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간히 회사 동료분과 사담을 나눈다. 사담이지만 의례히 일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이번엔 어떤 기능이 들어가기로 했는데, 이번에는 그걸 고쳐야 하는데 하는 식으로. 사실 푸념에 가까운 이야기들이었지만 그분이 귀가하는 시간을 생각하면 푸념의 무게도 마냥 가볍지만은 않은 것이 되곤 한다.
그렇다고 매일같이 일 이야기만 주구 줄창 하고 있으면 그 얼마나 슬프고 지루한 삶일까. 그런 삶은 살고 싶지 않으니까, 뭐 그런 나름의 무언의 합의가 되어있기 때문이랄까, 당연하다면 당연하게 다른 이야기들도 한다. 요새는 주로 부동산 이야기.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다가 지금은 소강상태라는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그러게 미리 좀 사지 뭐 했냐는 타박까지. 그분의 입장에서는 그 타박을 위해서 부동산 이야기를 하는 거나 다름없어 보인다. 작년부터 본인의 아파트를 얼른 사야 한다고, 지금이 최저가라고 은근히 종용해왔던 그분은 요새 거 보라며 의기양양이다. 그러면 나는 '이제 거긴 대출을 끝까지 땡겨도 살 수 없다구요!' 투덜거리고 그러면 그분은 깔깔 웃곤 하는 것이다.
오늘은 맛없는 음식에 대해 이야기했다. 맛없는 음식 같은 건 취향의 문제이기 때문에 분명한 답이 없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좋은 사담거리가 된 것이다.
그분은 샐러드를 사러 가는 다른 분을 향해 샐러드 같은 맛없는 걸 왜 먹냐며 고개를 저었고, 나는 그럼 회사 밥은 맛있는 거냐며 반문했다. 뭐 그렇게 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었는데, 그분은 그래도 샐러드보단.. 하더니 퍼뜩 뭔가를 떠올린 듯했다. 그리고 얼른 말을 이었다.
"아. 번데기가 더 맛없지."
그분은 꽤 여러 번 충식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내곤 했다. 어릴 때는 멋모르고 먹을 법도 한데, 일생을 한 입도 먹어보지 않았다고 했다. 그 혐오스러운 모습을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면서. 오랫동안 번데기를 먹어왔고, 부산 앞바다에서 고동과 번데기를 한데 놓고 팔아오던 걸 봐왔던 나로선 눈썹이 치켜떠질 수밖에. 어떻게 한 번도 안 먹어볼 수 있냐며, 게다가 먹어보지도 않고 어떻게 맛없다고 단정 지을 수 있는 거냐고 발을 동동 굴렸다. 그분은 또 한 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렇다면 번데기와 메뚜기 중에선? 번데기와 개구리 뒷다리 중에선? 질문이 이어졌고 번데기와 메뚜기는 안되지만 개구리 뒷다리는 그래도 먹을 수 있을 거 같다고, 실은 어릴 때 먹어봤다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나는 튀김의 바삭함이 좋은 이유는 옛날에 벌레를 먹던 취향이 남아있기 때문이라는, 인터넷에서 주워 읽은 이야기를 앞세우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분은 잠깐 고민하는 듯하더니 정말이네. 자연식 중에는 바삭한 건 없는 거 같네. 하지만 벌레는 싫어.라고 대답했다. 사실 나도 번데기 외의 벌레는 싫었기에 가만히 고개를 끄덕여서 동조해야 했다.
이야기는 곧 옛날의 음식 문화로 이어졌다. 옛날에는 바나나가 너무 비싸서 하나 먹기가 그렇게 어려웠는데, 본인이 대학교에 갈 때쯤 바나나가 너무 저렴해져서 그 시기에 질릴 때까지 바나나를 먹었다는 이야기라거나, 옛날엔 쌀이 너무 비싸서 쌀밥 먹는 게 그렇게 고급진 일이었고 그 때문에 그 시절 쌀집들은 한몫 단단히 잡았더라는 이야기, 단단한 두부만 먹다가 순두부찌개를 먹고 너무 놀랬던 이야기 같은 것들. 그리고 그중 가장 재미있었던 이야기는 바로 이것이었다.
"번데기는 옛날엔 놀이공원 같은 곳에 가면 아주머니가 팔곤 했었는데 말야. 그래서인지 번데기 냄새를 맡으면 그 시절이 왠지 그리워져."
"그리워지기만 하고 먹고 싶진 않아요?"
그분은 미간을 잔뜩 찡그렸고, 나는 깔깔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