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은 자주 나의 기를 죽이려 애썼다.
"진짜 못생겼다. 사귀어주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해."
이 말인 즉슨, 바람 필 생각은 추호도 하지 말란 의미다. 못생긴 놈이 바람 피면 더 기분이 나쁘다나 뭐라나. 물론 진지한 이야기는 아니고 서로 투닥거리면서 장난스럽게 한 이야기이고, 나도 크게 마음에 두지 않는다. 사실 할 말이 떨어지면 의례히 나오는, 정적을 채우는 의미 없는 문장으로밖에 느껴지지 않았기에 '그래 그래-'하는 느낌으로 응답할 때도 많았다. 하지만 가끔은 장난스런 문답을 이어나가기 위해서 나의 못생김에 대해 반론을 잔뜩 늘어놓기도 했다.
어느 날 지하철에서는 이렇게 답했다. 주위를 둘러보라며. 나보다 잘생긴 사람의 비율은 그다지 높지 않다며. 나는 주위를 흘끗거리며 빠르게 쭉 훑어본 후 이 칸에서 난 중상위 정도는 될 것 같다고 가슴을 치며 대답했다. 애인은 잠깐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설레 설레 저었다. 표본으로 삼기에는 이 지하철은 너무 한정적이고, 조건도 중구난방이라며, 더군다나 이 지하철로 한정지어서 생각해봐도 넌 중하위권이라며 발을 동동 굴렸다. 이번엔 내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이 지하철에서도 중하위권이라고? 응 중하위권. 애인은 단호했지만 나 역시 단호했다. 아니거든? 애인은 맞거든? 지지 않고 응수했다.
사실 외모는 전적으로 취향의 문제이니 절대적인 기준이 없고, 그래서 애인과 나눈 이야기들은 공신력이 있기 힘든 이야기들이다. 그 말인 즉슨 내가 잘생겼느냐 못생겼느냐에 대한 소견은 개개인마다 다를 것이고, 결국 애인의 말도 맞고 내 말도 맞다는 의미였다. 그렇기에 우리의 이 장난스런 문답은 도돌이표처럼 끊임없이 돌고 돌 수밖에 없었다. 사실상 누가 더 잘 우기냐 대결이나 다름 없었다고나 할까.
언젠가 악뮤의 '못생긴 척'이라는 노래를 들었다. 애인에게 유튜브 링크를 보내면서 말했다. 이 노래가 딱 나의 심정이라고. 나의 이 괴로움을 알겠냐고. 노래는 '날 보고 못생겼다고 하지만 사실 난 못생긴 척 하는 것일 뿐이고 그게 너무 피곤하다'는 내용이었다. 농담 치고는 나름 진지했으나 애인은 오구 그랬냐며 웃는 이모티콘을 보내올 뿐이었다. 사실 요즘들어 안 그래도 악뮤의 노래들에 꽂혀있다. 애인과 함께 낙하를 낙하아아 하아아 따라 부르면서 뮤직 비디오를 보곤 했던 것이다. 애인은 찬혁님의 모습을 가리키며 '완전 너랑 존똑'이라며 박수를 짝짝 쳤다. 은근히 닮은 것 같기도... 나는 제 때에 반응하지 못하고 말았다. 그러는 자기는 완전 수현님과 판박이면서. 나는 얼른 그 말을 내뱉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아마 애인도 정말 은근히 닮은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을 하느라 나처럼 제 때 반응하지 못하고 잠깐의 정적을 만들어냈을 것이 불보듯 뻔한데. 난 템포 늦은 농담이 얼마나 재미 없는지 잘 알기에 입맛을 다실 수밖에 없었다.
얼마 전에는 인터넷에서 잘생긴 사람들에 대한 유머글을 봤다. 뻔한 그런 유머였다. 잘생긴 사람들은 어떤 취미를 가지고 있든, 애니메이션을 즐기든 게임을 좋아하든 아무튼 잘생겼다는 그런 논리를 뒷받침하는, 애니메이션 옷을 입은 연예인들의 사진들이 줄줄이 나열되어 있었다. 이런 글이 의례히 그렇듯 댓글은 네거티브했다. 저렇게 생겼으니...로 시작하고 나도 저렇게 생겼으면...으로 끝나는 댓글이 과반수였다. 나는 문득 예전에 본 다른 유머글이 연쇄적으로 떠올랐다. 긁은 복권이란 제목이었는데 엄청 살집 있는 사람이 살을 빼고 난 후 엄청 잘생긴 모습이 되어 있는 비포 에프터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즉, 요는 그런 생각이 들었달까. 왜 다들 긁지 않은 복권들을 각자 손에 쥐고 있으면서 긁을 생각도 않고 막연히 잘생김을 부러워만 하는 걸까. 외모는 흑백논리가 아니고, 절대적인 기준이 있는 것도 아니니, 실은 잘생김과 못생김의 기준도 자신이 정할 수 있는, 빈 도화지나 마찬가지인데. 수치로 절대적인 가치를 메겨 줄 세울 수 있는 자본의 논리와는 전혀 다른 것일텐데. 왜 외모를 자본과 완전히 동일선상에 놓고 포기부터 하는걸까.
그러니까 자신이 못생긴 게 아니라 '못생긴 척'하고 있음을 기분좋게 받아들이고 살면, 그리고 가끔 진심으로 잘생겨지고 싶을 때를 위해 운동을 하고 패션에 관심을 가지고 잘 씻고, 그러니까 복권을 긁을 동전을 들 힘 정도만 기르며 살아가면 좀 더 즐겁게 살 수 있을텐데. 못생긴 척 하는 사람으로서 왠지 진심으로 못생긴 그들이 좀 측은했다고 하면 좀 잘난척 하는 것 같을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