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으로 하기 싫어하는 사람의 진심에 진심인 편

1일 1커밋 #119

by 김디트

이따금 하소연을 듣는다. 한 사람에게서 듣는 것도 아니다. 오늘 아침만 해도 몇 명의 사람들에게 그 하소연을 들었다. 당장 나도 몇 번이나 하소연했고 말이다. 습관적으로 내뱉는다. 마치 아침인사처럼. '안녕하세요?'의 뉘앙스로 하소연을 한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아, 하기 싫다."


하기 싫다가 가리키는 건 매우 다양하다. 가장 흔하게 타겟이 되는 건 단연코 일이다. 직업적인, 업무적인, 일상적인 그 '일' 말이다. 아마 가장 만만하면서도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일으키기 좋은 소재라서 그런 게 아닐까. 진지하게 생각해 보자면 정말 일을 하기 싫어서 '하기 싫다'고 하는 건 아니지 않을까. 일 자체가 싫다기보다는 거기에 진입하는 문턱, 집중에 들어가는 그 노고가 싫다는 것일테다. 나의 경우 단언컨대 친구들의 단톡방에다 '일하기 싫다'고 할 때의 문맥은 100% 그런 뜻이다. 왜냐면 난 이 일을, 프로그래밍을, 프로그래밍을 하는 나를 사랑하니까. 프로그래밍을 포함하고 있는 나의 직업적 '일'을 진심으로 싫어할 리가 없지. 하지만 친구들은, 그 외의 타인들은 어떨런지. 100% 나와 같은 마음일 거라고 확신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런데 이따금 그 가벼운 '하기 싫다'의 세계에서 이따금 유톡 툭 튀어나온 잔가시같은 '하기 싫다'를 만날 때가 있다. 하기 싫어하는 것에도 건성으로 하기 싫어하기와 진심으로 하기 싫어하기가 있다면 좀 더 진심으로 하기 싫어하는 쪽에 가까운 언어들이다. 이 쪽도 사실 진짜 하기 싫다기보단, '하고 싶지만 하기 싫다', 다르게 말하자면 '하기 싫지만 하고 싶다' 같은 미묘한 감정이 대폭 섞인, 정말 복잡미묘한 진심으로 싫어함이다. 이 진심으로 싫어하는 쪽도 다양하지만 주로 나오는 패턴을 중심으로 해석해 보자면 요컨대 이런 의미다.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해서 자기발전을 하고 싶은데, 시간을 쪼개서 그런 일을 하고 싶진 않다.'


앞의 인사치레와는 그 고민의 깊이가 다르다. 이토록이나 맥락이 다르지만 튀어나오는 언어는 동일하게 '하기 싫다.'로 축약된다. 전자의 인사치레는 그야말로 인사, 가볍게 받아치면 되는 일이지만, 후자의 것은 사실 신경이 쓰인다. 왜냐면 이 역시 너무나 보편적인 고민이고 나도 수차례 겪고 개선하고 나아가는 현재진행형의 고민이기 때문이다. 사실 아는 것을 말하면 괜히 나서서 내가 아는 걸 뽐내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는가. 나도 자주 하는 고민이고, 나름대로 조금이나마 개선을 해서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된 것에 뿌듯함을 느끼는 것이었기 때문에 이 후자의 고민에서는 훈수의 마음이 살며시 고개를 들고야 마는 것이다.


그렇다고 직설적인 언어, '매일 한시간, 아니 삼십분 정도만이라도 해보는 건 어때.' 라거나, '습관이 들 때까지는 참고 하는 수밖에 없어' 같은 말은 공기 중으로 덧없이 흩어질 뿐이다. 너무 뻔하기도 하거니와 그들도 그걸 몰라서 안하고 있는 게 아닐테니까. 나도 안다. 나도 알지만, 정말 그 방법 뿐인걸. 정말 난처해지고 만다. 그래서 내가 취한 스탠스는 어떤 것이냐면, 이런 스탠스다.


"그럼, 매일 ㅇㅇ하기, 나랑 할래?"


힘들다면 계기를 만들어주면 되는 일이 아닐까. 그런 심정으로 이런 말을 끄집어낸다. 사실 '습관이 들 때까지는 참고 하는 수밖에 없어'라는 말과 다를 바가 없는 말이다. 하지만 '나도 할게'의 의미를 포함시키면 그래도 그나마 조금 진정성이 생기지 않을까. 그런 마음이었다.


하지만 이 방법도 그다지 적중률이 높진 않았다. 진심으로 하기 싫어하는 사람의 진심은 나의 하찮은 진정성 같은 것으로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뭐, 근데 그도 나도 노력은 했잖아? 거기에 의미가 있는 게 아닐까. 그런 심정으로 진심으로 하기 싫어하는 사람의 진심의 벽 앞에서 천천히 물러났다.


근데, 매일 조금씩 개선해서 지속적으로 해내는 식으로, 매일 조금씩 개선해서 진심으로 하기 싫어하는 사람의 진심도 무너뜨릴 수 있지 않을까? 한번 훈수를 시작했으면 그 정도의 노력은 들여야 하지 않을까? 뭐 그런 반성도 들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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