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지도책은 사회, 경제 측면에서 AI가 갖는 의미를 아주 대단히 광범위하게 그리고 비판적인 시선으로 살펴 보는 책이다. 뉴욕대학교 AI 나우 연구소를 공동 설립했고 마이크로소프트(MS) 연구소 선임 수석 연구원이기도 저자 케이트 크로포드(Kate Crawford)는 역사, 정치, 권력 구조, 경제 노동 이슈 등 다양한 관점에서 AI가 갖는 의미를 살펴본다. AI와 광물 자원 간 관계도 조명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저자는 AI와 관련 있는 광물 자원으로 리튬, 희토류, 주석 등을 꼽는다. 뉴스에서도 자주 접하는 광물 자원들인데, 책을 보니 이들 자원들과 관련해 처음 듣는 내용들도 꽤 있다.
리튬은 배터리 생산의 핵심 원료다. 이를테면 스마트폰 배터리에는 대개 약 8그램의 리튬이 들어 들어 있다. 테슬라의 전기차 모델S의 배터리 팩에는 약 63킬로그램의 리튬이 들어간다. 리튬 배터리는 자동차처럼 동력을 많이 잡아 먹는 기계를 위한 것이 결코 아니었으나 현재 대량 생산이 가능한 유일한 배터리다. 모든 리튬 배터리는 수명이 있어서 다 쓰고 나면 폐기물로 버려진다.
많은 사람들이 밝혔듯, 전기차는 이산화탄소 배출의 완벽한 해결책과는 거리가 멀다. 배터리 공급 사슬에서 이루어지는 채굴, 제련, 추출, 조립, 운송은 호나경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며 환경 파괴는 자역 사회에 피해를 입힌다. 가정용 태양광 발전기로 애너지를 자체 생산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전기차를 충전하려면 전력망에서 동력을 끌어와야 한다. 현재 미국에서 재생 에너지원으로 생산되는 전기는 5분의 1도 안 된다.
AI를 만들기 위해 지각에서 광물을 추출하는 곳은 네바다 주의 리튬 광산만이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리튬이 풍부하며 그 때문에 정치적 긴장을 겪고 있는 볼리비아 남서부 살라르와 콩고 중부, 몽골, 인도네시아, 서오스트레일리아 사막 등 수많은 장소가 있다. 이곳들은 산업적 추출이라는 더 폭넓은 지리학의 측면에서 AI의 또 다른 출생지다. 이 지역들에서 채굴되는 광물이 없다면 현대의 연산은 아예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 원료들은 점차 공급이 달리고 있다. 2020년 미국 지질조사국 과학자들은 제조사들에 대해 공급 위험도가 큰 스물세가지 광물 목록을 발표했다. 이 광물을 구할 수 없으면 업계 전체가 멈춰 선다는 뜻이다. 이러한 필수 광물로는 아이폰 스피커와 전기차 모터에 쓰이는 저마늄, 리튬이온 배터리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코발트 등의 희토류가 있다.
희토류도 그냥 채굴해서 쓰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가공 측면에서 보면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많이 미친다.
희토류라고 하면 보통 란타넘, 세륨, 프라세오디뮴, 네오디뮴, 프로메튬, 사마륨, 유로퓸, 가돌리늄, 터븀, 디스프로슘, 홀뮴, 어븀, 튤륨, 이터븀, 루테튬, 스칸듐, 이트륨 등 열 일곱가지 광물을 말한다. 이 광물들은 가공되어 노트북과 스마트폰에 들어가는데, 그 덕분에 기기를 더 작고 가볍게 만들 수 있다. 컬러 디스플레이, 스피커, 카메라 렌즈, 충전용 배터리, 하드 드라이브 등 많은 부품에서도 이러한 물질들을 찾아볼 수 있다. 광섬유 케이블과 무선 통신탑의 신호 증폭기에서부터 위성과 GPS 기술에 이르는 통신 시스템의 핵심 성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들 광물을 땅에서 뽑아내는데는 지역적, 지정학적 폭력이 종종 수반된다. 최근의 미국 법령은 열일곱 가지의 희토류 중 일부를 규제하고 있지만 채굴과 연관된 피해는 슬쩍 언급할 뿐이다.
내공골 최대 도시 보아터우에는 유독한 검은색 진흙으로 메워진 인공호수가 있다. 유황 냄새를 풍기는 그 호수는 끊이 보이지 않는다. 지름은 9킬로미터를 넘는다. 이곳의 희토류는 전세계 매장의 70퍼센트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바이윈 광산은 세계 최대의 희토류 매장지다.
중국은 전세계 희토류의 95퍼센트를 공급한다. 저술가 팀 모건의 말에 따르면 중국의 시장 지배는 지질학적 이점 때문이라기 보다는 채굴의 환경 비용을 감내하려는 국가적 결의 때문이다. 네오디뮴과 세륨 같은 희토류는 비교적 흔하지만 이것들을 쓸 만한게 만들려면 대량의 확산과 질산에 녹이는 위험한 공정을 거쳐야 한다. 이 산성 용약은 엄청난 양의 독성 폐기물이 되어 죽음의 호수 바오더우를 메운다. 환경 연구자 마이라 허드가 '우리가 잊고 싶어하는 폐기물'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가득한 장소는 이곳 만이 아니다. 오늘날까지 희토류의 전자, 광학, 자력 측면에서의 쓰임새는 어느 금속도 넘볼 수 없지만 유용 광물 대비 폐기물 독소의 비율은 상상을 초월한다.
주석과 관련해서도 처음 알게 된 사실들이 많다.
바오터우 남쪽으로 약 480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는 인도네시아의 소도 방카 섬과 벨리 퉁 섬이 수마트라 연안에 자리 잡고 있다. 두 섬에서는 반도체에 쓰이는 주석이 생산되는데 생산량이 인도네시아 전체의 90퍼센트에 이른다. 인도네시아는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주석 생산국이다. 인도네시아 국영 주식 회사 PT 띠마는 삼성 같은 기업에 주석을 직접 공급하기도 하고 청난이나 션마오 같은 땜납 제조사에 공급하기도 하는데, 이 제조사들은 소니, LG, 폭스콘에 원료를 공급하고 이 회사들은 다시 애플, 테슬라, 아마존에 부품을 공급한다.
규제가 전무한 탓에 작업 과정은 작업자와 환경을 보호하는 공식 조치 없이 진행된다. 탐사 기자 케이트 호덜이 말한다. 주석 채굴은짭짤하지만 파괴적인 업종으로 섬의 풍광에 생채기를 내고 공장과 숲을 밀어버리고 물고기와 산호초를 죽이고 야자 나무가 늘어선 아름다운 해변의 관광업에 타격을 입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