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elight Sep 04. 2022

빌 게이츠는 왜 mRNA 백신의 잠재력을 강조하나

코로나 19 상황을 거치며 많은 이들이 mRNA 백신이라는 용어에 익숙해졌다.


디테일은 여전히 생소하지만 큰 틀에서 기존 백신과 구조가 다르다는 사실은 사람들에게 꽤 알려졌다. 그래서 mRNA 계열 백신 맞는 것을 주저하는 이들도 있다고 들었지만 빌 게이츠는 mRNA에 대해 대단히 높게 평가하는 모습이다.


혁신성은 물론이고 코로나 19 외에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잠재력을 크게 보고 있다.


그가 쓴 책 '빌 게이츠 넥스트 팬데믹을 대비하는 법'을 보면 mRNA는 난데 없이 나타난 기술이 아니라 오랜 시행 착오를 거쳐 탄생했다. 코로나 19 용 백신으로 투입되기까지는 다행스럽게도 행운도 작용했다. 아무튼 빌 게이츠는 mRNA의 혁신성을 대단히 높게 평가하는 것 같다.

  새로운 백신은 코로나 백신보다도 빨리 개발되어야 하며 현재로서 가장 유망한 기술은 mRNA(DNA 유전 정보를 세포질 안의 리보솜에 전달하는 RNA) 백신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난데 없이 나타난 것처럼 보였겠지만 사실 mRNA 백신은 이 혁명적인 아이디어에 필사적으로 매달렸던 두 사람을 필두로 수많은 연구자와 제품 개발자들이 수십 년에 걸친 노력으로 만들어낸 작품이다.
  카탈린 카리코는 열 여섯 살 때부터 과학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품었다. 특히 체내에서 단백질 생성을 지시하는 분자, mRNA에 큰 매력을 느꼈다. 1980년대에 고국 헝가리에서 박사 과정을 밟는 동안 그녀는 mRNA라고 불리는 작은 가닥을 세포에 주사하면 신체가 스스로 약을 만들도록 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게 되었다. mRNA는 일종의 중개인 역할을 한다. 단백질을 만들라는 DNA의 지시를 단백질이 조합되는 세포 내 공장에 전달한다. 레스토랑의 웨이터처럼 당신이 한 주문을 받아 적어 주방에 전달함으로써 요리사가 음식을 만들게 하는 것이다.
  1993년 펜실 베니아 대학교의 카리코와 그녀의 상사는 세포의 방어 시스템을 통과할 수 있도록 교묘하게 변경된 수정 버전의 mRNA를 이용해 소량의 새로운 단백질을 생성하는 인간 세포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대단한 것을 이뤄낼 수 있다는 가능성이 보였다. 중대한 돌파구였다. 만약 이 단백질의 생성을 최대한 늘린다면 mRNA를 이용한 암 치료제를 만들 수도 있다는 의미였기 때문이다. 백신 연구는 카리코의 주안점이 아니었지만 다른 연구자들은 mRNA를 이용해 백신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인플루엔자, 코로나바이러스, 심지어는 여러 형태의 암 백신까지 말이다.


빌 게이츠에 따르면 mRNA 백신은 작동 방식에서 대단히 혁신적이다.

  mRNA를 이용해 백신을 만드는 것은 대부분의 백신이 작동하는 방식에서 크게 벗어난다.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이 바이러스가 채내의 특정 세포에 침입해서 그 세포의 시스템을 이용해 복제 바이러스를 만든 뒤 새롭게 만들어진 바이러스를 혈액 속으로 방출한다. 이 새로운 바이러스들은  침입할 더 많은 세포를 찾으러 나서고 이런 과정이 계속 반복된다. 면역 체계는 결국 바이러스의 첫 공격을 막아내고 다음에 바이러스를 만났을 때 몸이 더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심한 증상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경우에는 면역 체계를 체계를 미리 교육 시켜서 바이러스가 처음 등장할 때부터 공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낫다. 바로 이것이 백신이 하는 일이다. 대개의 백신들은 막고자 하는 바이러스를 약화된 상태 혹은 죽은 상태로 주입한다. 바이러스의 새로운 형태를 발견한 면역 체계는 활동에 나서서 면역 체계를 구축한다. 약화된 바이러스의 경우 충분히 약화되었는지가 항상 문제다.
  약화가 충분치 않다면 심각한 병을 유발하는 형태로 돌연 변이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지나치게 약화되면 체내에서 강한 면역을 활성화시키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일부 죽은 바이러스는 강한 면역 반응을 유발하지 못한다. 그래서 백신이 안전하고 적절한 면역 반응을 일으키도록 하려면 수년에 걸친 연구와 임상 실험이 필요하다.
  mRNA는 DNA가 단백질에 내리는 명령을 받아 세포라는 주방에 있는 요리사에게 전달한다. 그렇다면 그 주문을 우리가 목표로 하는 방식으로 바꾼다면 어떨까? mRNA 백신은 이런 영리한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실제 바이러스와 같은 형태를 만들도록 세포를 교육시키면 바이러스 자체를 주입하지 않고도 백신이 면역 체계를 자극하게 된다.
  이것이 가능하다면 mRNA 백신은 기존 백신들에 비해 큰 발전이 될 것이다. 표적으로 삼으려는 모든 구성 단백질에 대한 지도를 만들고 나면 항체가 달라 붙어야 할 대상을 확인할 수 있다. 이후 바이러스의 유전 코드를 연구해 그 단백질을 만드는 지시를 찾아낸 뒤 그 코드를 mRNA를 이용해 백신에 넣는다. 다음에 다른 백신을 공격하고 싶을 때는 mRNA만 변경하면 된다. 이런 설계 과정은 길어야 몇 주면 완성된다. 웨이터에게 샐러드 대신 감자튀김만 주문하면 나머지 일은 면역체계가 알아서 하는 식이다.
  mRNA 백신이 코로나에 미친 영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많은 지역에서 접종이 이루어진 코로나 백신의 대부분이 mRNA 백신이다. 2021년말 현재, 유럽연합의 백신 접종자가 83% 이상이 화이자와 모더나가 만든 백신을 접종했고 두 백신 모두가 mRNA를 이용했다. 미국의 경우  그 수치는 96%에 이른다. 일본의 경우 mRNA 백신만을 사용했다.
  이 mRNA 이야기에서 나는 이런 교훈을 얻었다. 과학적으로 타당하기만 하다면 미친것처럼 들리는 아이디어에도 기꺼이 기대를 걸어보자. 그것이 우리가 필요로 하는 혁신의 돌파구일 수도 있다. mRNA에 대한 이해를  백신을 개발하는데 이용할 수 있는 수준까지 끌어올리는데에는 오랜 연구가 필요했다. 코로나가 5년전 일찍 찾아오지 않은 것이 천만 다행이다.


