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이 부서져도 해야지, 운동

1일 1커밋 #65

by 김디트

슬슬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 한동안, 근 두 달 동안 운동을 쉬는 중이었다. 오른손이 넷째 손가락이 박살이 나서 어쩔 수 없이 쉬는 것이었기 때문에 나는 안달이 나 있었다. 여차하면 운동을 해버려야겠다. 단단히 벼르고 있던 참이었고, 이번 주가 바로 그 여차한 주였다. 몸이 망가지는 걸 실시간으로 느끼고 있었기도 하거니와 아무래도 하루의 컨디션을 제대로 잡아줄 체력이 고갈되어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운동을 꽤 오랫동안 지속해왔다. 지금 동거인들과 함께 살고 나서도 한참 동안은 운동과 담을 쌓고 살았었다. 그럼 대체 언제부터 시작한 거지. 가만히 손가락을 꼽아 보니 아마도 5년 정도. 그 정도 해왔다. 막상 햇수로 꼽으니 그렇게 오래된 것 같지는 않았고 그래서 조금 억울했다.


운동을 시작하고 난 후로 매일, 적어도 평일동안, 운동만은 빼먹지 않으려고 애써왔다. 야근을 하고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은 날에도 어김 없었다. 병적인 집착을 보였다고 할 수 있다. 오히려 적절한 휴식과 운동 루틴의 변화가 운동 효율에 더 중요했을 텐데. 하루 정도 빠진다고 아마 몸에 큰 변화는 없었을 텐데. 하지만 하루라도 빠지면 돌이킬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꽤 오랜 나날을 그렇게 살아왔다.


물론 매일같이 운동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연휴를 맞이해 여행을 간다거나 할 때는 운동을 할 수 없었다. 그만큼 초조하고 불안했다. 나도 모르게 손톱을 입 속으로 가져가서 깨물어댔다. 스트레스를 풀러 가서 반쯤은 운동을 하지 못한 스트레스로 채워 왔으니, 지극히 효율이 떨어지는 여행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나를 잠식한 초조함은 쉽게 떨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팀원들과 제주도로 놀러 갔던 날이었다. 마침 링 피트가 발매되어 품귀현상을 일으키고 있었을 때였고, 팀원 중 한 분이 스위치와 링 피트를 가지고 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비행기와 렌터카를 오가기엔 꽤 큰 짐이었을 텐데 어떻게 가지고 다녔을까 싶은데, 그 부분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 걸 보면 뭐 어떻게 괜찮은 부피로 만들 방안이 있었던 모양이다. 제주도에서 실컷 놀고 난 후 저녁, 숙소에서 링 피트를 꺼내 다 같이 즐기듯이 게임을 하기 시작했을 때, 나는 눈이 뒤집어졌다. 게임이지만 운동은 운동이었다. 비록 근력 운동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운동이었다. 나의 죄책감과 집착으로 마른땅에 내린 단비 같은 것이었다. 나는 옷가지를 벗어던지고 열과 성을 다해서 링 피트를 했고, 그 결과 땀범벅이 되어서 노곤 노곤한 상태로 편안히, 아마 작은 미소를 띠고 잠을 이룰 수 있었다. 아마 팀원들은 나의 이 민폐에 조금 인상을 찌푸렸을지도 모를 일이겠다.


영원히 지속될 것만 같던 나의 집착은 큰 정체기와 함께 모습을 감췄다. 첫 번째로는 코로나 사태. 코로나가 터지자, 내가 다니던 헬스장은 굳건히 문을 닫고 말았다. 공공시설이었기 때문에 대응이 더 빨랐다. 나는 하는 수 없이 차선책으로 다른 헬스장을 찾아갔다. 시설이 번쩍번쩍하고 멋들어진 곳이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조금 멀었고 조금 좁았고, 사람은 차고 넘쳤다. 아침 일찍 가도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나는 빈번히 원하는 기구를 원하는 타이밍에 사용하지 못했다. 더군다나 원판이 각진 형태이고 높이가 낮아서 데드리프트를 하기에 영 불편했다. 여러 불편한 점들이 보이기 시작하자, 나는 결국 헬스장 연장을 포기했다. 조금만 기다리면 다시 원래 다니던 헬스장이 열리겠지. 뭐, 그런 생각으로 잠깐 홈트레이닝으로 버텨 보기로 했다. 그렇게 버티고 버틴지도 벌써 1년을 넘어섰다. 설마 그렇게 오랫동안 유행하겠어? 한낱 병균이? 그런데 그랬다. 나의 상식을 뛰어넘는 병균이었다. 나는 서서히 운동 수행 능력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꽤 오랫동안 운동을 쉬는 경우도 빈번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완전히 페이스를 잃어버리고 있었다.


두 번째 정체기는 두 달쯤 전에 찾아왔고 아직까지 진행 중이다. 이유인 즉슨, 짐승처럼 술을 마신 동생을 주먹으로 쳐버린 후로 오른손이 박살이 났기 때문이다. 그나마 조금씩 하던 홈 트레이닝도 하지 못하게 되었고, 나는 우울함에 잠식되어갔다. 운동과 우울함이 무슨 관계이려나 싶을 수도 있겠지만, 나의 경우에는 운동을 하지 않으면 컨디션이 나날이 안 좋아진다. 마치 노쇠한 짐 당나귀 같은 꼴을 하고 터벅터벅 발을 끌듯이 움직이게 된다. 아마 운동 수행 시 발생하는 아드레날린 같은 것들의 부재가 영향을 끼치는 게 아닐까 하고 예상을 해볼 뿐. 그렇게 운동을 못하는 날이 하루 이틀 늘어나자, 그와 비례하게 나는 눈에 띄게 늘어지기 시작했다. 침대에 누워서 이제 일어날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영원히 침대와 한 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지나치게 많이 하게 되었다.


상황이 그렇다 보니 무리를 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주, 아직 오른손은 뻣뻣한 상태였지만, 도저히 내 꼴을 지켜보기가 힘들어서 다시 벤치에 몸을 뉘이게 됐다.


어제는 간신히 운동을 마치고 샤워를 하기 전에 거울 앞에서 몸을 체크하던 중이었다. 지나가던 동생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그렇게 매일 운동하는데 왜 살은 더 쪘어."


벌써 두 달가량 손을 제대로 못 쓰고 있는데도, 그럼에도 운동만은 매일 해왔던 걸로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동생의 눈에는 내가 아마 운동을 빼먹으면 죽는 사람으로 보였던 게 아닐까.


"두 달 동안 운동 못했으니까 그렇지!"


네놈 때문에 오른손이 부서져서! 하고 사족을 달까 하다가 말을 끊었다. 얼른 샤워를 하고 자야 할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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