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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light Dec 10. 2023

투자자들의 적?...공매도를 위한 변명

막연하게 공매도는 안좋은 거라 생각해왔던 시사인 칼럼을 통해 알게 된 서울대 이관휘 교수 책들을 보고 장점과 단점이 있고, 장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것이 공매도다는 공매도에 대한 인식이 과도하게 부정적이며, 현실에선 순기능이 역기능보다 크다는 것을 강조하는 책이다.


공매도는 사실 위험이 큰 투자다. 주가는 이론상 무한대로 오를 수 있으나 0원 밑으로는 떨어질 수 없다.따라서 매수 포지션의 경우 이론상 이익 가능성은 무한대지만 최대 손실은 매수 금액으로 한정된다. 매도 포지션의 경우는 반대다. 최대 이익은 매도 가격으로 한정되지만 최대 손실은 이론상 무한대다. 손실과 이익의 이같은 비대칭성은 공매도 투자자들에게 더 불리하다.
주가가 과대 평가되어 있다는 분명한 정보에 기반해 투자했다면 한정된 이익과 대비되는 무한대의 손실 가능성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그리고 정보에 기반한 거래는 주가의 효율성을 더욱 높인다. 공매도가 없으면 특히 부정적인 정보가 주가에 반영되는 것이 긍정적인 정보가 반영되는 것보다 느려진다. 경영자들이 부정적인 정보를 최대한 숨기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가는 더욱 과대평가 될수 밖에 없다.


저자에 따르면 공매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들 중에는 사실 근거 없는 오해들도 있다.


많은 투자자들이 공매도를 미워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는 공매도가 주가 변동성을 증대시킨다는 믿음에서 나온다. 그러나 이러한 믿음은 잘못된 것이며 사실은 오히려 반대에 가깝다. 공매도 투자는 모멘텀 방식의 투자가 아니라 역모멘텀 방식의 투자를 따른다. 모멘텀 투자는 가격이 오르고 있는 주식들을 사고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주식들을 매도하는 방식의 투자로 투자 대상 주식들의 변동성을 높이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오르거나 내리는 방향성을 더욱 강화사키는 투자 전략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모멘텀 투자는 반대로 가격이 오르고 있는 주식들을 매도하고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주식들을 매수하는 방식의 투자다. 가격이 오르는 주식에 쏟아진 매도주문은 가격 상승 모멘텀에 제동을 건다. 따라서 주가가 너무 많이 오르는 것을 막는다. 너무 많이 오르지 않으니 너무 많이 떨어질 일도 없다.
공매도의 또 다른 중요한 기능은 공매도가 유동성을 공급한다는 것에 있다. 여기서 유동성이란 주식을 거래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에 대한 개념이다.이를테면 주식을 팔고 싶은데 사고자 하는 투자자가 없을 경우에는 가격을 내려 더욱 싼값에 팔려고 해야만 한다. 이처럼 주식의 펀더멘털 때문이 아니라 단순히 주식을 파는 것이 어려워 할인한 만큼의 가격을 유동성 비용이라 부른다. 실증 연구들은 공매도가 이런 주식에 대해 그리고 이렇게 매수 주문이 밀려 잇는 경우에 많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공매도는 사고자하는 사람들이 밀려 있는 주식이나 사고자 하는 사람들이 밀려 잇는 시점에 적절히 주식을 공급해주어 주식 거래를 용이하게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현재 공매도 제도가 갖는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저자도 부작용이 많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는다.


공매도가 여러가지 시장 조작 행위들과 결합되어 불공정하고 불법적인 행위를 하는 자들에게 커다란 수익을 안겨주는 식으로 잘못 작동하는 경우도 적은건 아니다. 내부자 정보를 이용한다거나 거짓 정보를 이용해 주가 하락을 부추겨 이득을 꾀한다거나 대량의 허위 공매도 주문을 남발해 시장에 부정적인 센티멘트를 키우는 등 공매도가 악용될 수 있는 가능성은 결코 적지 않다. 그리고 우리는 이러한 공매도 악용의 실제 사례들도 이미 적지 않게 갖고 있다. 유상증자시 공매도를 통해 공모가를 낮춘 후 이렇게 낮춰진 가격에 공매도 포지션을 정산함으로써 이득을 받고자 한 사례들은 그 좋은 예다. 무차입 공매도와 같이 유령 주식 거래와 관련된 사례 역시 적지 않다. 사실 무차입 공매도는 주식 시장의 근저를 흔들 수 있는 거대한 사기 행위와 연관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궁극적으로 반드시 근절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공매도의 장점이 단점보다 더 도드라져 보인다면 그것은 아마도 공매의 장점이 그 단점들보다 실제로 더 크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공매도는 실보다는 득이 많다는게 저자의 한결 같으 주장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농작물이 피해를 준다며 참새를 가르킨 마오쩌둥의 손가락 사례를 비중있게 인용한다.


나는 공매도라는 말에서 좋은 약은 입에 쓰다는 양약고구 또는 구더기 무서워 장못담그냐는 오랜 속담을 생각한다. 그러나 가장 자주 떠올리는 건 마오쩌둥의 손가락이다. 참새를 가리켜 해로운 새라 칭했던 그 손가락 말이다. 마오쩌둥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해로운 새라 불렀던 탓에 중국 전역에서 벌어진 참새 잡이는 참새가 천적인 해충들에게는 더할 수 없는 복음이었을 것이다. 결과는 천적이 제거되어 들끊게 된 해충들이 농장물에 궤멸적인 타격을 입힌 탓에 수천만명의 중국인들이 굶어 죽는 엄청난 참사로 끝났지만 말이다. 맗할 필요도 없이 저 손가락은 참새가 갉아 먹는 곡물의 양에 비할 바가 아닌 재앙의 시작이었다. 이 책에서 중요한 순기능들을 살펴보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공매도에 많은 부정적인 면이 잇다는 사실 또한 부인할 수는 없다.그러나 공매도라는 참새는 수많은 해충을 잡아 먹고 이는 당연히 더 큰 참사를 막는데 도움이 된다. 그렇다면 이제는 해로운 새라며 공매도를 가리키는 산가락을 치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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