 수 있는 새로운 디지털 경험을 줄 수 있는 방법은 여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사용자들에 의해 선택을 받은 메타버스는 있다고 해도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메타버스를 다룬 글을 종종 쓰는데, 정말 다양한 출신 성분의 회사들이 메타버스 하겠다고 뛰어드는 것 같다. 도전장을 던진 회사들 출신 성분을 보면 크게 인터넷 서비스와 게임 기반 프로젝트들로 구분된다. 플랫폼 구조는 중앙화된 방식이냐, 암호화폐 프로젝트들이 강조하는 탈중앙화 진영으로 나눌 수 있다.
성격이 다른 회사들이 저마다 메타버스 잘할 수 있다고 하는 걸 보면 메타버스는 인터넷, 게임, 암호화폐로서의 속성을 모두 갖고 있는거 같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여기서 묻게 된다. 메타버스를 어떤 출신 성분의 회사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일까?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시대, 사업간 경계가 점점 파괴되는 상황에서, 특정 분야가 메타버스에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비현실적일 수 있다. 그럼에도 지금과는 다른 디지털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고 하는 메타버스에 가장 가까운 DNA를 가진 분야가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은 여전하다.
개인적으로 주목하는 흐름은 게임과 인터넷 업체 중 누가 초반 레이스를 주도하겠느냐는 것이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나는 상대적으로 게임 업체들이 메타버스를 잘할 DNA라고 보는 쪽이다.
사용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다른 경험을 주는 메타버스는 하나의 서비스라기 보다는 복잡한 세계에 가까울 것이란 판단에서다.
포털과 MMORPG를 예로 들면, 포털은 다양한 서비스들이 있지만 개별 서비스 간 상호 의존성은 그렇게 크지 않다. 이메일은 이메일이고 메신저는 메신저다. 메신저 바꾼다고 해서 이메일까지 건드려야 할 필요는 크지 않다. 하지만 MMORPG는 다르다. MMORPG는 하나의 세계고 그 세계는 다양한 인과 관계들로 돼 있다.
MMORPG에선 어느 부분에 손을 내면 다른 곳도 손을 봐야 할 수 있다. 서사가 강한 게임일수록 더욱 그럴 것이다. 소설의 어느 부분을 바꾸면 연결되는 지점이 많은 것과 비슷할 수 있다. 사용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뭔가 다른 디지털 경험을 주는 메타버스가 어떤 모습일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메타버스에 세계라는 의미도 담겨 있음을 감안하면 스토리, 서사가 나름 비중 있는 역할을 할 것 같다. 이미 있는 2D 서비스를 3D로 바꾸고 아바타를 제공한다는 것만으로, 새로운 경험이 가능할지는 잘 모르겠다.
서사는 약하고, 그래픽이 우수한 것보다는 거꾸로인 메타버스가 사람들에게 뭔가 다른 디지털 경험을 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를 감안하면 메타버스판은 게임 업체들이 좀더 유리하지 않을런지...
여기저기서 울려 퍼지는 메타버스 구호를 들으면서, 디지털 세상에서 서사가 갖는 중량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메타버스를 말하면서 콘텐츠와 스토리를 강조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디지털 하면 효율이 넘버원 키워드였는데, 메타버스에선 좀 달라질거 같다. 한국 게임들은 해외 기업들에 비해 서사가 약하다는 얘기를 좀 들었는데, 지금은 어느 정도인지도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