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소리가 큰 사람

1일 1커밋 #130

by 김디트

회사에서 동료를 만나는 것도 이제는 약속을 잡아야 한다. 회사로 국한되어 있던 작업 환경이 극도로 넓어진 탓이었다. 코로나가 통신망에까지 퍼지지 않는 한 아마 한동안 이 풍토는 지속될 전망이었다. 그래서 간혹 회사에 출근할 때 건네는 인사는 '안녕하세요'에서 '어, 나왔네요'로 바뀐 지 오래였다. 오늘도 나는 몇몇에게 '나오셨네요' 하고 인사를 건넨 터였다.


하지만 어느 동료는 거기에 사족을 조금 더 보탰다.


"어, 나왔네. 사실 나온 줄 알고 있었어요."


분명 난 아침부터 내 자리를 쭉 고수하고 있었다. 지나가다가 얼핏 발견한 걸까? 그럴 수도 있겠지만, 굳이 그런 사실을 일부러 어필할 필요가 있을까.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그분의 입가에 어려 있는 그 장난기를 발견하고 나서야 의중을 알아챌 수 있었다. 알아차렸다고 해서 금세 아는 체하는 건 재미없는 일이었다. 나는 마주 웃음 지으면서 되물었다.


"어떻게 아셨대요?"


"그야 웃음소리가 저희 자리까지 들렸으니까 알죠!"


그렇게 말한 그 동료는 재미있다는 듯 웃음을 한껏 머금었고, 나는 예의 그, 동료가 나를 금방 알아차리게 한 웃음소리를 꺄르륵 내뱉었다.


나는 웃음소리가 독특한 편이었다. 재미있거나 흥미가 돋는 일이 있을 때면 목소리가 점차 커지는데 그것과 시너지를 일으켜서 독특한데 크기까지 한 웃음소리를 가지게 되었다. 아마 소리가 커서 독특하게 느껴지는 것 아닐까 생각했다. 그러다 작은 소리로 그런 웃음소리를 내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걸 이내 깨달았고, 독특함과 큰 소리는 생각보다 굉장히 큰 연관성이 있다는 것, 그 두 가지는 매우 아토믹한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 큰 웃음소리는 나의 시그니쳐 기도 했지만, 종종 갑분싸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예컨대 팀 내의 팀원들과 농담을 주고받다가 격앙된 내가 자뭇 큰 소리로 웃음소리를 내곤 했고, 심각한 분위기로 야근을 하는 사람들의 눈총을 받곤 했다. 눈총을 채 눈치채지 못하고 더더욱 큰 소리로 소란을 부리다가 본부장님의 낮게 깔린 목소리에 따끔하게 혼이 날 때도 왕왕 있었다. 그런 일을 겪을 때면 나는 가끔 나의 그 괜히 크기만 한 웃음소리가 괜히 싫어지기도 했던 것이다.


그래도 가끔 이렇게 나의 웃음소리로 나를 알아차려주고, 그것만으로도 이렇게 재미있는 미소를 지어주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마냥 불편하기만 한 것도 아닐지도. 뭐 가끔은 그런 생각이 들곤 하는 것이다. 애초에 난 소심한 듯하면서도 나만의 소신을 계속 밀고 나가는 타입(네, 정정합니다. 고집이 센 타입으로.)이었기 때문에 웃음소리를 바꿀 생각이 추호도 없었기도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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