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2013년 RSS리더인 구글리더 서비스를 중단하기 전까지만 해도 RSS는 나에게 거의 매일 쓰는 킬러서비스였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이 있었지만 RSS는 그 나름대로 쓸만한 가치가 있었고 지메일에서 바로 들어갈 수 있어서, 쓰는데 큰 어려움도 없었다.
구글이 구글 리더 서비스를 중단한 이후 피들리 같은 대안 서비스들을 쓰기도 했지만 구글 리더 같은 편리함을 느끼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쓰는 빈도가 줄었고 언제부터가 RSS 대신 트위터로 미디어들과 인플루언서들 메시지를 구독했던 것 같다. RSS 팬이었던 나와 RSS의 결벌은 대충 이렇게 요약된다.
실리콘밸리 유력 VC인 안드로센 호로비츠에서 크립토 부문인 a16z 크립토를 이끌고 있는 크리스 딕슨도 RSS에 대해 나름 할밀이 많다.
소수 기업 네트워크를 견제할 차세대 컴퓨팅 인프라로서 블록체인을 갖는 잠재력을 강조하는 그의 저사로 최근 한국어로 출간된 '읽고 쓰고 소유하다'에 따르면 RSS는 세상을 바꾼 웹과 이메일(SMTP) 같은 프로토콜 네트워크로 관심을 받았지만 웹과 이메일 같은 영향력을 확보하지 못했다. 인터넷 세상을 기업들이 주도하는 네트워크가 틀어쥔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게 그의 생각이다.
이메일과 웹의 성공은 부분적으로 특별한 역사적 조건에 기인한다. 1970년대와 1980년대 인터넷은 협력 관계에 있는 소수의 연구자로 이루어졌다. 프로토콜 네트워크는 중앙집중형 경쟁자의 부재 속에 성장했다. 이에 반해 최근 몇년 동안 등장한 새로운 프로토콜 네트워크는 훨씬 다양한 기능과 자원을 갖춘 기업 네트워크와 경쟁해야만 했다. 경쟁력 측면에서 프로토콜 네트워크의 단점은 기업 소셜 네트워크에 가장 가까이 도전했던 프로토콜인 RSS의 운명이 가장 잘 보여준다. RSS는 소셜 네트워크와 비슷한 기능을 가진 프로토콜이다. RSS는 여러분이 팔로우하려는 사용자 목록을 만들게 하고, 목록의 사용자들이 여러분에게 콘텐츠를 보내게 한다. 웹 관리자는 새로운 게시물이 있을 때마다 XML 포맷으로 업데이트를 내보다는 코드를 웹사이트에 내장할 수 있다.
업데이트는 구독자의 피드에 입력되고 구독자는 선호하는 RSS 읽기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자신이 고른 웹사이트와 블로그를 팔로우한다. 시스템은 우아하고 탈중앙화되었지만 기본적이고 단순했다. 2000년대 RSS는 트위터와 페이스북 같은 기업 네트워크에 대한 확실한 경쟁자였다. 그러나 2009년에 이르자 트위터가 RSS를 대체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블로거와 다른 창작자들 구독하기 위해 RSS대신 트위터에 의존하고 있었다. RSS커뮤니티의 일부 구성원들은 트위터가 오픈API를 갖고 있으며, RSS와의 지속적인 연동을 약속했기 때문에 이런 상황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들이 생각하기에 트위터는 단순히 RSS네트워크의 인기 있는 노드였다. 나는 일이 흥러가는 방향을 보며 계속 우려했다. 불행하게도 내 우려는 틀리지 않았다.
트위터의 네트워크가 RSS보다 인기를 끌었고 사회적 규범을 제외하고는 트위터가 RSS 지원 서비스를 중단하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 결국 2013년 기업 이익에 부합한다는 이유로 트위터는 RSS 지원을 중단했다. 같은해 구글 역시 RSS 프로토콜이 얼마나 뒤떨어졌는지 강조하며 주요 RSS 제품이었던 구글 리더를 중단했다.
