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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light Nov 17. 2023

2000년대 닷컴 버블이 공매도를 규제한 결과라고?


서울대 이관휘 교수가 쓴 '이것은 공매도다'는 많은 주식 투자자들, 특히 개미들 사이에서 '공공의 적'으로 통하는 공매도를 옹호하는 책이다.


공매도와 관련해 저자는 마오쩌둥의 손가락을 인용한다. 


참새를 가리켜 해로운 새라 칭했던 그 손가락말이다. 마우쩌둥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해로운 새라 불렀던 탓에 중국 전역에서 벌어진 참새 잡이는 참새가 천적인 해충들에게는 더할 수 없는 복음이었을 것이다. 결과는 천적이 제거되어 들끊게 된 해충들이 농작물에 괴멸적 타격을 입힌 탓에 수천만명의 중국인들이 굶어 죽는 엄청난 참사로 끝났지만 말이다.


책 중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1990년대말과 2000년대 전세계를 달군 닷컴 열풍과 거품이 공매도 규제와 무관치 않다는 점이다.


공매도의 가장 중요한 점이 가장 효율성을 제고하는데 있다는 점은 앞에서 수차 강조하였다. 그런데 그럼에도 정책 입안자들이 공매도를 고집스럽게 규제하려 하는 경우 이 때문에 가격 효율성이 정해됨으로써 발생하는 손실은 어느 정도나 될까?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다소 극단적이이긴 하지만 공매도를 규제한 결과로 나타난 재앙적 사례를 살펴보도록 하자.
이 사례는 그저 수많은 재앙적 사례 중 하나가 아니라 아마도 그중 가장 유명하고 중요한 사례일 것이다. 바로 2000년대 초반 나스닥에 상장된 정보기술 분야 주식들이 줄줄이 폭락하며 투자자들을 공포에 떨게 했던 닷컴 버블의 형성과 소멸에 관한 것이다. 애당초 버블이 꺼졌던 이유가 공매도를 규제한데 있었다는 놀라운 사실을 이제 좀더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자.
1990년대 후반은 닷컴주, 그러니까 정보기술 분야의 주식들이 엄청난 호황을 누린 시기다. 굵직한 이벤트들도 많아서 1997년 3월 15일에는 아마존이, 1998년 11월에는 더글로우브가 상장되었고 2000년 1월에는 거대 미디어 그룹인 아메리칸온라인과 타임워너가 합병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나스닥 상장 지수의 상승세는 현기증이 날 정도다. 1998년 후반게 2000 언저리에 있던 지수가 2000년 3월 10일에는 역사상 가장 높은 5048.2를 기록했다. 불과 2년도 안되는 기간 동안 개별 주식도 아니고 지수 자체가 2.5배가 뛴 것이다. 그런데 이 지수는 2000년 후반에 이르러 그간의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며 폭락해 1998년 후반기 수준으로 복귀하고 말았다. 롤러코스터도 이런 롤러코스터가 없다.


이를 위해 저자는 전문가들 의견과연구 결과들을 인용한다.


그린라이트캐피탈의 데이비드 아인혼은 이와 같은 인터넷 거품이 AOL과 공매도 투자자들의 대결에서 비롯되었다고 주장한다. 많은 공매도 투자자들은 당시 AOL이 비용을 자본 처리하는 잘못된 회계 관행에 기대어 주가를 부풀렸다고 믿었다. 그러나 아인혼은 설령 이런 잘못된 관행이 있었다 하더라도 당시 AOL의 주가 공매도를 할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했다.1999년 초에 이미 그의 이같은 결정은 옳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AOL에 공매도를 했던 투자자들이 막대한 손실을 본 것이다. 
AOL에 대한 공매도 실패는 연쇄적으로 인터넷 주식 공매도 투자 전략에 대한 전반적인 회의를 가져와 전체적으로 공매도가 줄어드는 원인이 되었고 이는 결국 인터넷 거품으로 이어졌다. AOL에 대한 공매도 투자자들의 손실이 당시 공매도에 대해 실제로 얼마나 많은 회의를 불러일으켰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공매도 부재가 거품을 가져왔다는 사실은 새로울 것이 없다. 앞서 기술했다시피 학계에서 이미 오래전에 이러한 가능성을 연구, 제시했기 때문이다.
뉴욕대학의 오펙과 리차드슨 교수 역시 나스닥 인터넷주가 급등하고 폭락한 이유를 공매도 규제에서 찾고 있다. 당시 인터넷 주식들은 최초 상장 이후 일정 기간 동안 주식을 매도할 수 없도록 규정한 보호예수 규제와 높은 공매도 비용으로 인해 공매도하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이는 지수 급등을 부채질했다. 그러나 보호예수 시간이 끝나자 매도 물량이 쏟아져 나왔고 주가는 급락했다. 버블 붕괴가 하필 2000년에 발생한 것은 인터넷 주식들에 대한 보호예수 기간 만료가 특히 1999년 끝 무렵과 2000년 초중반에 집중 되었기 때문이었다.
닷컴 버블이 만들어지고 깨진, 재무 금융에서 손꼽히는 흑역사인 이 금융위기는 너무 유명하지만 이 위기를 공매도 규제와 연결 짓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역설적이지만 바로 이러한 이유로 인해 이 논문이 주는 교훈은 더욱 크다. 가격 효율성 상실이라는 온화한 표현이 떄로는 시장 붕괴라는 파괴적이고 드라마틱한 표현을 대신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렇게 보면 공매도 규제는 생사의 문제다. 약간 선정적이긴 하지만 충분히 그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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