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9년 미국 경제 대공황은 자본주의 역사상 여전히 최악의 공황으로 꼽힌다. 하루 아침에 주가가 확 무너진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10년 가까이 주가가 상승하다 이후 몇년간 하락세가 이어졌다.
로버트 쉴러 예일대 교수가 쓴 내러티브경제학에 따르면 아직도 대공황에 스타트를 끊은 1928년 10월 28일 주가 대폭락을 합리적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제학자들이 여전히 있는 것 같다.
경제학자들은 아직도 1929년 10월 28일의 주가 대폭락에 다소 당혹감을 느낀다. 월스트리트 주가가 붕괴한 것 외에 다른 어떤 중요한 사건도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보다 덜 알려져 있긴 하지만 그만큼 당혹스러운 일은 1920년대에 거의 1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주가가 거의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했다는 점이다. 특히 1929년은 주가가 가장 급등한 해였는데, 1920년부터 1929년 9월 사이에 비해 주가가 거의 다섯배나 뛰었다. 그러나 1932년 6월 즈음에는 1920년 12월 수준보다 더 하락해 있었다.
1920년대에는 주당 순이익도 엄청나게 상승했으나 의아한 점은 어째서 주가가 이런 이익 증가에 과도하게 반응했느냐 것이다. 원래 증시는 수익 증가에도 더디게 반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변동성이 심하고 1년도 안되어 0으로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아무리 부정적인 해라도 증시가 0으로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보통은 아주 환상적인 한 해였더라도 그만큼 극적으로 이익이 증가하지도 않을 것이다.
1929년의 주가 대폭락을 단순히 하루 이틀만에 발생한 사건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이 좋다. 물론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내러티브들은 그렇게 말하고 있지만 말이다. 1929년 10월 28일~29일에 발생한 주가 대폭락은 S&P 종합지수를 21% 하락시켰는데, 이는 이후 수년 동안 이어진 주가 하락에 비하면 그리 큰 낙폭도 아니다. 심지어 다음날인 1929년 10월 30일에는 절반이 반등했다.전반적으로 볼때 1929년 9월 7일 최고치를 기록했던 S&P 종합 지수는 86%나 하락한 시세로 1932년 6월 최저치로 마감했다.
당시 상황을 보면 경제 자체가 그렇게 나쁜건 아니었다.
1929년 10월의 거대한 일일 낙폭은 자주 회자되지만 그보다 더 주목해야할 부분은 경제가 튼튼하다고 장담한 기업인과 정치인들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날마다 매달 증시가 불규칙적이지만 가차 없이 하락했다는 점이다.
이 내러티브는 특정 사건이 갑작스럽게 발생하여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매우 강력했다. 전례 없던 미국의 주가 폭락에 대중의 관심이 집중했다. 1929년 10월은 분명 주가의 일일 낙폭에 있어 미증유의 기록을 세웠고 기록은 늘 좋은 기삿거리였다. 뿐만 아니라 이 이야기가 즉시 그리고 그 뒤로도 계속 대중의 반응을 일으킬 수 있었던 것은 기가 막힌 타이밍 덕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