RSS는 한때 소셜 네트워크에 대해 신뢰할만한 프로토콜 기반 서비스였다. 2010년대 소수의 커뮤니티에서 RSS를 계속 사용하기는 했지만 RSS는 더 이상 기업 소셜 네트워크의 경쟁자가 아니었다. RSS의 쇠퇴는 소수 인터넷 거대 기업의 네트워크 힘의 강화와 직접 연관돼 있다.
그는 RSS가 시장에서 밀린 이유를 크게 두가지로 설명한다.
첫째는 기능이다. RSS는 기업 네트워크의 사용 용이성 및 고급 기능과 경쟁할 수 없다. 트위터는 사용자가 회원 가입을 하고 팔로우할 이름과 계정을 선택한후 클릭 몇 번만에 모든 것을 끝내고 실행할 수 있다. 그러나 RSS는 단순히 표준의 집합이다. RSS를 뒷받침하는 어떤 기업도 없으며, 아무도 사람의 이름이나 팔로워 목록을 저장하기 위해 중앙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하지 않는다. RSS를 중심으로 제작된 소프트웨어는 콘텐츠 검색, 추천, 분석 등을 실행하는 메커니즘의 친숙도가 높지 않고 기능이 훨씬 제한적이다.
RSS는 사용자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한다. RSS는 이메일과 웹처럼 네이밍을 위해 DNS를 사용하지만 이는 콘텐츠 제작자가 도메인을 등록하고 그 도메인을 자신의 웹서버나 RSS 호스팅 업체에 전달해야 한다는 뜻이다. 사용을 위한 이런식의 과정 경험은 인터넷 초창기, 대안도 없고 사용자가 이런 작업에 익숙한 기술자였던 이메일과 웹에서는 괜찮았다. 그러나 의지도 지식도 부족한 사람들이 온라인 세상에 들어오자 RSS는 더 이상 경쟁력이 없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간소화된 무료 서비스는 사람들이 게시물을 올리고 다른 사람과 연결되며 콘텐츠를 소비하는 일들을 좀더 쉽게 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덕분에 페이스북의 경우 수천만명, 수억명, 그리고 수십억명의 사용자를 끌어모을 수 었었다.
RSS가 경쟁에서 밀린 두번째 이유는 자금이다. 영리 기업은 많은 개발자를 채용하고 고급 기능을 구현하며 호스팅 비용을 지원하는 것 등의 일을 하기 위해 벤처 자금을 끌어모을 수 있다. 기업이 성장할 수록 더 많은 자금을 이용할 수 있다..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기업들과 거의 모든 거대 기업 네트워크는 개인과 공공 투자자들로부터 수십억달러의 자금을 끌어들인다. 이에 반해 개발자들의 느슨한 연결 그룹이 전부인 RSS는 자발적인 기부금을 제외하면 자금을 끌어올 곳이 없다. 이는 결코 공정한 경쟁이 아니다. 오늘날까지도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에 대한 펀딩은 인터넷의 유익한 것에 반응하는 시장의 힘에 영향을 받는다.
저자는 인센티브 구조 등 블록체인에 RSS가 가졌던 한계를 극복할 잠재력이 있다는 입장이다.
이메일, 웹 같은 프로토콜 네트워크는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 등장해 성공했다. 그들이 만든 혜택은 거대 기술 기업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오늘날까지 지속되는 창의력과 혁신의 황금시대를 가져왔다. 그러나 이메일과 웹 이후의 프로토콜 네트워크 구축 시도들은 주류가 되는데 실패했다. RSS의 쇠퇴는 프로토콜 네트워크가 직면한 문제를 잘 보여준다. 또한 RSS 쇠퇴가 남긴 교훈은 프로토콜 네트워크가 인터넷의 다음 시대를 정의할 좀더 새롭게 경쟁력 있는 네트워크를 어떻게 씨앗을 뿌리고 키웠는지 보여준다.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다음글에서 정리해볼 생각이다. 덧붙여 내가 RSS를 쓰지 않게 된 건 트위터 보다는 구글이 구글 리더를 접은 것이 결정적인 이유였지 싶다. 구글이 구글리더를 접지 않았다면 트위터 대신 RSS만 쓰지는 않았겠지만 트위터와 함께 RSS도 꾸준하게 쓰고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