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앤톡]부동산은 끝났다를 읽고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국정과제비서관, 국민경제비서관, 사회정책비서관 등을 거친 김수현 세종대 교수가 쓴 책 '부동산은 끝났다'를 보면 2009년 주택 가격 분포에서 1억원 이하 주택은 60.8%를 차지했다. 반면 6억원을 넘는 주택은 전체의 1.6%, 22만호에 불과했다. 서울과 수도권에 있는 고급 주택이나 아파트들이 여기에 포함되지 않을까 싶다.
요즘도 부동산 관련 뉴스를 보면 서울과 수도권 주택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책을 보면 2020년이면 수도권 인구가 정점에 이를 것이라고 하는데도, 집값 불패론이 여전히 유효할 수 있을까?
집없이 오래 살아온 입장에서 과연 수요가 많아서 집값이 이렇게 뛰는 것인지, 아니면 선수들이 기술 들어가서 그런 것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
부동산 업계에선 집값 불패론은 계속된다고 하는 이들이 많고, 진보 경제학자들 사이에선 한국도 일본처럼 부동산, 특히 집값이 계속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적지 않다.
집없는 입장에선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할지 모르겠지만 인구 분포상, 앞으로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는 팔려는 사람이 많을거 같은데 왜 부동산 업계는 집값이 계속 올라간다고 주장하는지 의아한게 사실이다. 집값이 올라가야 자기들의 먹고사니즘에 유리해서 그런것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든다.
아무튼, 집값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사회 경제, 정치적으로도 대단히 파과적인 이슈다.
새로운 정부가 등장할 때마다 부동산 해결하겠다고 대책을 내놓지만, 판을 크게 달라지지 않는 것 같다. 초반 부터 부동산 대책에 적극적인 문재인 정부에선 달라질까?
집없이 살고 있는 처지에서 '부동산은 끝났다'를 읽고 책에서 각국의 주택 정책 사례로 언급된 독일의 방식이 무척 흥미로웠다. 한국도 독일처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독일은 이른바 조합주의 복지국가 체제로, 국가가 강력히 개입하여 이해 관계를 중재 조정하는 합의 체제를 특징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국가가 직접 임대 주택을 공급하지 않더라도 다양한 중재를 통해 주택 문제가 조정될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역할이 민간 임대차 시장에 대한 조정과 규제이다. 비록 민간 임대 부문이 주류를 이룬다 하더라도 임대료가 적절히 통제되고, 임대 기간이 안정적일 수 있기 때문에, 서민들의 생활을 큰 문제가 없는 것이다.
독일의 민간 임대차 제도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다고 할수는 없지만 세입자 보호를 위한 다양한 안전장치를 두고 있다. 임대 기간이 안정된 것은 물론 임대 전용 주택에 대해서는 자동 계약 갱신제가 적용된다.
재계약 시에는 당연히 종전 임대료보다 일정 비율 이상 올리지 못하도록 되어 있으며, 신규 계약시에도 인근 주택의 임대료 수준을 반영하도록 되어 있다. 반면 가옥주에게는 임대료 규제와 같은 억제책만 있는 것이 아니라 유지수선비 지원, 민간 임대 사업 투자자에 대한 면세 혜택이 있고, 공실 등으로 인해 발생한 임대 소득 손실에 대해서는 다른 소득에서 차감하는 제도도도 있다. 결국 민간 임대에 대해서는 규제와 지원을 병행함으로써 민간 임대 주택이 적절히 공급될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부동산은 끝났다'에 따르면 주택 문제를 한방에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조세 및 임대 주택 등 다양한 정책의 조합에 기반해야 한다. 집이 없는 사람들이 대상으로한 독일 같은 서비스도 그러한 정책 조합의 하나일 뿐이다. 개인적으로는 독일 같은 임대차 제도, 부동산 소유에 대한 보유세 강화 등은 문재인 정부도 벤치마킹할만 하다는 생각이다. 소유한 부동산을 기반으로 큰 노력 없이 돈을 버는, 이른바 지대추구의 비중이 지나치게 큰 사회는 경제에 활력이 없을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