mRNA가 백신 분야에 몰고올 향후 잠재력도 크다.

  이제 mRNA 연구자들의 목표는 HIV 백신을 개발하거나 질병 치료의 새로운 방법을 만드는 등 이 기술을 더 발달시키고 더 광범위하게 활용하는 것이다. 하나의 mRNA 백신으로 하나가 아닌 여러 가지 병원체를 막는 것도 가능할 수 있다. mRNA 백신을 만드는데 관여하는 원료의 추가적인 공급원을 찾을 수 있다면 가격도 낮출 수 있을 것이다. 미래의 아웃브레이크에서는 최초 확진과 최초 백신 후보가 나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몇 년이나 몇 개월이 아닌 몇 주 혹은 며칠 단위로 특정하게 될 것이다. mRNA가 이를 가능케 할 기술로 자리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


mRNA 외에 바이러스 벡터 백신도 잠재력이 큰 방식이다.

  mRNA 백신이 이 분야의 기린아라면 바이러스 벡터 백신은 그에 못지 않은 기대주다. 하지만 아직 그만큼 관심은 받지 못하고 있다. 등장한 지 얼마 안됐기 때문이다.
  바이러스 벡터 접근법은 mRNA 백신과 마찬가지로 수년의 연구를 거친 주제이지만 최근에야 사람에게 사용할 수 있는 백신이 생산됐다. 바이러스 벡터 백신은 면역 체계가 이질적이라고 인식하기를 원하는 스파이크 단백질이나 기타 표적 단백질을 전달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전달 기제는 인체에 해가 없도록 조작한 바이러스다. 이 바이러스, 즉 면역 체계에 항체를 만드는 법을 가르치는 표면 단백질의 매개체를 벡터라고 한다. 존슨앤존슨 혹은 옥스퍼드대학 아스트라제네카가 만든 백신을 접종했거나 인도 세럼 연구소의 코비실드를 접종했다면 바이러스 벡터 백신을 맞은 것이다. 표면 단백질을 만드는 것은 mRNA를 만드는 것보다 어려운데도 이들 백신은 대단히 빨리 개발되었다. 존슨앤존슨과 아스트라제네카는 단 14개월만에 백신을 출시해 이 접근법의 종전 기록을 크게 단축시켰다. 코로나 이전까지 승인을 받은 바이러스 벡터 백신은 에볼라 백신 뿐이었고 승인 받는데 5년이 걸렸다.


코로나 19 백신은 비상 사태가 발생하고 나서 연구 개발이 이뤄진 것 같지만 그전부터 진행되어온 오랜 기초 연구의 결과물이다. 빌 게이츠가 강조하고 싶은 말도 이것이다.

  나는 기술에 대해 낙관적인 입장이기는 하지만 여기에는 꼭 기억하고 주의해야할 점이 있다. 우리가 잘 해낸 것은 사실이지만 거기에는 행운이 큰 몫을 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이전ㅇ 이미 두번의 아웃브레이크를 유발했었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그 바이러스의 구조에 대해 상당히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특히 중요한 것은 과학자들이 이미 특징이 되는 스파이크 단백질이 백신의 잠재적인 표정임을 식별해 두었다는 사실이다. 코로나 백신에 맞추어 mRNA를 수정해야 했을 때는 이미 표적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상태였다. 여기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이미 알려진 다양한 바이러스와 병원체에 대한 기초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반이 되는 연구가 있어야 다음 아웃브레이크 전에 가능한 많은 것을 파악해둘 수 있다. 광범위한 치료법에 대한 연구도 점진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작가의 이전글 최신 토큰 모델의 경제학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